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소리] 자주적이고 창조적인 장애우운동 > 대학생 기자단


[붓소리] 자주적이고 창조적인 장애우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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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세계인의 관심은 소련에 집중되어 있다. 생명보다 귀하게 여겼던 마르크스·레닌주의를 포기하고, 이상적 절대집단이었던 공산당이 해체되는가 하면 연방체제마저 붕괴되는 소련을 보면서 사회주의자들은 물론 자본주의자들도 당혹감과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아니 소련인 스스로도 이 페레스트로이카(개혁)의 격류가 어디까지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 사회 안에서도 소련의 변화에 대해 많은 논쟁이 오가고 있다. 이것을 자본주의의 승리로 보고 더욱 지배체제를 강화하고 보수화하는 입장이 있는가 하면, 반면에 사회주의의 실패가 아니라 개혁과 발전의 과정으로 보려는 입장도 있다. 그리고 너무도 쉽게 좌편향에서 우편향으로 전향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논쟁들은 그 변화의 본질을 파악하기보다 각기 자신들의 기존 입지를 고수하려는 아전인수격의 해석에 불과하다. 실제로 인간의 존엄성을 믿고 입지를 고수하려는 아전인수격의 해석에 불과하다. 실제로 인간의 존엄성을 믿고 이것의 실현인 자유와 평등의 정의로운 역사를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은 변화의 껍데기만 보고 냄비 끓듯이 요란을 떨거나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을 전전하지 않는다.

 소련의 변화는 분명히 그동안 사회주의에 의해 억압되었던 인간의 자유가 분출되는 과정이다. 사회주의는 자본주의의 모순 즉 가진 자의 개인적 소유의 확대를 본질로 하는 개인의 자유에 의해 불평등이 정당화되고 심화되는 것을 비판하고, 개인적 소유는 심지어 원죄(악)라고까지 규정하면서 평등사회 실현을 위해 개인의 자유를 제한해 왔다. 그러나 소련과 동구 사회주의 국가들의 오늘에 드러난 실체를 보면 결코 평등한 사회가 아니었다. 자본주의 사회 못지 않게 지배계급은 사회주의적 통제를 이용하여 관료화되고 특권층의 부를 누리고 이에 따라 부패하였다. 이에 사회주의 국가들의 국민들은 속았다고까지 생각하며, 인간의 자유를 제한하는 강압적 평등사회는 본질적으로 인간다운 사회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다른 한편 사회주의 유물론은 인간의식의 본질을 자주적이고 창조적인 것으로 보면서도 이것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에서 형성된다고 인식한다. 따라서 평등한 체제를 만들면 평등한 인간이 만들어지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인간은 단순한 물질이거나 기계가 아니기에 강압적이고 획일적인 체제에 의해 조형되거나 행동하지 않는다. 인간은 체제에 의해 강제된 획일적 평등이 아니라 자유로운 평등을 원하며, 지시나 지도가 아니라 자주적이고 창조적인 삶의 발현을 염원한다. 그러므로 인간의 자주성과 창조성은 사회적 관계에서 학습되는 것이 아니라, 본래부터 타고나는 인간의 본성이며 이것은 인간존재의 생명이다.
 우리는 소련 변화의 소용돌이에서 이 진리를 다시 보고 있다. 지금 소련과 동구 사회주의 국가들의 국민들은 자주적이고 창조적인 자유로운 삶을 외치고 있다. 이것은 개인적 차원만이 아니라, 한 사회 공동체 즉 민족과 국가의 자주권 회복운동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러므로 소련의 변화는 소련이나 사회주의 국가들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원리로 서구 자본주의 사회의 변화를 촉발시킬 것이고, 필연적으로 제3세계도 이 변화의 길을 가게 되리라고 본다.
 소련의 변화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곳이 한반도이다. 이 영향으로 북조선도 개혁과 개방의 길을 가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반면에 남한 정권과 지배 집단은 이것을 자본주의의 승리로 보고 자신들의 지배체제 강화에 이용하려고 하지만 결코 그렇게 귀결되어서는 안된다. 도리어 남·북이 정권적 이해관계를 초월하여 소련의 페레스트로이카에서 비롯된 이 세계사적 변화를 자주적인 민족공동체의 통일과 창조적 민족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우리 장애우들도 이 세계사적인 변화에 걸맞게 자주적이고 창조적인 장애우 운동을 하여 한다. 이미 우리는 1988년 각 단체들의 이해관계를 초월하여 연대하고 협력함으로써 자주적이고 창조적으로 장애인고용촉진법과 장애인복지법을 획득한 경험이 있다. 이제 장애인은 더 이상 자선과 동정의 대상이 아니다. 장애인을 위해 일하는 비장애인의 의식도 이렇게 전환되어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장애인 스스로 자기 비하의 열등의식과 의존의식에서 벗어나 자기 삶의 주인으로 우뚝 서야 한다. 자주적이고 창조적으로 장애우들이 연대하고 협력하여 장애인의 권리회복과 궁극적 이간다움의 회복을 위해 "함께걸음"을 하여야 한다.

 또한 우리는 장애우들 뿐만 아니라 비장애우들과도 자주적이고 창조적으로 모든 인간의 자유와 평등을 위해, 그리고 민족의 통일을 위해 "함께걸음"을 하려 한다.
 이번에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에서 처음으로 개최하는 장애우 대학은 바로 이 자주적이고 창조적인 함께 걸음을 위해 마련된 것이다. 장애우와 장애우가, 장애와 비장애우가 함께 걸어가며 살아가는 그 사회야말로 참으로 인간다운 사회이다.

글/김성재

 

작성자김성재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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