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이야기] 두 번 이상 신고하지 마세요. 양치기 소년으로 오해받아요. > 대학생 기자단


[인권이야기] 두 번 이상 신고하지 마세요. 양치기 소년으로 오해받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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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느 마을에 양치기 소년이 살았어요. 양치기 소년은 매일 똑같이 양떼를 지키는 일이 심심해졌어요. "뭐 재미난 일이 없을까? 그래, 늑대가 나타났다고 소리치면 모두들 놀라, 달려오겠지?" 소년은 큰 소리로 외쳤어요. "큰일났어요. 늑대가 나타났어요." 마을 사람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달려왔어요. "늑대가 어디 나타났니?" "너 어디 다친 데는 없니?" 하지만 소년은 태연하게 대답했어요. "늑대는 무슨 늑대예요. 심심해서 그냥 소리쳐 본 거예요. 하하하...." "이 녀석. 아무리 심심해도 그렇지. 거짓말로 어른들을 놀리면 못써." 마을 사람들은 소년을 나무랐어요. 하지만 소년은 마을 사람들이 자기 거짓말에 속아, 허겁지겁 달려오는 모습이 무척이나 재미있었어요.

나는 어릴적 이 동화를 읽으면서 거짓말하면 안된다는 하나의 명제를 배웠다. 그렇지만 "양치기소년"을 너무 열심히 읽은 한 수사대원은 성희롱 피해여성을 한순간에 양치기 소년으로 만들었다.  
시각 장애를 가진 어느 20대 여성. 그녀는 최근 두 번의 성희롱을 당했다. 그 두 번의 경험은 그녀를 더욱 바깥생활을 못하도록 하고, 사회에 대한 두려움을 키운 계기가 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여성에 대한 성희롱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스스로에게 각인시켜주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정작 속상했던 것은 두 번의 성희롱을 신고하고 수사하는 과정에서 그녀가 겪은 어려움이다. 첫 번째 사건때는 성희롱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현저히 떨어지는 경찰관이 "뭐, 그 정도 가지고 그러냐"며 그녀를 설득(?)했고, 자신을 대변해 줄 어느 누구도 없었던 그녀는 조금의 합의금을 받고 그 사건을 마무리 지어야 했다.
두 번째 사건은 길을 가르쳐 주겠다며 공원으로 데리고 가서 성희롱을 한 사건이었다. 결국 조사 받으러 가서는 상대방이 내가 언제 그랬냐며 자기 친구들을 불러와 증인을 서게 하는등 극구 부인했다. 상대방의 인상착의를 자세히 설명할 수 없었고, 주변정황도 잘 설명할 수 없던 그녀는 증인이라며 나선 친구들의 거짓말 때문에 고소를 취하할 수밖에 없었다. 이 두사건을 겪으면서 그녀는 다시 이런 일이 생기면 정말 안되겠지만 만약에 또 일어나면 바로 신고하고, 바로 도움을 청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필연일까, 우연일까? 세 번째 성희롱 사건이 그녀에게 또 일어났다. 그녀는 바로 신고했고, 근처 파출소에서 달려왔다. 그런데 문제는 또 생겼다. 그녀를 본 수사대원은 "아니, 또 당신이야? 당신, 뭘 바라고 맨날 신고하는야?, 도대체 뭘 바라는거야? 응?" 이라면서 피의자는 잡지도 않고 그녀를 다그쳤다. 황당한 그녀와 수사대원이 실랑이하는 동안 피의자는 좋아라 도망을 갔고, 결국 그녀를 다그치다가 사건은 끝났다.

수사대원은 첫 번째는 합의금을 받고, 두 번째는 고소를 취하한 그녀의 세 번째의 사건을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쯤으로 생각했던 것일까? 시각장애를 가진 젊은 여성이 가해자를 증언하는 어려움, 주변의 증인들을 내세울 수 없는 어려움, 자기를 스스로 변호해야 하는 어려움등이 있다는 것을 외면한 채 말이다.
이거 어디 경찰관나리 무서워서 두 번이상 신고할수 있겠나! 

 

글 김정하(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 간사)
   

 

작성자김정하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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