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예산 증액없이 이뤄진 OECD 가입 > 대학생 기자단


복지예산 증액없이 이뤄진 OECD 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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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1일 우리나라는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정식회원국이 되었다. 우리의 경제력은OECD 22개국 중에서 멕시코보다는 높고 스페인과는 비슷한 정도이다. 엄밀히 따지면 우리나라는 선진국하고는 거리가 있지만 이와는 무관하게 선진국 대접을 받게 됐다. 특히 낙후된 복지에 대해서 과거와는 다른 차원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OECD 22개국의 89년 사회보장비 지출비율 평균이 13.3%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1%로 턱도 없이 부족하다.(10/08 국민) 이를 의식했음인지 정부는 이례적으로 내년 장애우 복지예산을 845억 원에서 1.232억 원으로 45.8% 증액했으나 장애우시설 운영비, 인건비를 뺀 순수복지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은 여전히 낮은 형편이다.

 

새내기 의원들 돋보인 보건복지위 국정감사
이번 국감에서는 새내기 국회의원의 활약이 유난히 돋보인다. 장애우복지 분야에서는 김홍신 의원과 이성재 의원의 활약이 돋보였다. 김홍신 의원은 효정원 사건을 터뜨려 주목을 받은 데 이어 시도별 보건복지 성적표. 김영삼 대통령 보건 의료 공약 분석 등 참신한 활동을 벌이고 있어 작가다운 예리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시도별로 제출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된 시도별 보건복지 성적표에 따르면 종합순위에서 대전이 1위를 차지해 복지도시라는 명예를 얻은 반면 경북과 경남은 각각 14위와 15위로 최하위를 차지했다. 서울은 보건의료와 복지예산 분야에서는 1위를 차지했으나 사회복지 분야에서는 13위에 그쳐 수도이자 국제도시로서의 이미지에 먹칠을 했다.(10/07 한겨레)

한편 김영삼 대통령이 발표한 장애우복지 등 6개 분야 57건의 공약을 분석한 결과 정상 추진 중이거나 완료된 공약은 20%에 불과했다.(10/7 내외경제)
이성재 의원은 장애우문제와 관련한 폭넓은 활약으로 언론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10월 1일 이 의원은 국립서울정신병원 감사에서 소신 있게 병원이전 반대 입장을 밝혀 지역주민들로부터 빗발치는 항의전화에 시달렸다. 9월 30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대한 감사에서는 파행적 예산집행을 지적해 재발방지 사과를 받아냈으며 10월 4일에는 한국보훈병원의 특정 약품 집중 구입을 추궁했다. 한겨레신문은 이 의원의 비판과 대안제시로 이어지는 국감활동에 높은 평가를 하고 있다.(10/4 한겨레)

광주일보는 현장 확인을 중시하는 이 의원의 태도에 대해 초선의원으로서 의정활동에 모범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8일 광주시 국감에서 이 의원은 광주시 시립갱생원을 불시에 방문했다. 송언종 광주시장의 답변과는 달리 철창이 그대로 설치돼 있고 20여 명을 강제 수용하고 남자 방에 여성을 함께 수용하고 있었다. 이 의원은 행정기관의 무성의한 보고를 지적하며 전국 수용시설의 현황을 파악해 정부차원의 철저한 대책을 마련하도록 하겠다는 답변을 받아냈다.(10/11 광주일보)

국제일보 "보훈청 감사, 장애우 이성재 의원 "곤욕""이라는 기사에서는 부산 지방보훈처 감사에서 생긴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있다. 기자는 땀을 뻘뻘 흘리며 감사장으로 올라가는 이성재 의원의 모습을 보고 건물 전체를 찬찬히 살펴보게 되었고 장애우 편의시설의 심각성을 깨닫게 되었다고 적고 있다. 감사장은 4층이었는데 이 건물에는 엘리베이터조차 설치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10/21 국제)

한편 지난 10월 31일 국회 질의에서는 여야의원들이 언성을 높이며 논란을 벌이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한영애 의원(국민회의)이 정부의 장애우 고용률이 0.88%에 불과한 실정에서, 대통령이 루스벨트장애우상을 수상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가라며 강도높은 추궁을 하자 여당의원들이 무슨 소리냐며 고함을 지르며 항의한 것이다.

