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있는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피맺힌 절규 > 지난 칼럼


이유 있는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피맺힌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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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9일 서울시청에서 발달장애인 가족 고통증언대회가 열렸다.

지난 4월 9일 함께가는서울장애인부모회, 서울특수학교학부모협의회 등 발달장애인 부모단체 회원 1백50여 명이 서울시청을 검거, 발달장애인 가족 고통증언대회를 열고 ‘서울시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지원조례 제정’을 촉구했다.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서울 발달장애인 5만 가족은 장애자녀의 돌봄으로 인한 양육부담과 성인 이후 별다른 대비책이 없는 현실에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서울시는 발달장애인법 시행 원년을 맞아 발달장애인을 위한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3년 서울시 등록장애인현황에 따르면 서울에 거주하는 발달장애인(지적과 자폐성)은 2만7천9백3명인 반면, 주간보호시설 등 발달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기관의 수용 가능 인원은 5천여 명 수준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학령기에는 학교에 다니거나 방과 후 교육을 비롯한 발달재활서비스나 학교 바우처 등 발달장애인 지원제도가 마련돼 있어 부모들의 부담을 덜어주었으나 고등학교 졸업 이후, 부모들은 이렇다 할 서비스가 없는 ‘서비스 절벽’ 상태에 놓이게 된다. 실제 서울시의 경우 19세까지의 학령기 발달장애인 9천3백3명을 제외한 성인발달장애인 1만8천6백 명 중 5천 명인 약 27%만이 주간보호시설이나 장애인복지관 등을 이용하고 있어 73%에 이르는 성인 발달장애인은 갈 곳 없이 집에서만 지내야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성인발달장애인을 위한 지원책을 요구하며 서울시청을 점거한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행동은 ‘이유 있는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항변’이며 서울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성인발달장애인을 둔 부모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행동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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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은 ‘돌봄’ · 경증은 ‘교육’으로 나뉘어

서울시청을 점거 농성한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구체적으로 2018년까지 25개 전 자치구에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를 설치하고 발달장애인 정책을 위한 민관 TF팀 상설운영과 ‘발달장애인 평생교육 지원 조례’의 상반기 제정을 요구했다. 서울시는 1월에 행복플러스 발달장애인 센터를 개소한 데 이어, 올해 1개소를 설립하기 위해 3억5천만 원의 예산을 확정하고 2018년까지 추가로 늘려나간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시청점거농성까지 하며 그 절실함을 토로했던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항변과 이에 대응하는 서울시의 계획을 바라보면 안타깝기만 하다. 모두가 마치 발달장애인 지원을 위한 자치조례와 평생교육센터가 설치되기만 하면 성인발달장애인들의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처럼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인발달장애인을 위한 지원 요구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어 부모들의 욕구가 같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자녀의 장애유형과 장애 정도에 따라 명확한 견해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중증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은 “장애가 심해 복지관에서조차 받아주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경증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은 “복지관 말고는 갈 데가 없다”는 입장이다. 즉 중증장애는 ‘돌봄 기관’을, 경증장애는 ‘교육’을 필요로 하고 있다.

평생교육센터가 생기면 발달장애인이 갈 수 있는 곳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증발달장애인 부모들의 욕구와 경증발달장애인 부모들의 욕구가 모두 충족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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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청을 점거 중인 발달장애인 부모들

오히려 모든 성인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기존의 기관들이 본래 설립취지와 목적에 맞게 운영되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

