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발달장애인에게 ‘돈’이란? > 지난 칼럼


성인 발달장애인에게 ‘돈’이란?

[이미정의 발달장애와 함께 하는 세상] 써 본 사람이 사회적 돈의 가치 이해
대신 관리는 경제에 대한 현실감각 둔화 초래
부모에 대한 높은 의존도 직업의욕 및 흥미 저하

본문

‘돈’이란 살아가면서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갈급한 것. 아무리 그 가치를 거부하고 부정하려고 해도 이 사회를 살아가면서 ‘돈’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래서 연일 경제 살리기와 가정내 씀씀이 줄이기를 외치는가 하면, 가계 부채의 심각성을 호소하며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우리사회의 최대 이슈는 바로 ‘경제’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가 유독 성인 발달장애인에게는 ‘남의 일’이다. 성인 발달장애인을 위한 지원예산이 줄어드는 것에는 다들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성인 발달장애인이 ‘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가지려 하지 않는다. ‘돈’을 무엇이라고 생각 하는지, ‘돈’이 생기고 없어지는 과정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발달장애인=인지능력이 낮은 자=돈에 무지한 자=돈을 주면 다 써버리는 위험한 자’라는 편견과 선입관으로 발달장애인에게 돈에 대해 알려주는 것을 금기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이 마흔이 넘은 성인 발달장애인조차 주머니에 동전 몇 개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본인이 먹고 싶은 것이 있을 때에도 ‘부모님께 전화해서 허락을 받고, 주위 사람에게 돈을 빌리고, 그런 다음에는 빌린 돈을 부모님께 받아서 갚는 형태’가 대부분이다. 비장애 성인에게는 ‘본인이 가진 돈으로 사 먹을 수 있는 쉬운 일’이 성인 발달장애인에게는 이렇게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일인 것이다.

한편 부모들은 “다른 사람들처럼 스스로 하면 좋은데 우리 애는 매번 이렇게 전화해서 확인하고 또 돈을 챙겨줘야 한다”고 하소연하며, “지금은 내가 살아 있으니까 어떻게든 하지만 만약 내가 죽고 나면 우리 애가 어떻게 될지 걱정”이라며 눈시울을 적시곤 한다.

성인이라 할지라도 발달장애인 자녀가 돈을 함부로 쓰게 될까 걱정스러워 관리를 대신 해주려 하는 부모들의 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걱정과 부모들이 대신 관리해주는 과정이 오히려 성인 발달장애인 자녀가 ‘돈’에 대해 알고 ‘돈’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알 수 있는 즉, 경제개념을 익힐 기회를 빼앗고 있다는 것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숫자를 셀 수 있고 숫자의 크기를 구분할 수 있는 성인 발달장애인 자녀에게 항상 부모님이 먹을 것과 입을 것을 대신 사다 주니 성인 발달장애인은 옷이 얼마인지, 한끼 식사비용이 얼마인지 감을 잡지 못한다.

실제 성인 발달장애인에게 본인이 갖고 싶은 것을 사기 위해 얼마가 필요한지를 물어보면, 3만 원이면 명품 옷과 신발과 모자 등을 모두 살 수 있다고 답하는 경우가 많다. 자가용은 1백만 원이면 살 수 있다고 대답한다. 이후 현실을 인지시키면 장애 정도와 상관없이 대부분의 성인 발달장애인이 “부모님에게 달라고 하면 된다”고 말한다.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항상 그래왔듯 부모에게 달라고 하면 부모는 ‘항상 주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 같은 인식은 장기간에 걸쳐 학습된 결과다.

자녀들이 걱정스러워 부모가 대신 돈을 관리해주거나 필요한 것을 대신 사주던 것이 결국 자녀들의 현실 감각을 둔화시키고 부모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는 현실 감각 둔화와 부모에 대한 높은 의존도 뿐만 아니라 성인 발달장애인의 직업생활에도 영향을 미친다.

성인 발달장애인은 알맞은 직업을 찾기도 쉽지 않지만 알맞은 직업을 찾는다 해도 오래 다니지 못하고 그만두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직장생활을 시작하면 늦잠도 자지 못하고 다른 직원들로부터 싫은 소리를 들어야 하는 등 하루종일 힘들기만 하다. 월급도 부모가 대신 관리하고 있어 성인 발달장애인 당사자에게 직장은 힘들기만 한, 재미난게 없는 곳이다. 그러니 부모에게 필요한 돈을 타 쓰며 그냥 집에서 노는 것이 훨씬 이득일 수밖에 없다.

성인 발달장애인 자녀가 걱정스러워 돈을 대신 관리해주고, 필요한 것을 대신 사주던 방식을 이제는 성인 발달장애인 자녀의 미래를 위해 조금 바꿔볼 필요가 있다.

작성자이미정 한신대 민주사회정책연구원 연구위원  lim0192@cowal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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