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금정구 회동수원지를 걷다, 모두를 위한 배리어프리 산책
도민기자단 / 경상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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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회동수원지 땅뫼산 황토 숲길 안내도 / (우) 맨발 걷기 체험이 가능한 황톳길 일부 구간
부산 금정구에 위치한 회동수원지는 조용한 호숫가와 숲길이 어우러진 걷기 좋은 장소다. 널리 알려진 관광지는 아니지만, 기자가 직접 둘러본 결과 배리어프리 관광지로 추천할 만한 요소가 충분한 곳이었다. 수변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탐방로는 울창한 나무 사이로 이어지고, 일부 구간에는 휠체어나 유모차도 안전하게 지날 수 있는 나무데크길이 마련돼 있다. 자연을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으면서, 다양한 보행 조건을 고려한 설계가 인상적이다.
자연 속의 초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길
회동수원지는 본래 시민들의 식수원으로 조성된 인공 저수지지만, 최근에는 주민들의 산책로이자 휴식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특히 무장애 접근성을 고려한 데크길 일부가 조성돼 있어 장애인이나 고령자, 유아 동반 가족도 무리 없이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부분적으로 마련돼 있다. 탐방로를 따라 걷다 보면 흙길과 나무데크길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각각의 감각을 선사한다.
특히 일부 구간에는 맨발로 걸을 수 있는 황톳길이 조성돼 있어, 흙의 촉감과 온기를 발바닥으로 직접 느낄 수 있다. 습하지 않고 폭신하게 다져진 황톳길은 고령자나 어린이 동반 가족들에게도 인기 있는 산책 코스다.
반면, 휠체어나 유모차 이용자에게는 나무데크길 구간이 유용하다. 데크 위를 따라 천천히 이어지는 평탄한 길은 보행에 불편이 있는 이들도 자연과 어울려 걸을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황톳길과 데크길이 함께 존재하는 회동수원지 탐방로는 감각의 다양성과 이동성의 접근성을 동시에 고민한 흔적이 엿보이는 공간이다.

△ 회동수원지 탐방로 중 나무데크길이 조성된 구간 전경
다만, 아직은 완전하지 않은 길
그러나 전 구간이 무장애 환경으로 완성돼 있는 것은 아니다. 데크길은 일부 구간까지만 조성돼 있고, 이후 길은 흙길이나 경사로 전환되어 휠체어 접근이 어렵다. 또한 장애인 화장실이나 전용 주차공간, 촉지 가능한 안내도 등 기본 편의시설도 일부에만 국한돼 있다. 정보 전달 역시 여전히 비장애인을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시각·청각 장애인을 위한 안내 체계는 보완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동수원지는 ‘배리어프리 관광’을 실천할 수 있는 좋은 예비 장소로서 충분한 여지를 지닌다.
느리게, 함께 걷는 길을 상상하며
관광은 단지 ‘어딘가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곳을 느끼고 경험하는 모든 감각의 과정이다. 또한, 관광은 특정한 사람만을 위한 경험이 아니다. 누구든, 어떤 신체 조건이든 ‘나만의 속도’로 자연을 감각하고 머무를 수 있어야 한다. 회동수원지는 향후 다음과 같은 개선이 병행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공간에 접근하고, 머물고,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 전 구간 무장애 데크 연결
● 시각·청각·지체 장애유형별 맞춤 정보 제공(수어, 오디오 가이드 등)
● 촉각 안내, 수어 해설 등 감각적 다양성을 포용한 안내 체계 마련
● 장애 당사자 및 고령자 중심의 지속적인 사용자 피드백 시스템 구축
배리어프리, 누구의 것도 아닌 모두의 길
배리어프리는 소수를 위한 특별한 배려가 아니라, 모두에게 필요한 기본 환경이어야 한다. 누구든 걸을 수 있고, 머물 수 있고, 자연을 감각할 수 있는 권리의 공간이어야 한다. 회동수원지는 아직 완성된 곳은 아니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 이곳이 ‘함께 걷는 길’로 천천히 나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노인과 청년, 보행 약자와 유모차를 끄는 부모까지… 누구든 일상의 여유 속에서 자연을 감상하고 회복할 수 있는 장소. 아직은 낯설고 조금은 덜 준비됐지만, 그렇기에 함께 만들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부산에 살고 있거나 방문할 예정이라면, 회동수원지에서의 ‘느린 산책’을 한 번쯤 추천하고 싶다.
작성자글과 사진. 경상지역 배소혜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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