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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곤의 세상보기] 장애우와 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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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과 가장 근접한 거리에 있는 장애우>
최근 일어난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누가 뭐래도 인천의 한 주부가 생활고를 비관해 세 자녀와 함께 동반 투신 자살한 사건이다. 이 사건을 지켜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우리 사회의 희망 없음에 절망했을 것이다.
문제는 경기 침체와 극빈층의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해 자살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언론에서는 지난 한 해 1만 3천55명, 하루 평균 36명이 자살했다는 통계를 제시하고 있다. 이렇듯 자살이 새삼스러울 것이 없는 일상의 한 풍경이 되고 있는 작금의 비정한 현실을 보면서 어쩔 수 없이 이 땅의 장애우 계층이 처해 있는 암울한 현실을 돌아보게 된다.
지금 용기가 없어서 그렇지 자살을 생각하는 장애우가 무척 많을 것이다. 이건 절대 막연한 추측으로 하는 말이 아니다. 장애우 계층이 처해 있는, 비장애우와 비교도 할 수 없는 살인적인 실업율과 극심한 생활고 등 총체적으로 열악한 현실을 따져보면 누구보다 장애우가 자살과 가장 근접한 거리에 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현재 많은 장애우들이 쪽방 또는 영구임대아파트에서 극빈층의 삶을 살고 있다. 장애우들이 휠체어를 움직일 공간도 없는 좁은 공간에서 살면서, 인간답게 사는 게 아닌 하루하루 숨을 쉬며 연명하고 있는 현실을 없다고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문제가 더 심각한 것은 지금 극빈 장애우들에게는 내일은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자살은 현실의 심각한 고통과 내일의 희망 없음이 동시에 다가올 때 사람이 선택하게 되는 최후의 수단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객관적인 조건에서 보면 장애우들이 처해 있는 열악한 현실이 장애우를 자살로 내몰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장애우들의 울부짖음 외면하지 말아야>
장애우들의 자살이 도미노처럼 이어지는 현실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그런데 상상이 아닌 현실에서 장애우들의 자살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오늘도 장애우들의 자살은 ‘장애를 비관한 자살’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사회면의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다. 장애우들의 자살이 특히 마음 아프게 다가오는 것은 장애우로 태어나 장애 때문에 고통받고 장애 때문에 자살에 이르는 과정이 생각만 해도 눈물겹기 때문이다.
이런 극빈층과 장애우의 자살을 막기 위해서는 물론 사회안전망이 강화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생계비를 몇 푼 더 주는 사회안전망 강화만으로는 단언컨데 장애우의 자살을 막을 수 없다. 지금 극빈장애우들에게 무엇보다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다른 것이 아닌 내일은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이다.
내일에 대한 희망이 있다면 오늘의 어려운 현실을 참아낼 수 있다. 장애우도 마찬가지다. 장애우들을 억누르고 있는 제도가 개선돼서 적어도 장애인 차별금지법이 제정되고, 일을 할 수 없는 장애우에게 장애 연금이 지급된다면, 당장이 아니라도 빠른 시일 내에 이런 제도들이 가시화 될 수 있다는 가능성만이라도 확실하게 보인다면, 극빈 장애우들은 내일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힘겨운 삶을 버텨낼 수 있을 것이다.
현실의 암울함 때문에 자살을 생각하는 장애우들에게 희망을 말해 줄 수 있는 주체는 정부와 사회 그리고 장애우 단체다. 이 세 주체 중에서 특히 장애우 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장애우 단체는 장애우들의 희망을 담보해 내기 위해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 그래서 희망이라는 가능성을 반드시 현실화 시켜야 한다. 그 길만이 장애우들의 자살을 막을 수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지금 많은 장애우들이 절망 앞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그리고 더 많은 장애우들이 엄마 품에 안겨 죽어야 했던 아이처럼 “나 죽기 싫어”라며 울부짖고 있다. 보이지는 않지만, 그래서 실감할 수는 없지만, 그 울부짖음을 외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작성자이태곤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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