현재 각 구마다 장애인복지관이 설립돼 있고, 아직 부족하긴 하지만 전문가들이 상시 배치돼 있다. 전문적인 지원이 가능함에도 이들 기관에서는 과잉행동이나 문제행동을 보이는 중증의 성인발달장애인 보다는 경증의 성인발달장애인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현실이다. 경증의 성인 발달장애인들은 일부만 지원하면 대부분의 활동이 혼자서 가능한데도 사회와 단절된 복지관에서 지원자들의 도움을 받으며 지내 타인 의존도만 높아지는 상황이다. 반면 서울 시내에는 1천8백51개의 평생교육기관이 있으나 이들 중 대부분이 발달장애인에 대한 이해나 교육방법을 몰라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장애인복지관에서 중증의 성인발달장애인을 담당하고 일반 평생교육기관에서 성인 발달장애인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보다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된다. 선진국에서는 장애인복지관과 같은 기관은 중복장애나 중증의 성인발달장애인이 이용하는 기관으로 정착해 우리나라와 같이 경증의 장애인을 찾아보기 힘들다.

 

평생교육센터 이름만 다른 장애인복지관으로 전락 우려

중증은 장애인복지관, 경증은 평생교육기관 활용 등 고려

평생교육 프로그램과 내용 개발 없이는 ‘무용지물’

 

성인 발달장애인을 위한 평생교육 내용과 프로그램 개발에 대한 연구나 고민도 없이 평생교육센터만을 먼저 설치하고 보자는 식의 서울시의 태도는 무책임하다고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평생교육센터의 구체적인 목적과 역할, 그에 따른 프로그램과 내용을 제시하지 않은 채 운영될 경우 이름만 다른 장애인복지관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서울시의 ‘평생교육센터’는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요구는 반영했을지 몰라도 진정한 욕구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또 서울시교육청의 수수방관하는 모습에 대한 문제 제기도 필요하다. 평생교육의 목적과 대상 및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평생교육법’은 현행 교육부 장관 소관으로 서울시교육청의 주요 업무 중의 하나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또한 장애인 평생교육과정의 설치운영, 평생교육 프로그램개발, 평생교육 지원에 관한 내용을 명시하고 있어 서울시교육청은 성인발달장애인 평생교육의 책임기관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교육청은 성인발달장애인의 평생교육과 관련해서 이렇다 할만한 대책이나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현행 ‘평생교육법’에는 ‘시·도지사는 기본계획에 따라 연도별 평생교육진흥시행계획을 수립·시행해야 한다. 이 경우 시·도 교육감과 협의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성인 발달장애인의 평생교육과 관련해서는 서울시뿐만 아니라 서울시교육청이 발달장애인 부모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서울시교육청은 평생교육기관의 운영프로그램 중 일정 비율을 성인 발달장애인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도록 강제하고 성인발달장애인 평생교육 프로그램 개발은 물론 평생교육 프로그램 진행자에 대한 인건비를 보조하는 방법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편, 서울시는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희망하는 성인발달장애인에게 프로그램 이용료의 일부를 지원해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을 경감시키는 방안을 고려함과 동시에 성인 발달장애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주간보호시설이나 장애인복지관 등 주요 장애인 관련기관의 본래 목적과 취지는 물론 이용하고 있는 성인발달장애인의 장애 정도나 상태를 분석해, 기능과 목적에 따라 재분류하는 과정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교육청 연계 성인 발달장애인 지원방안 필요

서울시청을 점거 농성한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이유 있는 항변은 단순히 서울시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이는 모든 지자체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다. 성인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로서는 학령기 이후 성인기에 접어들면 지원되는 서비스 없이 혼자서 24시간 자녀를 돌봐야 하는 신체적·정신적 부담을 고스란히 감내해야 하고, 자녀의 성장과 더불어 고령화되면서 ‘사후’에 대한 불안이 가중돼 절박함은 극대화 될 수밖에 없다.

이번 서울시청 점거 농성을 계기로 각 지자체는 성인 발달장애인 지원을 위한 종합적인 지원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으며, 성인 발달장애인 부모들도 당위성에 근거하기보다는 본인들의 욕구를 명확히 피력하고 효율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미정

한신대 민주사회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일본 쓰쿠바대학 심신장애학 박사

작성자이미정 한신대 민주사회정책연구원 연구위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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