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장애인들
본문
모두 다는 아니겠지만 장애인이 사망하면 신문기사가 된다. 지난 달 눈에 띄는 세 건의 장애인 사망기사가 신문에 실렸다.
하나는 ‘부산 달동네서 모자 시신이 한 달 만에 발견됐다’는 제목의 기사다. 기사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부산진구 부암동 달동네의 방 2칸짜리 주택에서 전모(84·여)씨와 아들 설모(49)씨가 숨져있는 것을 매달 한 번씩 쌀을 배달해주는 자원봉사자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이들의 시신은 많이 부패한 상태였다. 주택에는 외부 침입 흔적이 없고, 시신에는 외상 흔적이 없었다. 농약 같은 독극물이나 유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유족은 경찰에서 “전씨는 30년 전부터 심장질환을, 수년 전부터는 치매를 앓아왔다. 아들 설씨는 10년 전부터 다리에 힘이 빠지는 질병을 앓으며 매일 술에 의지하며 지내왔다”고 진술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모자는 2010년부터 기초생활수급대상자로 등록돼 매달 70만원을 받아 생계를 꾸려왔다. 아들 설씨가 가끔 동네 슈퍼마켓 등에서 음식물과 반찬을 사서 어머니와 함께 끼니를 해결했다. 어머니 전씨는 집 밖을 나다니지 못할 정도로 거동이 어려웠다.’
모자 사망사건을 다룬 이 신문기사는 ‘아들 설씨가 10년 전부터 다리에 힘이 빠지는 질병을 앓아 왔다’고 썼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설씨는 질병이 아니라, 몸에서 근육이 점차 이완해 사망에 이르는 근이양증 중증장애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유추해보면, 장애와 가난으로 인해 아무 희망이 없었던 설씨는 매일 술만 마시다가 결국 술을 못 이겨 사망했다. 치매를 앓고 있던 노모는 아들이 사망하면서 먹지 못해 결국 굶어죽어야 했다.
달동네 빈민가에 사실상 버려진 이 모자 가정에, 외부에서의 구원의 손길은 전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흔한 자원봉사자도, 사회복지사도 이들 곁에 없었다. 누구도 이들 모자의 힘든 삶에 관심을 갖지 않았고, 이런 철저한 무관심이 장애를 가진 아들과 치매 어머니를 죽음의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이어 5월 12일 신문기사는 ‘대구 빌라서 50대 기초생활수급 장애인 분신 사망’ 소식을 전하고 있다. 기사를 보면, ‘11일 대구 동구 신암동 모 빌라 3층 이모(56)씨의 집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났다. 이 불로 빌라에 혼자 살던 뇌병변 3급 장애인인 이씨가 숨졌는데, 이씨는 불이 나기 직전 집주인에게 "돈을 빌려주지 않으면 불을 지르겠다"고 전화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생활고를 겪고 있던 이씨는 집주인에게 지급한 월세 보증금 300만원에서 수시로 돈을 빌려 썼으며, 이날 집주인이 "더 이상 보증금이 남아 있지 않아 빌려줄 수 없다"고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사에서 보듯 역시 가난이 한 장애인을 분신자살이라는 극한의 상황으로 내몰았다. 장애를 가지지 않았다면 이씨는 하다못해 속칭 노가다를 해서라도 먹고는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뇌병변장애로 인해 이씨는 취업을 거절당했고, 그 때문에 이씨는 세 끼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
분명 까다로운 기초생활수급제도가 이씨의 제도 진입을 완강하게 거부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이씨가 먹고 살 수 있었던 길은, 집주인에게 사정사정해서, 푼돈이라도 빌려서 비루한 삶을 연명하는 길 뿐이었다. 이게 집주인의 거부로 불가능해지자 더 이상의 삶을 이어가는 방법을 알지 못했던 이씨는 생의 마지막에서 자신의 몸을 태우는 극한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5월 15일 신문들은 ‘신병비관 장애인이 아파트 15층서 엘리베이터문을 부수고 투신자살’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기사에 따르면, ‘서울 노원구 중계동의 한 아파트 15층에서 뇌성마비 1급 장애인 오모(54)씨가 전동휠체어를 타고 엘리베이터 문에 수차례 돌진, 문을 부수고 아래로 몸을 던져 사망했다. 오씨는 사고 직전 부인에게 자신의 불편한 몸 때문에 피해를 끼쳐 미안하고, 부인을 위해 먼저 가는 게 맞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이상 세 건의 장애인 사망사건을 바라보면서, 장애인들이 여전히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게 문제다. 라고 지적하는 것은 공허하고 아무 의미가 없다. 문제의 본질은 장애인들이 여전히 장애를 가지게 되면 아무 희망이 없고, 취업이 되지 않아 극한의 가난에 시달려야 하며, 장애를 가진 게 가족에게 많이 미안한. 야만의 세상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무관심이 더해지면서 지금 장애인들이 죽음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데, 장애인들의 죽음의 행렬을 멈추게 할 수 있는 뚜렷한 방안은 없다는 것이다.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빌 뿐이다.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