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도 이런 대회가 생겼다” 300명이 함께한 첫걸음, 그리고 새로운 가능성
도민기자단 / 경상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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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광역시장애인e스포츠연맹 제공
경기장을 가득 채운 열기와 설렘
지난 11월 16일, 부산 해운대구 한마음스포츠센터에서 ‘제1회 부산시장배 장애인 e스포츠 대회’가 개최되었다. 부산에서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공식 e스포츠 대회는 이번이 사실상 첫 사례로, 지역 장애인 체육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한 뜻깊은 자리였다. 오전 8시 30분 선수 등록이 시작되면서 경기장은 이른 시간부터 긴장과 설렘으로 가득 찼고, 약 300명에 달하는 선수와 가족, 관계자들이 참여해 뜨거운 관심을 보여주었다. 개회식에서는 발달장애인 사물놀이패의 영남사물놀이와 진도북놀이 공연이 펼쳐져 현장의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켰다.
누구에게나 열린 참여 구조, 다양한 종목 구성
이번 대회는 e스포츠 경험 유무와 무관하게 부산·울산·경남에 거주하며 장애인 복지카드를 소지한 지체·뇌병변·발달장애인이라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었다. 선수들은 PC 종목인 리그오브레전드와 FC 온라인, 확장현실 기술을 적용한 XR 휠체어 레이싱, 그리고 닌텐도 스위치를 활용한 테니스·볼링·검술 등 다양한 종목에서 실력을 겨루었다. 특히 닌텐도 스위치 종목은 접근성이 높아 초보 참가자도 부담 없이 경쟁할 수 있어 현장 반응이 매우 뜨거웠다. 경기 종료 후에는 부모와 아이가 함께 즐기는 이벤트 경기와 포토 부스가 운영되며, 대회 전반에 걸쳐 축제 분위기가 이어졌다.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는 민상원 선수가 뛰어난 팀 전술 운영으로 우승을 차지하며 눈길을 끌었다. FC온라인에서는 김효범 선수가 안정적인 경기력으로 1위를 기록했다. 닌텐도 스위치 테니스·검술·볼링 등 생활형 e스포츠 종목에서는 조민석, 권유준, 김재원 등의 선수들이 각 종목의 챔피언에 올랐다. 특히 휠체어레이싱 종목에서는 이경주 선수가 역동적인 움직임과 정확한 조작으로 우승을 차지해 큰 박수를 받았다.
각 종목 수상자 명단은 다음과 같다.
리그 오브 레전드: 1위 민상원 / 2위 류재성 / 3위 문원수
FC온라인: 1위 김효범 / 2위 장승우 / 3위 정주윤
닌텐도 스위치 테니스: 1위 조민석 / 2위 변해율 / 3위 황현재
닌텐도 스위치 검술: 1위 권유준 / 2위 이승윤 / 3위 이민율
닌텐도 스위치 볼링: 1위 김재원 / 2위 김태규 / 3위 전승민
휠체어레이싱: 1위 이경주 / 2위 김수환 / 3위 오창중
학부모가 전한 진심 어린 후기
부산시 홈페이지에는 대회에 참석한 한 학부모의 후기가 길게 게시되었다. 자폐성 장애를 가진 아들이 닌텐도 스위치 볼링 종목에 참여했다고 밝히며, 경기 성적과 관계없이 아들이 경기를 즐기는 모습을 지켜본 것만으로도 부모로서 큰 만족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부산에서는 장애인을 위한 e스포츠 대회가 거의 없었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고 전하며, 이러한 기회가 더 넓어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 부모와 자녀가 함께 참여하는 이벤트 경기를 “어릴 적 운동회를 떠올리게 하는 순간”이라고 표현하며, e스포츠가 장애 자녀와 부모 간 소통의 새로운 접점을 만들어주고 있다는 점을 특별히 의미 있게 평가했다.
부산이 보여준 가능성과 앞으로의 과제
영상 축전으로 대회에 참여한 박형준 부산시장은 이번 행사가 장애인 e스포츠 문화의 시작이 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참가자 모집은 선착순 100명으로 제한되어 있었음에도 빠르게 마감되는 등 관심이 매우 높았으며, 이는 장애인 스포츠 참여의 선택지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특수체육 및 장애인 e스포츠 관계자들은 이번 대회를 계기로 정기 리그 운영, 생활체육 프로그램 확대, 장애청소년·성인을 위한 전문 e스포츠 훈련 도입 등이 추진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처음’은 시작을 의미한다
제1회 부산시장배 장애인 e스포츠 대회는 단순한 시범 행사가 아니라 장애인 체육의 지평을 넓히는 중요한 첫걸음이었다. 누구나 함께 참여하고 응원했던 이 하루는, 부산이 무장애 도시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를 다시금 일깨워주는 계기이기도 했다. 이 대회가 일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고, 장애인 스포츠의 폭넓은 문을 여는 지속 가능한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기를 바라는 목소리가 높다. “처음이 있다는 것은 앞으로 계속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라는 말처럼, 이번 대회는 부산 장애인 체육의 새로운 미래를 여는 출발점이었다.
작성자글. 경상지역 배소혜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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