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에서 기록되는 발달장애인들의 '함께 꾸는 꿈'
도민기자단 / 전라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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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인구 2만 4천여 명 중 2천 6백여 명이 장애인인 곳 ‘진안’에서 2025년 12월, ‘함께 꾸는 꿈’이라는 이름으로 6번째 출판 기념회가 열렸다.
기록의 시작. ‘함께 꾸는 꿈’
산책하던 친구가 커다란 간판을 가리키며 “선생님 저건 뭐라고 읽어요?”라고 묻는다. 2019년 12월 ‘보듬’이라는 공간에서 처음 시작된 글쓰기 수업은 쉽지 않았다.
연습장에 오늘 한 일을 적다가도 “선생님 ‘보듬’이라고 칠판에 써 주세요”, "갔습니다 쓸 때 ‘ㅅ’이 두 개 들어가나요?”라고 연신 질문을 쏟아내기에 바빴고, 글을 쓰다가 틀리면 종이를 찢어버리기 일쑤였다.
그 후 발달장애 청소년, 청년들은 매주 2시간씩 글쓰기 수업이 진행됐고, 글쓰기 수업을 통해 쓰인 글들은 지역의 풀뿌리 지역신문인 ‘진안신문’ 어울림 마당에 매주 실렸다. 진안신문 어울림 마당에 실린 글들은 매년 ‘함께 꾸는 꿈’이라는 책자로 발간됐다. 더딘 과정이었지만, 그럼에도 한 장 한 장 채워나간 연습장의 글들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낸 것이다.
지역 주민과 함께 진안군 지역의 지리산 노고단을 방문했을 때는 노고단 정상에서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 두 분이 일행을 향해 “우리는 책을 쓰는 작가들”이라며 말을 걸어주셨다. 그러자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들은 보듬 친구가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외쳤다. “우리도 작가예요. 우리도 작년에 책을 냈고요, 올해도 책이 나와요.”
출판 기념회, 그리고 성장
매주 꾸준하게 글을 써 내려갔기 때문일까, 발달장애 청소년·청년들의 글솜씨는 날로 향상됐다. 맞춤법도, 글의 양도 이제는 수월하게 연습장 한 장을 빼곡히 채울 정도로 좋아졌다. 글쓰기 수업을 처음 시작할 때, ‘발달장애인들이 어떻게 글을 써?’라며 걱정했던 게 무색할 정도로 그 우려는 금세 해결이 됐다.
‘함께 꾸는 꿈’ 책을 보면 한 가지 주제가 상징적으로 떠오른다. 바로 ‘성장’이다. 말을 잘 하지 않고, 자기 이름 석 자도 적지 못했던 친구가 이제는 칠판에 자신의 이름을 크게 써 놓을 수 있게 됐고, 최중증장애를 가진 아동은 자전거를 타고 안천면에서부터 용담면까지 완주에 성공했다.
무더위가 심했던 올해 여름에 5박 6일 동안 자전거를 타고 지역을 누비는 시간도 가졌고, 재활로 시작했던 수영을 도 대회에서 메달을 딸 만큼 실력을 키우기도 했다. 산행할 때마다 눈물을 보였던 친구는 이제 더 이상 울지 않게 되었다.
이렇게 각자의 자리에서 조금씩 성장한 이야기는 ‘함께 꾸는 꿈’이라는 책자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학 진학과 취업을 위해 다른 지역으로 떠나는 일반 학생들과 달리, 발달장애 청소년들은 성인이 돼도 진안군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생활하게 된다. 많은 인식개선이 이루어졌지만, 아직도 발달장애 청소년, 청년들이 살아가기에는 힘들고 어려운 일이 많다.
어른이 된 발달장애인을 수염 난 아이라고 한다. 어른이 된 이 아이들은 ‘진안에서 살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수염 난 아이들’은 진안에서 살고 싶어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여러 구조적인 문제들이 아이뿐 아니라 부모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진안의 발달장애인들이 이루고 싶은 ‘꿈’
‘함께 꾸는 꿈’ 책에는 보듬의 발달장애 청소년들의 바람들이 적혀있다. ‘운전면허를 따고 싶다’, ‘굴삭기를 배우고 싶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벌고 싶다’ 등등.. 각자 하고 싶은 일도, 배우고 싶은 것도 참 많다.
‘함께 꾸는 꿈’을 그리고 사회로 나갈 틈새를 찾고 있는 발달장애인들, 사회는 과연 이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을까? 발달장애 학생들과 지역주민들이 소통하게 하여 동행하는 길. 모두가 고민하고 또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이다.
작성자글과 사진. 전라지역 이나리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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