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바 축제 속으로 떠나는 우리들의 나눔 여행 > 도민 기자단


품바 축제 속으로 떠나는 우리들의 나눔 여행

충청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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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성 품바 축제
 
여행이란 무엇인가. 홀로 혹은 누군가와 함께 손을 맞잡고 걸음을 맞춰 어딘가로 떠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여행을 떠나는 이들은 반짝이며 빛나는, 재미있고 즐거운 순간으로 가득 채우고 싶어 한다. 이러한 여행을 위해서 우리는 종종 축제에 참여하고 축제를 즐기곤 한다.
 
그렇다면 축제란 무엇인가. 축제는 한 사회나 집단의 남기고 싶은 기억과 정체성을 기념하기 위해서 열린다. 동시에 해방의 순간이기도 하다. 러시아 문학자 바흐친은 축제를 일컬어 ‘공식 질서가 무너지는 전복의 시간’이라고 보았다. 평소 하지 않았던 행동을 하면서 삶에서 억눌렸던 이야기를 뱉고 춤추는 해방인 것이다. 누군가는 반짝이는 조명 아래에서 맛있는 음식과 좋은 음악을 듣는 오감의 설렘이라고 말한다. 좋고 즐거운 무언가를 타인과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축제란 인간에게 기억하고 싶은 것, 나누고 싶은 것, 벗어나고 싶은 것, 끝내 다시 이어지는 힘이 하나의 그릇 속에 버무리고 비벼져 폭발하는 날이라고 생각한다.
 
충청북도 음성군에서는 매년 사람과 나눔을 실천하는 축제의 장이 열린다. 바로 ‘음성 품바 축제’다. 초여름이 시작되는 5월에 많은 도민이 모여서 함께 노래를 부르고 최고의 품바를 뽑는 대회에 참여하면서 품바의 정신을 잇는다. 품바란 각설이 타령의 후렴구에 사용되는 일종의 장단구실을 하는 의성어로 전해왔다. 올해는 6월 11일(수)부터 6월 15일(일)까지 음성읍 설성공원 및 꽃동네에서 열려 장장 5일간의 여행과도 같은 축제를 즐길 수 있었다. 기자는 축제가 정점을 찍는 날인 6월 14일에 한 명의 품바가 되어 사랑과 나눔의 여행을 즐겼다.
 
△ 음성 품바 축제의 최귀동 할아버지 거리 모습
 
음성 품바 축제의 시작은 거지 성자로 불리는 故최귀동 할아버지의 삶을 기억하고 그의 정신을 본받아 살아가자는 취지였다. 현재까지 26회를 맞이하였고 날이 갈수록 시끌벅적 다채롭고 흥겨운 프로그램들을 선보이고 있다. 그는 걸인들을 먹여 살린 선인으로 음성이 꽃동네로 불리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자신 역시 장애를 가진 몸이지만 숭고한 박애 정신을 바탕으로 나누는 삶을 살아낸 훌륭한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최귀동 할아버지는 정신 및 신체장애를 지닌 이로, 특히 정신장애가 생기며 청각·시각적 어려움도 함께 겪은 인물이었다. 일제강점기 징용과 혹독한 노동으로 정신에 큰 상처를 입은 그는 무극천 다리 밑에서 정신·시각·폐병·알코올 중독 등의 장애를 가진 걸인을 돌보며 살아갔다. 사진 속 최귀동 할아버지 거리가 위치한 장소가 그가 아름다운 삶을 살았던 무극천 다리 밑이다. 이러한 삶이 오웅진 신부에게 깊은 감동을 주어 1976년 ‘꽃동네 사랑의 집’ 설립의 밑거림이 되었고, 그의 헌신은 꽃동네 장애인 요양원 건립을 이끌었다. 그는 1990년 타계 후 눈을 젊은 맹인에게 기증하는 등 사랑의 나눔을 실천했다.
 
현대에 와서 시민들이 먹고 즐기며 품바가 되어 보는 시간을 갖는 의미에서 진행되며 축제 자체는 충청북도 최우수 축제로 지정될 만큼 의미 있는 축제이기도 하다. 그렇게 최귀동 할아버지는 장애를 가진 몸으로 박애 정신을 살려 한 순간에 태어났다가 한 순간에 다시 떠나는 인생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우리는 종종 장애에 대한 편견을 가지곤 한다. 시각장애인은 앞을 볼 수 없으니까 상상력이 풍부하지 못할 거야, 지체장애인은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평범한 사람들처럼 살 수 없을 거야와 같은 생각은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편견으로 굳어진다. 얇고 투명해서 있는지도 잘 모르는 편견의 벽을 계속해서 두드려야 한다. 하룻방의 여행과 같았던 품바 축제의 장에서는 품바처럼 옷을 입고 웃으면서 돌아다니는 사람들, 휠체어를 탄 채 축제를 구경하는 장애인 모두가 함께 어우러져서 있는 공간이었다.
 
기자가 다녀온 ‘음성 품바 축제’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체험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국 품바 길놀이 퍼레이드, 품바 하우스 짓기 경연대회, 품바왕 선발대회, 품바 뮤지컬, 노숙인에게 사랑과 희망을, 품바 의상 체험, 천인의 비빔밥 및 엿치기 등 즐길 거리, 볼 거리가 넘쳐난다.
 
또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포용적 문화 축제로 거듭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행사장에는 휠체어 이용객을 위한 이동 경사로와 관람석이 마련되고, 품바 공연이 지닌 해학과 풍자의 공동체적 치유의 정신은 장애에 대한 편견을 허물고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는 계기로 작용하며, 웃음과 연대의 가치를 통해 지역 주민 모두가 함께 참여하는 축제의 의미를 더욱 확장시키고 있다. 더 나아가 충청도민 역시 품바 축제, 최귀동 할아버지의 정신을 기억하며 나눔의 여행을 떠나보기를 바란다.
작성자글과 사진. 충청지역 최은파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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