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고립, 장애인의 생존권
도민기자단 / 충청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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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란 무엇인가. 누군가에게는 온 세상을 하얗게 덮어주는 낭만의 계절이자, 포근한 이불 속에서 귤을 까먹는 휴식의 시간일 수 있다. 함박눈이 내리면 사람들은 창밖을 보며 감탄하고, 거리는 반짝이는 조명으로 물든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백색의 풍경 뒤편에는 전혀 다른 겨울을 맞이하는 이들이 있다.
그렇다면 장애인에게 겨울이란 무엇인가. 휠체어의 바퀴가 눈 속에 잠기고, 시각장애인의 눈이 되어주던 점자블록이 평평하게 사라지는 상실의 계절이다. 길이 끊기고 방이 식어가는, 가장 혹독한 고립의 시간이다. 기자는 눈이 쏟아지던 날, 충북의 거리에서 멈춰 설 수밖에 없었던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의 온도를 다시금 재어보고자 한다.
얼마 후면 눈이 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겨울의 한복판에서 마주한 현실은 차가웠다.
충북 청주시는 지난 2023년부터 ‘무장애 도시 만들기’ 사업을 추진해왔다. 시내 주요 구간에 점자블록, 자동문, 경사로 등을 설치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겨울철에는 무용지물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제설 작업이 신속하게 이루어지는 차도와 달리, 인도는 꽁꽁 얼어붙거나 치워진 눈더미가 쌓이는 적치장이 되기 일쑤다. 휠체어를 탄 이용자들은 눈이 쌓인 보도 위에서 멈추고, 점자블록은 미끄러워 위험하다. 결국 이동권은 계절에 따라 변하면 안 되는 권리지만, 겨울철 제설 대책에는 아직도 ‘장애인 접근성’이 빠져 있다.
이동권만이 문제가 아니다. 겨울은 생존을 위협하는 주거의 한기로도 찾아온다. 전기세가 무서워서 보일러를 켤 수가 없는 경우로 방은 바깥 날씨와 별반 다르지 않다. 정부는 에너지바우처를 통해 난방비를 지원한다고 하지만, 충청권 자활센터의 조사 결과 실제 신청률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복잡한 신청 절차와 비대면 행정 시스템은 정보 접근성이 낮은 장애인들에게 또 다른 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낙담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강추위와 폭설에도 차도가 얼지 않도록 열선 시스템이 적용된 도로가 늘어가고 있는 요즘이다. 잠시 눈을 돌려 인도를 비롯해 점자블록과 선형블록에도 열선 시스템이 도입되길 바란다. 이는 자동 감지센서가 눈을 인식하면 보도 표면을 데워 얼음을 녹이는 방식이다. 이런 시도는 충청권 내 타 지자체로도 점차 확산되길 소망한다.
충북은 올해 300가구 이상을 대상으로 단열 시공과 창호 교체를 지원하는 ‘주거환경 개선사업’을 확대했다.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지원의 손길이 주로 ‘중증 등록 장애인’에게 쏠려 있어,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경증장애인이나 비등록 가구는 여전히 냉골 같은 방에서 겨울을 버텨야 한다. 따뜻한 주거라는 슬로건이 실제 개인의 삶 속에 온기로 닿기까지는 아직 건너야 할 눈밭이 넓다.
(사진 2: Chat GPT를 활용하여 제작한 자료 – 힘께 나아가는 우리 사회의 모습)
얼어붙은 땅에도 희망의 싹은 튼다. 열선형 인도 경사로나, 취약계층 장애인가구 주거환경개선사업은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눈을 감지해 자동으로 길을 녹이는 기술, 행정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을 지역 공동체가 메우는 노력. 이것은 단순한 복지가 아니다. 당신도 이 겨울을 안전하게 건널 권리가 있다고 말해주는 사회적 동행이다. 충청도 역시 이러한 기술적, 공동체적 시도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겨울은 단순한 날씨가 아니라, 그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드러내는 리트머스 시험지와 같다. 경사로가 얼어붙는 것은 기온 때문만이 아니라 예산의 우선순위 때문이고, 방이 추운 것은 날씨 때문만이 아니라 배려의 부재 때문이다.
우리는 종종 “함께 가자”고 말한다. 진정한 ‘함께’란 날이 좋을 때 산책하는 것이 아니라, 눈보라가 칠 때 서로의 손을 잡고 체온을 나누며 길을 내는 일일 것이다. 눈은 여전히 내리고, 도시는 화려하게 빛난다. 그 빛이 소외된 이들의 차가운 방안까지, 꽁꽁 얼어붙은 경사로 위까지 골고루 비치기를 바란다.
작성자글. 충청지역 최은파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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