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하고 서툴어도 조금 차밍하게? > 지난 칼럼


불편하고 서툴어도 조금 차밍하게?

시간도 들고 공을 들지만 하나씩 하나씩 맞춰서

본문

글. 변미양/지체장애인. 오사카 거주
 
 
 
 
‘차밍 케어몰(charming care mall)’? 무슨 패션회사 이름인가 싶기도 한데, 그 기사 내용을 읽어보니 약간 의외였어요. 질병이나 장애가 있는 아이들과 그 가족들을 위한 기업활동이래요. 병명이나 증상에 대응하여 정보를 제공하고, 각각의 어려움을 찾아 그에 맞는 맞춤형 제품을 제공하도록 하는 사이트라고 하네요. 외면하거나 찌푸릴지도 모르는 세상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우선은 이용하는 장애아 당사자가 불편하지 않도록, 그리고 도와주는 사람들이 편리하도록, 거기에다가 보는 사람들에게도 “귀엽다, 저런 디자인과 색깔 참 좋으네!”라고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아이템이 개발된다면 금상첨화겠죠.
이름 그대로 매력적인 케어용품, 이용자의 목소리가 모아져 탄생한 제품들이 대부분이라는데, 현재 45군데의 기업으로부터 550점 이상의 제품들이 출품되고 있다고 하네요. 장애아의 성장과 발육에 따라 아이를 돌보면서 그때마다 고민하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이 산더미 같겠지만, 코로나가 장기화하고 있는 요즘은 중증장애나 질병으로 시설이나 병원에 입원하고 있는 자녀들과의 면회조차도 제한받고 있잖아요. 그렇기에 홀로 통증이나 장애와 싸우고 있는 아이들과 가족들에게 보내는 응원의 뜻으로, 소중히 모아온 장애아 맞춤형 제품 전시회를 마련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저마다 다른 장애나 질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의 육아로 고립되어 있는 부모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만한 물품이나 정보를 제공하고, 물건은 구입하지 않아도 비슷한 입장에 있는 부모들이 우연히라도 만나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주최자의 소개였어요.
전시회장은 오사카에서 전철로 1시간 정도 떨어진 고베시의 마루이라는 유명 백화점 이벤트홀로, 10월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간 열린다고 했어요. 그리 멀지도 않고 바람도 쐴 겸 한번 가보면 좋겠네…. 고베시는 오사카를 찾는 분들이 하루 관광 코스로 즐겨 찾는 곳으로, 전철로 1시간 반 정도 걸리지 않을까 싶어요. 예전부터 오사카가 서민들의 웅성웅성한 분위기라면, 고베는 세련되고 우아한 분위기라는 평판이에요. 일찍부터 서양인들에게 개방된 항구도시로 유럽풍의 거리도 있고, 특히 한국에서도 고베를 현지 촬영지로 한 드라마가 인기를 끌어서 한국 분들께도 많이 소개되었다고 하던데요.
결국 혼자서는 가기가 어려웠고, 날짜가 임박하여 같이 가줄 만한 분도 찾지 못해 고베 방문은 무산되었어요. “꿩 대신 닭”이라고(고베가 꿩, 오사카가 닭이라고 오해하지는 말아 주세요), 대신 남편이 저녁 시간이 난다고 하여 삼사십 분이면 갈 수 있는 오사카시의 명소 난바라는 곳에 나가 보기로 했어요.
사실 요즘 코로나로 침체된 경기에 활기를 불어넣자는 방책의 하나로 코로나 감염대책을 실행하고 있는 시내의 지정된 식당을 이용하면 점심 식사는 500엔, 저녁 식사는 1000엔이 포인트로 환원되어 그 다음 식사 때는 그만큼 싸게 먹을 수 있다는 이벤트가 실시되고 있거든요. 이왕이면 식당도 응원하고, 가격도 저렴해지는 곳에 가자는 심리가 작동된 거죠. 그간 영업시간 단축이나 휴업 요청에 따라, 번화가이던 이 거리에도 타격이 큰 것 같더라고요. 특히 거리를 꽉 채우게 찾아주던 한국과 중국으로부터의 관광객 발길이 끊어진 지금, 셔터를 내린 가게들도 꽤 눈에 띄어 코로나의 악영향이 실감 되었어요.
저녁을 푸짐하게 먹고 그리 붐비지 않는 거리를 산책하자니, 조금이라도 이전의 활기를 되찾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시도되고 있는 것 같았어요. 난바 거리를 대표하는 ‘구이타오레’라는 피에로 인형도 열심히 북을 치고 있었고, 마술이나 묘기, 악기 연주(마스크를 쓰고) 등을 펼치는 스트리트 퍼포먼스 코너도 마련돼 있었어요.
거리 입구에는 코로나 감염증 예방을 위한 알코올 손 소독기가 설치되어 있기도 했고요. 여섯 개의 공을 동시에 던지며 재빠른 손놀림을 자랑하는 퍼포먼스를 보며 저도 흥이 났고, 재주꾼도 더 신이 나라고 힘껏 박수를 보내주었어요. 모두가 코로나라는 장애를 안고 생활하고 있는 지금 이 시간이죠. 아직 가는 길이 멀겠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서툴고 난처한 거 투성이겠지만, 이런 시행착오와 노력을 되풀이하면서 어쩌면 장애아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이 조금은 이해가 될 것도 같아요. 시간도 노력도 많이 들지만, 하나하나 맞춰가며 몇 번이나 실패해도 다시 맞서가는 그 손길이…. 
작성자최고관리자  cowalk1004@daum.net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함께걸음 페이스북 바로가기
함께걸음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제호 : 디지털 함께걸음
주소 : 우)07236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의사당대로22, 이룸센터 3층 303호
대표전화 : (02) 2675-8672  /  Fax : (02) 2675-8675
등록번호 : 서울아00388  /  등록(발행)일 : 2007년 6월 26일
발행 :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  발행인 : 김성재 
편집인 : 이미정  /  청소년보호책임자 : 노태호
별도의 표시가 없는 한 '함께걸음'이 생산한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by
Copyright © 2021 함께걸음. All rights reserved. Supported by 푸른아이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