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를 탄생시키는 믿음은 깨져야 > 지난 칼럼


혐오를 탄생시키는 믿음은 깨져야

성소수자 혐오의 종교 믿음과 장애인을 배제하는 우생학의 믿음

본문

글. 명숙/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
 
 
“신천지교회 이만희 목사와 그 세력들에게 저주를 내려주시옵소서”
저주라니, 기자회견을 하러 지나가다 우연히 설교 내용을 듣고 깜짝 놀랐다. 올해 2월의 일이다. 정광훈 목사로 대표되는 일군의 사람들이 무대를 설치하고 몇 달째 예배를 보고 있던 때다. 당시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대구의 신천지를 중심으로 집단 감염된 상황이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도록 방역 의무를 지키지 않은 신천지교회의 책임을 묻고 비판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저주를 하는 건 다르지 않나.
목사의 설교 내용으로는 더 부적절해 보였다. 욕설을 섞어가며 설교하는 그 내용이 더 살벌하게 다가왔다. ‘저주’라니, 눈살만이 아니라 온몸이 찌푸려졌다.
필자는 종교가 없는 사람으로서 신앙인은 아니지만, ‘믿음, 소망, 사랑 중에서도 으뜸은 사랑’이라고 설파하는 기독교에서 저주는 아니다 싶었다. 저주의 낱말 뜻이 ‘남에게 재앙이나 불행이 일어나도록 빌고 바람’이니 사랑과는 거리가 멀다. 
 
 
성소수자를 축복한 죄?
그러다 몇 개월 있다가 성소수자를 축복했다는 이유로, 이동환 목사가 감리교단 징계위에 회부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정말 당황스러웠다. 저주가 아니라 축복을 내리는 것을 처벌하다니, 말이 안 나왔다.
이동환 목사는 2019년 8월 31일 인천에서 열린 ‘인천 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 그리스도인들을 축복하는 성소수자 축복식의 집례자 중 한 사람이었다. 그는 대한기독교감리회 경기연회(이하 기감 경기연회)에 속한 교회의 목사로, 충청연회·중부연회 목회자들이 '이동환 목사는 동성애 지지자'라면서 경기연회에 청원서를 내며 문제를 제기했고, 경기연회 심사위원회는 재판위원회에 기소했다. 2015년 신설된 ‘교리와 장정’ 재판법 3조 8항이 근거였다.
이 목사는 경위서도 제출하였으나, 경기연회 자격심사위원회는 다시는 성소수자를 옹호하는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요구했다. 그는 “여전히 성소수자를 포함한 이 땅의 사회적 약자들을 향한 교회 안팎의 목회사역, 선교 사역이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사명”으로 알기에, 그런 각서는 쓸 수 없다며 각서를 대신하는 글을 보냈다.
축복을 처벌하겠다는 기감 경기연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개신교 내부만이 아니라, 외부에서도 이목사의 행동에 지지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았다. 6월 24일 광화문에 있는 대한기독교감리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 ‘축복이 혐오를 이긴다’고 목소리를 냈다. 성소수자차별을 강화하고 과거의 법으로 처벌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에 대해 여러 언론이 보도했다. 그래서 재판에서 이동환 목사에게 설마 중형을 선고하리라고는 예상하지 않았다. 그러나 10월 재판위원회는 “성의를 착용하여 동성애자 축복식을 집례함으로써 동성애에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를 하였다”며 자격정지 2년을 선고했다. 
 
 
범죄라는 낙인의 공식화
2년 정직이라는 결과를 듣고 눈물이 났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 때문이다. 이번 선고는 이동환 목사 개인에 대한 징계로 머물지 않으며 이는 바로 ‘더 이상 성소수자를(축복해야 할) 사람으로 여기지 말라’는 선포다. 이제 성소수자를 사람 취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또한 이번 결정이 불합리하고 명백한 차별이라고 여길지라도, 많은 감리교 목사들은 꺼려 할 것이다. 무엇보다 성소수자들 중 개신교인들은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신의 은총과 목회자의 축복을 받으면 안 되는 존재로, 한 사람의 존재를 공식화한다는 것은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비록 국가의 법률이 아닌 종교 내부의 재판이라고 하지만,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너무나 절망적이다. 처벌의 근거 조항에는 동성애가 마약류의 범죄와 동일하게 나열돼 있다. 3조 8항 ‘마약법 위반, 도박 및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를 하였을 때’이다. 앞선 정광훈 류의 목사들이 타 교회의 목사와 성도들을 저주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개신교 내의 윤리는 인권과 떨어져 있어도 되는 것인가 묻게 된다.
성서의 해석은 문자적 해석에 머물 수 없고, 시대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개신교가 가톨릭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새로운 기독윤리를 만든 역사를 돌아봐도 그렇다. 성서에 나와 있듯이 부인은 남편의 말에 복종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현대사회에 없듯이 말이다. 그동안 여성이나 흑인에게 안수를 주지 않았던 개신교 내의 차별적인 관행도 사라진 시대다.
 
