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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을 닫으며] 비장애인은 장애인 배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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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0일, 검찰은 김도현씨를 구속했다. 지난 5월 28일 장애인이동권연대의 시위 도중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의 선로를 점거한 장애인을 도와 준 혐의였다. 정작 선로를 점거한 장애인은 구속하지 않고 도와주었다는 이유로 김도현씨를 구속한 것이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다. 법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였다면 처벌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전제 조건이 있다. 공정함이 따라야 한다는 점이다. 만약 선로를 점거하여 열차의 운행을 지연시킨 것이 구속을 할 정도의 범법 행위라면, 450만 장애인의 이동을 제한하고, 장애인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관계부처 담당자들과 이 사회는 사형에 해당하는 범법 행위일 것이다. 2001년도 오이도역에서 박소엽씨가 수직형 휠체어리프트를 이용하던 중 휠체어리프트의 추락으로 사망했을 때도 검찰은 관계부처 장관인 보건복지부 장관, 산업자원부 장관, 철도청장에 대해 혐의 없음이라고 수사를 종결지었으며, 장애인 등이 이들 관계부처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도 법원은 이들 장관들이 혐의 없다고 판결하였다. 그뿐인가? 지난 해 발산역에서도 역시 휠체어리프트를 이용하던 윤재봉씨가 사망하자 검찰은 관계부처인 서울시와 도시철도공사에 대해 아무런 책임도 묻지 않았으며, 법원마저도 최근 이동권연대가 제소한 소송에서 서울시는 혐의 없으며, 충분히 노력을 하고 있다고 판결을 내렸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이동을 할 수 없도록 만든 사람들과 사회에 대해서는 아무런 책임도 묻지 않으며, 장애인을 죽음으로 몰아 간 사람들과 사회에 대해서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인정하는 검찰이 영구히 열차의 운행을 정지시킨 것도 아니고 사람들을 다치게 한 것도 아닌데 열차의 운행을 잠시 지연시켰다는 이유로 김도현씨를 구속한 것이다.
김도현씨의 구속 사유 역시 어처구니가 없다. 장애인을 도와 준 혐의로 구속했다면, 왜 장애인은 구속하지 않는가? 우리 사회의 어떤 법이 당사자는 잡지 않고 도와 준 사람만 구속하는가? 경찰과 검찰은 장애인이 불쌍해서 구속하지 못하는가 아니면 장애인을 구속함으로써 받게 될 사회의 지탄이 두려운 것인가? 김도현씨를 구속하려 한다면, 이동권 투쟁에 나선 모든 사람(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을 구속하라. 그러나 그 이전에 먼저, 장애인들이 이동권 투쟁을 하도록 만든 보건복지부장관, 건설교통부장관, 서울시지하철공사장, 도시철도공사장, 철도청장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장과 우리 사회를 구속하라! 우리는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던져 주는 동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정당한 권리를 요구할 뿐이다.
경찰과 검찰의 조사 과정에서의 발언은 우리를 더욱 어처구니없게 한다. "시위현장에 장애인을 왜 대동하고 나왔느냐?" "장애인들을 이용해 장애인 문제와 관련 없는 다른 주장을 펼치려고 한 것은 아니냐?"라는 상식 밖의 질문을 한 것이다. 경찰과 검찰에게 이동권 투쟁에 나온 장애인들은 모두 비장애인의 우격다짐에 끌려 나온 사람들로 보이는 모양이다. 아니면 장애인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하지도 못하고 주는 데로 받아먹고 사는 수동적이고 의식도 없는 사람들로 여기는 모양이다. 경찰과 검찰이 보기에 장애인들은 아직도 어린아이이고 보호를 받아야 할 약한 존재인가 보다. 장애인을 자신의 의지도 없고 주체성도 없으며, 주장도 없는 "인간 아닌 인간"으로 보기에 경찰은 장애인을 구속하는 대신에 의지도 있고 주체성도 있으며 주장도 하는 "인간" 김도현을 구속했을 것이다.
진정 장애인을 위한다면,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해야 할 것이며, 장애인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사람들에 대한 책임을 묻고 처벌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경찰은 장애인 대신 비장애인을 구속함으로써 장애인을 위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장애인을 수치스럽게 하는 시혜와 동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장애인을 위하는 척 하면서 장애인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짓밟는 것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장애인에 대해서 가하는 차별과 폭력이 아니고 무엇인가? 경찰과 검찰은 다시 한번 그 차별과 폭력의 전철을 되밟고 있는 것이다. 선택은 하나다. 장애인의 인권과 이동권을 짓밟은 모든 관련자를 처벌하고 장애인도 구속하라 그렇게 할 수 없다면 김도현씨를 즉각 석방하라!

글 배융호(장애인편의시설촉진시민연대 정책실장)

 

 

 

작성자배융호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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