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우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 > 대학생 기자단


장애우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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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총재는 최근 연설에서 차별금지법 입법을 들고 나왔다. 현재 장애우와 비장애우는 물론 중앙과 지방, 여성과 남성의 사회경제적 불평등, 기회불균 등의 시정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최근 신한국당과 정부가 제출한 장애인복지법에도 여성장애우에 대한 차별금지조항이 포함되었지만 좀더 포괄적이고 강력한 차별금지 조치가 필요하다는 여론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장애우 차별이 극심한 나라에서는 차별금지법은 반드시 필요하며, 그 외의 대안은 없다고 보여진다. 참고로 이미 아프리카 여러 국가들은 차별금지법을 마련한 상태이다. 짐바브웨, 말리, 남아프리카공화국, 잠비아, 보츠와, 우간다 등이 지난 10년 사이에 장애우 차별금지법을 마련한 나라들이다. 이는 80년대 유엔이 아프리카에서 집중적으로 개최했던 장애우차별금지 회의의 영향이 크다. 이와 같은 노력의 결과 아프리카의 장애우들은 정부관리, 기업인, 대학교수, 전문직에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다. 우간다에서는 장애우 국회의원이 다섯 명이나 탄생했고 여성장애우 대법관이 탄생했다. 현재 아프리카 각국에서는 한 명 이상의 국회의원이 탄생하기도 했다(6/5 부산). 이전까지만 해도 아프리카 장애우는 신의 저주를 받은 사람으로 인정돼 학교에도 다니지 못했고 몇 년 전만 해도 장애아동은 집에서 떨어진 움막 같은 곳에 갇혀 생활해야 했다.

  과연 우리나라에서도 강력한 차별금지법이 제정될 지 미지수지만 아프리카보다 못한 장애우 정책이라는 국가적 망신을 씻기 위해서라도 적극 검토할 만하다.

  한편 장애우 관련 법안이 양산되고 있으나 시행상에 문제점이 많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구 매일신문은 그 예로 내년 4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장애우 편의증진법안이 주택법, 통신법, 교통법 등 관련법규와 상반되는 내용이 많아 시행령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6/14 대구 매일)

  또 장애인고용촉진법 규정이 농촌의 현실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상시근로자 3백인 이상 업체를 장애우 의무고용업체로 규정하고 있으나 농촌지역이나 중소도시에는 이만한 규모의 업체가 흔하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괴산 지역의 경우 이 규정을 충족하는 회사가 전무하기 때문에 장애우의 취업이 불가능한 상황이다.(6/13 동양)

 

 

최형우 고문, 한국판 루즈벨트 가능한가?

 

  지난 6월 11일 신한국당의 최형우 고문이 뇌졸증으로 쓰러진 지 석 달만에 휠체어를 탄 채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다. 독일로 언어치료를 받기 위해 출국하는 길이었다. 지금까지의 그의 재활은 대단히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신체장애를 면할지의 여부는 의문이다. 최 고문의 재활과정과 장애체험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최 고문의 재활 과정은 일반 장애우들의 재활과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최 고문은 발병 당시에는 목숨이 위태로울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5월 말 서울대병원을 퇴원할 즈음에는 지팡이를 짚고 병원 안을 돌아다닐 수 있는 단계까지 회복되었다. 언어기능도 의사전달은 어렵지만 간단한 문장 정도를 구사할 수 있는 단계까지 도달했다. 강렬한 재기의지와, 국내 의료기술을 총동원한 질 높은 치료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의료계의 반응도 각별했다. 서울대병원을 퇴원하고 한방치료를 받기로 결정하자 병원들간에 유치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고문이 입원이 병원 홍보에 커다란 도움이 되고, 병세가 좋아질 경우 의료기술의 위상이 높아진다는 이유 때문이었다.(5/19 동아) 뇌 분야 치료에서 세계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는 독일에서 치료를 마치면 그의 건강상태는 몰라보게 향상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하나의 관심은 최 고문의 건강이 정치에 미치는 영향이다. 최 고문은 3월 11일 이후로 정치무대에서 증발했으나 언론은 여전히 최 고문을 주목하고 있다. 그가 대선 향방에 결정적인 열쇠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최 고문이 장애로 인해 대권대열에서는 물러난 상태지만 최근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소위 정발협(정치발전협의회)의 상당수가 최 고문의 세력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가 전당대회가 열리는 7월 21일까지 말문이 터진다면 대권 후보 중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가 현재 정치계의 초미의 관심사이다.

  지금으로서는 최 고문의 건강이 어느 정도까지 회복될지 분명치 않다. 만일 그가 장애를 입은  상태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회복해 한국판 루즈벨트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가 재기에 성공할 경우 그의 장애 체험이 복지정책에 어떤 영향력을 끼칠 것인지도 관심거리이다.

