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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일, 기념을 넘어 권리로. 대학 ‘디지털 장벽’ 여전히 높다

도민기자단 / 충청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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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경사로의 모습 - 출처: ‘제미나이’를 활용한 AI 이미지
 
매년 4월 20일은 달력에 장애인의 날로 표기되어 있다. 1981년 정부가 제정한 장애인의 날은 장애인에 대한 이해 증진과 재활 의욕 고취를 목적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장애인 단체와 당사자들은 이를 ‘장애인차별철폐의 날’로 재정의하며, 시혜 중심의 행사에서 벗어나 권리와 평등을 요구하는 집단행동의 날로 전환해왔다. 이 같은 명칭 전환과 집회의 전통은 2000년대 초반 이후 집단행동으로 자리 잡았고 일상적 차별을 정책으로 바꾸려는 사회적 요구로 이어졌다.
 
새로운 배움의 기쁨이 넘치는 대학 캠퍼스 역시 예외는 아니다. 우리는 과연 4월의 따스한 햇살만큼이나 평등한 학습권을 보장받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여전히 높기만 한 디지털 장벽에 가로막혀 누군가에게는 일상인 대학 홈페이지 접속이 정보 취약계층인 장애 학생들에게는 거대한 차별의 시작점이 되고 있다. 과연 대학 캠퍼스에서의 ‘디지털 경사로’는 어떻게 놓여 있을까.
 
3월호에서 조명한 충청대학교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의 「알기 쉬운 자료 기반 장애대학생 교과목 운영을 위한 업무협약」체결이라는 성과는 충청권 장애인 교육 복지의 가능성을 확인시켜 주었다. 하지만 국립특수교육원의 〈2023년 장애대학생 교육복지 지원 실태평가〉결과를 정밀 분석해 보면, 그 이면에는 심각한 양극화가 자리 잡고 있다.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장벽은 대학교 홈페이지이다. 자료에 따르면 입학 전 정보를 얻는 첫 번째 관문인 대학 홈페이지가 시각·청각 장애 학생들에게는 사실상 접근 금지 구역과 다름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웹 접근성 인증을 받지 않은 대학들을 대상으로 점검한 결과, 준수율 평균은 약 62%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웹 접근성 평가 점수가 100점 만점이어야 온전한 정보 공유가 가능한 것으로 보는데, 현재 우리 대학들의 평균 점수는 약 53점에 불과하다.
 
특히 대학의 메인 페이지와 입학 정보 사이트는 모든 학생에게 평등하게 열려 있어야 할 관문임에도 불구하고, 장애 학생들에게는 거대한 차별의 벽으로 작용한다. 조사 대상 중 메인 페이지 준수율은 약 57% 수준으로, 시각·청각 장애 학생들은 타인의 도움 없이는 입시 정보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디지털 소외’ 상태에 놓여 있다. 실제로 스크린 리더(시각장애인용 화면 낭독 프로그램)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페이지가 수두룩하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결함이 아니다. 대학이 장애 학생을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그들의 '알 권리'를 얼마나 보장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교육권의 척도이다. 입학 정보조차 제대로 얻지 못하는 환경에서 장애 학생이 어떻게 대학 입학을 꿈꾸고 전공 학습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겠는가.
 
근본 원인은 예산과 제도적 우선순위의 문제다. 인구 감소와 재정 압박 속에서 장애학생 지원 관련 예산은 후순위로 밀리는 경우가 많고, 대학의 자율성에 의존하는 현행 시스템은 열악한 재정 상황의 소규모·사립대학에서는 실질적 접근성 개선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결국 장애 학생을 위한 전문 속기사 고용이나 디지털 유니버설 디자인 도입은 먼 이야기이기만 하기만 하다.
 
4월 20일은 단지 기념일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권리와 동등한 시민성을 얼마나 실제로 보장하는지를 점검하는 날이다. 시혜 넘어 ‘차별철폐의 날’로 인식이 전환되어야 한다. 대학 캠퍼스의 봄이 모두에게 공평하려면 물리적 경사로가 이동권을 보장하듯, 디지털 경사로는 학습권을 보장해야 한다. 충청권에서 들려오는 각 대학교의 사례가 특별한 뉴스가 아닌 ‘당연한 일상’이 될 때, 비로소 우리는 4월 20일을 차별이 철폐된 진정한 봄으로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작성자글. 충청지역 최은파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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