이윤중 의원(국민회의)은 개통 1년도 되지 않은 5기 지하철의 장애우 편의시설의 잦은 고장을 지적했다. 올해만 해도 휠체어 리프트 14대 중 7건, 엘리베이터 25대 중 7건 에스컬레이터 5호선 77대 중 23건, 7호선 33대 중 5건이 고장을 일으켰다. 특히 거여역의 휠체어리프트는 6, 9, 10월에 작동이 안 되는 고장이 일어났다. 이윤중 의원은 가뜩이나 부족한 장애우 편의시설이 잦은 고장으로 장애우들에게 불편을 가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10/29 조선)

 

일어서는 여성장애우
최근 들어 여성장애우 문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지금껏 여성장애우에 관한 문제는 묻혀 있었다. 여성장애우에 의한 주체적인 목소리도 거의 없다시피 했다. 뿌리깊은 남존여비 사상에 따라 여성장애우는 주체성을 갖춘 인격체로 인정받지도 못했다. 그러던 것이 작년 북경세계여성대회에 여성장애우가 주체가 되어 뽑은 대표가 사상 처음 참석함으로써 처음으로 여성장애우의 문제가 제기되었다.

제1회 여성장애우대회에서 발표된 "여성장애우의 가정생활에 관한 의식실태조사"는 여성장애우 문제의 심각성을 고발하고 있다.(10/16 한겨레) 여성장애우들의 가장 큰 고민은 역시 결혼과 임신, 출산에 대한 부담감이었다. 특히 임신, 출산의 두려움으로 결혼하지 않겠다는 답변이 40.7%에 이르렀다. 얼마 전 뇌성마비 여성이 출산한 자녀가 장애를 유전 받은 것으로 오인해 자살한 사건은 임신, 출산에 대한 여성장애우들의 부담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또 여성장애우의 41%는 교육기회를 전혀 갖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에 따라 여성장애우는 직업도 갖기 어려운 상황이다. 민주당의 이미경 의원은 장애인고용촉진공단 감사에서 장애우 고용 의무 인원 가운데 여성 장애우가 차지하는 비율이 민간기업 2.5%, 정부기관 6.0%, 정부투자 및 출연기관 1.9%에 지나지 않음을 지적하고 고용의무 장애우 총수 중 20% 이상 여성장애우를 고용하도록 할당제를 도입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10/16 한국경제)

 

정신지체인에 대한 성폭력은 죄가 아니다?
여성장애우에 대한 성폭력도 심각한 문제이다. 시설에서의 여성장애우 성폭력 문제가 심각한 수준임에도 이에 대한 처벌기준이 미흡한 실정이다. 10월 21일 신한국당은 피해자가 장애우일 경우 반의사 불벌죄 대신 비친 고죄를 적용해 처벌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11월 1일 이를 무색케 하는 판결이 나왔다. 정신지체인을 성폭행한 범인에 대해서 서울지법은 성폭력법이 신체장애우에 대한 처벌만 규정하고 있어 이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며 기소를 기각했다. 즉 성폭력법이 정신지체로 인한 항거불능 상태까지 규정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판결은 법리주의만을 내세운 채 사회정의를 도외시한 실망스럽기 짝이 없는 판결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장애의 종류에 따라 성폭력특별법이 따로 적용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신체장애우라는 표현은 정신지체인도 포함한 것으로 해석을 하는 것이 마땅하다. 법원이 장애우의 문제를 제대로 이해했다면 법조문에 얽매인 이런 엉뚱한 판결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tv드라마, 장애우 등장시키기 유행

대중예술에 장애우를 등장시키는 것이 더 이상 새삼스러운 현상은 아니다. 대중예술 뿐만 아니라 오락프로그램이나 교양프로그램에서도 장애우를 등장시키는 사례가 부쩍 많아지고 있다. KBS의 "체험 삶의 현장"이라는 프로그램에서는 연예인들이나 유명 인사들이 자원봉사 활동하는 장면을 즐겨 다루고 있다. 11월 초에 방영된 MBC의 "일요일 일요일 밤에"라는 코미디 프로에서는 행인이 없는 밤부터 새벽까지의 시간에 신호등을 지키는 양심적인 사람을 찾는 실험을 하였는데 공교롭게도 그 주인공은 뇌성마비 장애우였다.

