장애등급제 폐지의 전제는 소득보장이다 > 대학생 기자단


장애등급제 폐지의 전제는 소득보장이다

[편집장칼럼]

본문

지금처럼 의학적 기준으로만 분류하는 장애등급 체계가 수 년 내에 역사 저편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얼마 전 정부는 국무회의를 통해 제1차 사회보장기본계획(‘14~18년)을 의결하면서, 2016년까지 장애우 등급제를 종합판정체계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장애를 판정할 때 의학적 기준만이 아니라 개인별 욕구와 사회 환경요인을 고려해서 장애 판정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 내에 3차 장애판정체계개편기획단이 구성됐고, 장애 종합판정체계 도입을 위한 연구용역 등도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장애등급제도 폐지가 가시화 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장애계 일각에서 다시 원론적인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장애우 중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장애등급제 폐지냐는 질문이다. 이 질문이 가능한 것은 장애우 입장에서 봤을 때, 만약 장애등급제가 폐지된 후에도 척박한 장애우의 삶에 아무런 변화가 없으면, 혹 변화가 있다고 해도 미미한 변화에 그치고 만다면, 장애등급제 폐지는 장애우의 삶에 별다른 의미가 없이, 그냥 또 하나의 제도가 바뀐 것에 불과한 채 소리만 요란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지금 왜 장애등급제를 폐지해야 하는지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지금 누가 뭐라고 해도 장애우가 당면해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빈곤 문제다. 정부는 장애우가 겨우 연명할 수 있는 수준의 지원만 하고 있고, 이에 따라 조금 과장하면 다수의 장애우들은 초근목피로 겨우 삶을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것이 부인할 수 없는 우리 사회 장애우 문제의 근본이다.

지금 장애우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에 대한 통계는 차고 넘친다.

전문가들은 한국 장애우 가구의 상대적 빈곤율이 OECD 회원국 평균 3배에 이른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어 장애등급제 관련 토론회에서 성신여대 이승기 교수는, “통계를 보면 장애우들은 비장애우들에 비해 50% 수준의 삶을 유지하고 있는데, 문제는 이러한 차이를 장애우가 아무리 스스로 노력해도 메울 수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더 구체적으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1년 장애인실태조사 자료’를 보면, 전체 장애 1~2등급 중증장애우들의 월평균 소득은 고작 54만 원에 불과하다. 이어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증장애우들은 이렇게 거의 수입이 없는데도 살아남기 위해 의료비 등으로 월평균 23만6천 원을 부담하고 있다. 한마디로 기가 막힌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장애우들이 처해 있는 극심한 빈곤 문제를 언제까지 외면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따라서 장애등급제 폐지의 전제는, 장애등급제 폐지가 이런 장애우들의 빈곤 현실을 개선하는 데 기여해야지만 비로소 폐지 의미가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눈을 해외로 돌려 보면 현존하는 모델이 없는 것도 아니다. 장애등급제 폐지 토론회에서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과 호주, 독일은 장애 판정을 장애인의 근로능력과 연동하여 생각하고 있으며, 만일 장애가 심하여 근로를 할 수 없을 경우만 사회보장제도의 수급자로 인정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직업재활이나 장애 관련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장애인의 생산적 활동을 유도하고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해외의 많은 나라들은 장애 판정을 하면서 일차적으로 장애우가 잔존능력으로 어떤 일을 하는 게 가능한지, 또 어떤 직업을 갖는 게 가능한지 여부를 판단해서 일자리를 연결해 주기 위해, 어떻게든 장애우가 일을 통한 소득보장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걸 목적으로 장애 판정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장애우가 최중증장애로 도저히 일을 할 수 없다면 사회보장제도로 혼자서 생활이 가능하도록 충분한 지원을 해주는 게 선진국의 장애 판정 제도다.

우리나라도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고 새로운 판정 체계를 도입한다면, 반드시 이런 소득보장에 초점을 둔 장애 판정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나중에 다시 제도를 손질하려고 하지 말고 첫 단추 부터 제대로 꿰어야 하는 것이다.

정부는 언제까지 장애우들이 처해 있는 극심한 빈곤 문제를 외면하고, 주변부에서 변죽만 울려댈 것인가, 언제까지 장애우들의 근본 문제를 모른 척 눈 감을 것인가,

강조하지만 정부는 장애우가 겨우 연명할 수 있는 수준만 지원하는 정책을 고수하면서 장애등급제를 폐지해서 장애연금과 활동보조인 지원 대상을 지금보다 조금 더 늘려주고 할 도리를 다했다고 생색을 내면 안 된다.

떠밀려서 마지못해 하는 장애등급제 폐지가 아닌 정부가 진정 장애우 입장에서 추진하는 장애등급제 폐지라면, 정부는 최소한 방향 설정이라도 소득보장에 초점을 두고 장애등급제 폐지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

작성자이태곤 편집장  a352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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