 

 

장애우 스포츠 보편화, 체육시설은 반(反)장애 공간

 

  지난 6월 2일 새벽, 국내 방송은 앞다투어 캐나다에서 벌어진 100M 달리기 세계 최강을 가리는 도노반 베일리와 마이클 존슨의 대결을 중계방송했다. 그런데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이 경기 직전 장애우 100M 세계 최강 대결이 있었다. 미국의 토니 볼펜테스트가 11초 69라는 기록으로 호주의 닐풀러를 누르고 세계 1인자의 자리를 지켰다.(6/2 한국) 기왕 인심쓰는 김에 이 대결까지 중계해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처럼 스포츠대회를 치를 때 장애우 종목을 함께 치르는 것이 보편적인 추세이다. 장애우들이 즐기는 스포츠도 영역의 한계가 없을 만큼 장벽이 사라졌다. 선진 복지국의 경우 휠체어 번지점프에 심지어는 휠체어 글라이딩까지 장애우스포츠의 영역에 끌어들이고 있다.

  이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 국내 장애우들이 즐기는 스포츠의 양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휠체어 농구, 좌식배구는 보편화된지 오래이고 최근에는 볼링과 휠체어 테니스, 스키까지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기독교 케이블TV "사랑으로 여는 세상"은 시각장애우들의 패러글라이딩 도전과 정신지체인의 열기구 도전을 기획하기도 했다.

  장애인 특성상 도전하기 어려운 종목에서 뛰어난 실력을 발휘하는 장애우들도 찾아보기 어렵지 않다. 뇌성마비장애우인 최광덕씨(25)는 강원도에서 열린 보디빌딩대회에서 동메달을 차지했고(5/12 강원), 사이클 선수 최광식씨(오른팔 절단)는 구리시에서 남해대교까지 왕복 820M를 36시간 동안 쉬지 않고 달려 기네스북에 오르는 기록을 작성한 바 있다.(5/23 경향)


지난 3월 제1회 장애우 역도 대회에서는 정신지체선수가 금메달을 따냈는데, 힘과 지혜를 필요로 하는 종목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손문규씨는 신체의 균형이 절대적인 육상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손문규씨는 선천적인 성장장애로 오른손에 장애가 있는데 6월 20일 전국종별육상선수권에서 5000M에서 우승을 했다. 손 씨는 97동아 마라톤에서 2시간 14분 32의 기록을 세워 이봉주를 이을 차세대 주자라 꼽히고 있다.

  한편 지난 5월 27일에는 대구에서 열린 제1회 코리아컵 국제휠체어테니스는 지방에서 처음으로 유치하는 국제대회라는 점, 기업이 직접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장애우스포츠사의 한 획을 긋는 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영남일보의 타일간지와 방송은 이 대회에 대해 단 몇 줄의 기사도 싣지 않아 장애우스포츠에 대한 무관심을 반영했다.

 

 

월드컵 경기장에 장애우편의시설을

 

  이처럼 국내에서도 장애우스포츠가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나 장애우가 스포츠를 즐기기 위해서는 만만치 않은 장벽이 가로 놓여 있다. 장애우편의시설이 갖추어진 경기장이 드물고 이용을 한다 하더라도 장애우라는 이유로 입장거부를 당하는 일이 많다. 얼마 전 장애우체육대회에 참석했던 대전 원명학교 학생들은 대전시내 수영장들과 이용객들로부터 장애우라는 이유로 입장을 거부당해 연습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5/19 동양) 휠체어테니스를 즐기는 한 장애우는 코트가 망가진다는 이유로 쫓겨난 경험을 갖고 있다.

  한편 프로농구나 프로야구 경기에 장애우를 무료 초청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그러나 국내 경기장은 장애우편의시설이 완벽하게 무시되는 반장애 공간에 해당해 장애우의 접근이 거의 불가능하다. 장애우가 스포츠를 관람하려면 지하철의 몇 배나 되는 가파른 계단을 오르내려야만 하는 실정이다.

  이는 98년 프랑스월드컵이 열릴 생 드니 메인스타디움과 비교해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생 드니 경기장은 1천석을 장애우석으로 확보하고 원형접근로를 채택해 휠체어가 다닐 수 있게 했으며, 5대의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장애우 전용주차장에서 곧바로 스탠드로 들어갈 수 있게 했다.(6/9 스포츠조선) 우리나라에서도 2002년 월드컵을 대비해 대규모 경기장이 설립될 예정이나 그 계획에 단 1%라도 장애우에 대한 고려가 포함되어 있을는지 의문이다. 월드컵을 유치한 것에만 들뜰 것이 아니라, 장애우가 함께 즐길 권리를 보장하는 발상의 전환이 있어야 할 것이다.

작성자이현준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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