얼마 전에는 시각장애를 가진 대학생과 맹도견이 등장해 일반 사람들의 오해를 해소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했다. 삼성복지재단은 광고에 맹도견을 등장시키고 있다. 이러한 영향 때문인지 맹도견인 리트리버견이 애완견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10/24 일간 스포츠) 한동안 구박받던 맹도견이 광고 덕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셈이라고 할까.

한편 장애우를 소재로 한 영화가 최근에 개봉돼 인기를 끌고 있다. 급성장장애아를 다룬 "잭"이라는 영화와 세계 최초의 정신지체 영화배우인 파스칼 뒤켄 주연의 "제 8요일"이 그것이다. 특히 제 8요일은 제1회 부산영화제에 초청되어 관객들로 하여금 가장 보고 싶은 영화로 선정되는 영예를 얻기도 했다.(10/27 스포츠 서울)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TV드라마에서 일고 있다. 드라마의 극중 인물로 장애우를 등장시키는 사례가 부쩍 늘어났다. 물론 과거에도 장애우를 소재로 하는 드라마가 많았지만 요즘처럼 여러 방송에서 동시에 여러 편이 경쟁을 벌이는 예는 없었다. 그것도 단막극이 아닌 황금시간대의 연속극에 주변인물 혹은 핵심인물로서 장애우가 등장하고 있다. 과거의 드라마에서는 장애우를 왜곡되게 그린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의 드라마는 장애우를 비교적 긍정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그 표현도 한결 세련돼 있다.

장애의 유형은 지체장애보다는 청각장애를 선호하는 경향이다. 작년 MBC의 인기드라마 "아들의 여자"에서 김민종이 청각장애우로 분한 바 있고 금년에는 KBS미니시리즈 "슈팅"에서 청각장애우가 등장하였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KBS의 "하얀 민들레"의 남자 주인공도 역시 청각장애우이다. SBS의 형제의 강에서는 막내아들 준화가 소아마비로 등장하고 있다.

이들 드라마 중 단연 돋보이는 것은 하얀 민들레이다. 하얀 민들레는 과거의 드라마와는 달리 장애우를 상당히 객관적인 시각으로 그리고 있다. 하얀 민들레는 치과기공사이며 청각장애우인 강진우(김광필 분)와 하영의 사랑 얘기이다. 진우는 이전의 드라마에 등장했던 장애우의 이미지와는 달리 세련되고 능력 있는 젊은이로 등장하고 있다. 종종 등장하는 수화 장면도 드라마를 친근감 있게 접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상황설정에서 나름대로의 한계를 지니고 있다. 진우는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젊은이인데 비해 하영은 바람 잘날 없는 가난한 집안환경을 갖고 있고 가정에서의 입지도 대단히 불안하다. 게다가 드라마가 진행됨에 따라 하영이 의붓자식임이 밝혀지고 있다. 두 사람의 이러한 입장 차이는 이 드라마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즉 가정환경(경제력이 아닌 가족 간의 애정)의 극명한 대비. 숨 막힐 듯 한 환경에서 벗어나고 싶은 하영의 심리가 진우에게 끌리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설정은 장애우와 비장애우의 사랑은 특수한 상황에서만 가능하다는 통념에서 벗어나지 못한 결과인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작가는 동등한 조건에서 두 사람의 이야기를 쓰는 것은 자연스럽지 못하다고 생각한 듯하다. 그보다는 진우의 결점(?)을 상쇄하는 조건으로 하영을 점점 더 비극적 상황으로 몰아감으로써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를 다루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판단한 모양이다. 물론 이것을 편견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상황을 지나치게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느낌을 지을 수 없다. 한편 중간 중간에 깔리는 내레이션은 두 사람의 순수성을 강조하는 도구로 쓰이고 있으나 지나치게 동화적이다. 일반적으로 장애우가 등장하는 이야기는 순수함이 강조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런 고정관념을 깨야만 좀 더 완성도가 높은 드라마가 될 것이다. 어쨌든 햐얀민들레는 장애우를 등장시킨 드라마로서 가장 잘 만든 작품으로 기록될 것이다.

작성자이현준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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