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이야기]공포영화 같은 일 > 대학생 기자단


[인권이야기]공포영화 같은 일

본문

여름이라 극장가에, 방송에는 ‘남량특집’이 유행이다. 끔찍하고 으시시하고, 왠지 뒷끝이 꺼림직한 이야기들... 아마 한여름의 열기를 식히기 위해서 찾는 궁여지책겠지.
오늘은 나 또한 좀 으시시하고 뒷끝이 꺼림직한 몇 가지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이 이야기들은 내가 올 여름에 접한 ‘남량특집’이다.

이야기 하나, “왜 장난치는 거야, 발 내리라고 해!”
지난 7월초, 나는 몇몇 친구들과 강남의 00호프집에 시원한 맥주 한 잔을 마시기 위해 들어갔다. 오랫 만에 만난 친구들과 회포 푸는 기분 좋은 자리. “자 건배!” 시원한 맥주가 목을 타고 넘어가는데 ‘캬∼’ 소리 절로 나온다.
그 날 모인 친구들 중에서 진희는 양팔을 사용할 수 없는 뇌성마비 1급 장애우였다. 그녀의 일상 생활은 주로 발로 이루어진다. 우리는 진희를 위해서 잔을 높이 들지는 않았다. 그저 각자의 자리에서 편한 방법으로 건배하고 이야기를 나누었을 뿐이다.
그런데, 폭탄처럼 떨어지는 옆 좌석 아저씨의 한마디. “야! 왜 테이블에 발을 올려놓고 장난치고 있는 거야? 야, 종업원, 발 내리라고 해!”
그 말을 듣는 순간... 그 순간... 우리 모두는 영화 ‘링’의 주인공이 되고 싶었다.

이야기 둘, “당신은 넓게 쓰니까, 주차비 두 배로 내야지”
서울의 00아파트에 거주하는 휠체어 장애우인 김씨는 편의증진법이 통과된 후, 주차장을 제대로 이용할 수 있게 되어서 너무나 기뻤다. 그동안 폭이 좁은 주차장에 때문에 휠체어를 내릴 때마다 항상 난감했기 때문. 넓은 주차공간을 찾아서 아파트 지하 주차장을 돌기를 수백, 아니 수천 번은 했을 것이다.
하지만 편의증진법 제정 후, 장애인전용주차장이 생겨서, 이제 지하주차장을 뺑뺑 도는 수년의 고생은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장애인주차장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잘 모르는 관리인은 기존 두 대 분량의 주차장을 합쳐서 장애인주차장이라고 만들었다. 그러더니 그 관리인은 어느 날 김씨에게 다짜고짜 “당신, 이 아파트에 주차장도 좁아 죽겠는데, 주차공간 두 대 공간을 고스란히 쓰고 있잖아. 당신 때문에 다른 차를 못대잖아! 그러니 당신은 주차비를 두 배로 내! 당신은 혼자 넓게 쓰니까 주차비도 두 배로 내야지!”
김씨는 무섭다는‘여우계단’이라도 오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야기 셋, “비 오니까 너는 오늘 교육 받으러 오지마”
서울의 00에 사는 나는 장애우라는 이유만으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다. 이동을 할 수가 없어서 밖에 나가지 못했고, 배울 수 있는 적절한 시기도 놓치고, 그래서 직업도 구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나는 현재 00의 교육기관에서 컴퓨터를 배우고 있다. 얼마 전에는 전동휠체어가 생겨서 그야말로 내 삶의 ‘혁명’이 일어났다. 더구나 내가 다니는 교육기관에는 리프트장착 차량이 있어서 등·하원도 가능했다.
그런데 문제는 며칠전 비가 많이 오던 날 일어났다. 그 날 갑자기 리프트장착 차량이 오지 않았다. 시간은 다되어 가는데 ‘왜이리 안 오지?’ 난 마음이 조급했다. 차량을 운전하는 학원의 총무가 나에게 전화를 했다.
“비오니까 오늘은 오지 말지 그래? 비도 오는데 뭘 배워? 응?”라고.
나는 집안에서 비 오는 창 밖만 바라봐야 했다. 마치 영화 ‘검은 물 밑에서’ 있는 주인공처럼...

글 김정하(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 간사)

작성자김정하  webmaster@cowalknews.co.kr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함께걸음 페이스북 바로가기
함께걸음 과월호 모아보기

제호 : 디지털 함께걸음
주소 : 우)07236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의사당대로22, 이룸센터 3층 303호
대표전화 : (02) 2675-8672  /  Fax : (02) 2675-8675
등록번호 : 서울아00388  /  등록(발행)일 : 2007년 6월 26일
발행 :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  발행인 : 김성재 
편집인 : 이미정  /  청소년보호책임자 : 노태호
별도의 표시가 없는 한 '함께걸음'이 생산한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by
Copyright © 2021 함께걸음. All rights reserved. Supported by 푸른아이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