 
 
 
 
 
혐오를 탄생시키는 믿음을 깨야
그러나 유독 동성애에 대해서만, 성소수자 인권에 대해서만 문자적 해석을 강조하는 한국사회의 개신교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보아야 할까. 문자적 해석을 통해 유지하려는 건 권력과 문화의 존재다. 아마도 그들이 차별적인 종교적 윤리와 믿음을 만들었을 것이다. 사회의 다수를 차지하는 가부장적인 이성애 중심주의자들, 그들은 다름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기에 사회에 버젓이 존재하는 사람들을 사람으로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이러한 편협한 성서 해석으로 성소수자를 배제하는 종교적 믿음은 깨져야 한다. 그래야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존엄하다’는 최소한의 기본 전제를 지킬 수 있다.
잘못된 신념으로 사람들을 차별하고 학살했던 역사를 우리는 이미 경험했다. 장애인과 특정 인종 등을 말살하려 했던 우생학이 대표적이다. 우생학의 논리를 내세워 인권침해를 했던 집단이 독일 나치였다. ‘유전적 결함을 지닌 자손의 예방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37만 5천 명을 대상으로 단종수술을 했고, 장애인 안락사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나치는 유대인뿐 아니라 장애인, 성소수자들을 위대한 게르만 민족의 번영을 위해 사라져야 할 존재로 여겼다. 우생학을 신봉한 나라는 단지 나치만이 아니다. 미국은 1974년 단종법이 폐지될 때까지, 공식적으로만 6만5천여 명의 장애인을 강제로 단종수술했다.
이는 비단 외국의 사례로 그치지 않는다. 일본 강점기 만들어진 소록도 수용시설에서 수많은 한센병 환자들은 강제로 단종수술을 받았고, 해방 후에도 소록도에서 단종수술은 이어졌다. 2002년에야 공식적으로 폐지됐고, 단종수술 등의 피해를 당한 사람들이 국가배상소송을 하였고 2017년 대법원에서 승소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아직도 대한민국 법제에 우생학의 논리는 남아있다. 소록도에 갇혀 있던 한센병 환자들이나 한센인 경험자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낙태죄를 명시한 「모자보건법」이 그렇다. 「모자보건법」 14조(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 1항 1호에는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우생학적(優生學的)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라고 명시돼있다. 여전히 장애인의 재생산권리를 보장하고 있지 않다. 21세기에 장애인을 열등한 존재, 평등하게 존엄한 사람으로 보지 않는 논리가 법에 버젓이 명시돼 있는 것이다.
국가가 여성을 출산할 몸으로만 취급하며 재생산권리를 침범한 낙태죄는 사라져야 한다. 낙태죄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2019년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낙태죄를 명시한 형법 외에도 모자보건법도 해당 조항을 없애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해당 조항을 폐지하지 않고, 유지하면서 허용하는 임신중지의 범위만 조금 늘리는 법 개정안을 냈다. 우생학적의 조항이나 문구는 그대로 있는 꼼수 개정안이다.
이동환 목사에 대한 종교재판의 결과와, 정부가 내놓은 모자보건법에 버젓이 유지된 우생학의 논리를 보며 생각해 본다. 잘못된 믿음은 사람들을 확고한 차별주의자로 만드는구나. 우리가 인간으로서 꼭 지켜야 할 믿음은 무엇인가. 그것은 모든 존재들의 평등함과 인간의 존엄성이 아닐까.
 
 
작성자최고관리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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