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강화 논리에 밀리는 장애우 삶의 질 > 대학생 기자단


경쟁력 강화 논리에 밀리는 장애우 삶의 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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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정부의 복지 정책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문화일보는 김영삼 대통령 집권 4년의 공과를 기획으로 다루고 있는데 "삶의 질 정책"은 처음부터 "경쟁력 강화" 논리에 밀려났으며 4년 동안 정부예산 중 사회복지 예산 비율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어 정부가 "삶의 질" 개선의지가 있느냐는 의문마저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2/26 문화)

 

  실제로 복지정책의 근간이 되고 있는 생활보호 정책이 후퇴일로를 걷고 있다. 생활보호, 시설보호, 거택보호자 1백 41만 명에게 쓰여지는 예산이 96년 기준으로 4,655억원(96년)으로 GNP의 0.12%에 불과하다. 92년 0.15%보다도 비중이 낮아져 삶의 질 정책의 후퇴에 대한 지적이 근거 있음을 보여 준다. 보건복지부 이기하 복지정책과장은 예산상의 제약으로 주거비와 문화생활비 등 파격적인 지원은 힘들다고 토로하고 있어 앞으로도 빈곤층의 삶의 질 향상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3/14 한국)

 

  보건복지부는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3년마다 실시해야 하는 최저생계비 조사를 유보했다.

  최저생계비 조사가 이루어진 것도 88년과 94년 단 두 차례뿐이었다. 복지전문가들은 단 몇 억원의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정책의 기초자료가 되는 실측조사 없이 복지정책을 수행하는 것은 탁상행정의 본보기라고 지적하고 있다. (3/5 문화)

 

  한편 치매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초등학교 교장 출신의 칠순 아들이 95세 노모를 폭행해 숨지게 한 사건을 비롯해 치매 노인을 둘러싼 사건이 잇달고 있고 방송과 언론은 치매노인에 대한 기획을 앞다투어 내보내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인간복제에 성공한 것을 둘러싸고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양의 복제에 성공한 영국의 아이언 윌멋 박사는 양 복제 과정에서 수많은 기형이 발생했음을 상기시키며 인간복제를 강력히 규제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최근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확정해 기능 이식 행위를 합법화하기로 했다. (3/6세계)

 

 장애우복지의 한 획, 편의증진보장법 통과

 

  장애우계의 초미의 관심을 끌었던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안"이 지난 3월 17일 우여곡절 끝에 통과되었다. 벌금이 과중한 점이 사유 재산권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법사위에서 한때 논란을 빚었지만 결국 벌금 5백만원, 연 한차례 이행강제금 3천만원 선에서 타결되었다. 이 과정에서 편의시설 설치 부담금 조항이 삭제되는 등 전반적인 내용이 원인에서 대폭 후퇴해 당초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물론 기존이 장애우법안들이 임의규정을 많이 두고 있고 불이행시 규제도 미미해 사문화된 것에 비해 편의증진 법안은 강력한 제재수단을 처음으로 채택했다는 점에서 장애우복지의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장애인고용촉진법의 경우 대기업들이 수십 억의 부담금을 물면서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던 전례에 비추어 재산권 침해를 빌미로 한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금융실명제가 완화된 경우처럼 개인의 이익과 경제논리에 밀릴 가능성도 있다. 법이 법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장애우단체와 시민단체가 적극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압력단체로서의 작용도 중요하지만 논리력과 설득력을 갖춘 대안의 제시도 필요하고 때로는 지방자치 단체나 건물주와 협력체제를 이루어 일을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통합적인 기준을 가져야 한다.

 

주장하는 단체마다 다른 기준을 갖고 있어서는 신뢰감을 주지 못하고 혼란만을 초래할 뿐이다. 또한 이러한 운동이 단발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이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대구 지하철 공사와 관련한 장애우단체의 지속적인 대응은 앞으로의 장애우운동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지하철 편의시설과 관련한 대구 장애우 운동

 

  현재 대구에서는 편의시설 설치 운동과 관련한 인상깊은 사건이 한찬 진행중이다. (3/4 대구 매일) 휠체어 리프트를 설치하기 위해 내·외벽 공사를 끝낸 상태에서 중장비를 동원해 멀쩡한 계단과 벽을 허물고 있는 것이다. 지하철 1호선 계획에 장애우편의시설을 포함시키지 않았다가 "노인도 장애인도 탈 수 있는 지하철을 만들자는 시민단체 협의회(이하 노장지협)" 등 장애우관련단체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친 것이다.

 

  예산낭비와 공기지연을 초래하고 소음과 먼지 공해로 주민에 피해를 입히고 있다는 따가운 눈총을 무릅쓰고 장애우 등의 편의를 위해 뒤늦게나마 계획을 변경한 것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대구시 지하철 공사는 95년 장애인 편의시설 및 설비의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이 발효되고 장애우단체들의 민원이 잇달아 뒤늦게 리프트 설치 공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을 하고 있다.

  장애우단체의 활발한 활동으로 대구시는 1호선 2백80개 계단에 1백 9개의 리프트를 설치하고 2호선 전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계획으로 있다.

 

  대구시 지하철의 경우가 완벽한 성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계획단계에서부터 노장지협을 중심으로 펼쳐진 운동이 커다란 효과를 가져온 것은 분명하다. 이들의 주장이 수용된 요인은 처음부터 시민단체들과 연대해 시민 전체의 문제로 이끌어 낸 것과 단발적인 운동에 그치지 않고 고비 때마다 적절한 대응을 한 데 있다. 이와 같은 일관성 있는 대응이 대구시로부터 존중을 이끌어 냈고 그동안 사문화한 것으로 규정한 95년에 발효된 편의시설 규칙을 준수하도록 의무감을 부여했다고 볼 수 있다.

 

  연세대 총학생회가 펼치는 장애학우복지 증진 운동도 관심을 끌고 있다. 연대 총학생회는 연대 장애학생 모임인 "게르니카"의 제안을 받아들여 국내 최초로 장애우용 교내지도를 수록한 데 이어 이번에는 건물과 강의실과 편의시설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표지판(점자이정표)을 보도블록, 계단, 벽 등에 부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에 발맞추어 대학 측도 장애우 학생들이 불편 없이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건물구조를 개선하는 작업을 장기 과제로 추진할 계획으로 있다. 사회문제에만 집중된 학생운동이 장애우 등 소회계층으로까지 영역이 넓혀진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장애우 편의시설 운동 시민단체와 연대해야

 

  시민단체의 보행권 운동도 편의시설 설치 운동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에서 장애우계가 주시해야 할 대목이다. 보행권 운동의 핵심은 노약자, 장애우, 어린이 보호문제에 닿아 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의 보행권 운동은 이미 여러 해 전부터 시작되었다.

 

  93년 6월 20일 녹색교통운동이 중심으로 해 펼친 "보행권 신장을 위한 도심지 시민 걷기 대회"와 "보행자 권리 선언"이 그 최초의 움직임이었다. 지난해 5월 9일에는 시민교통환경센터,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등 여러 시민 단체가 연합해 "걷고 싶은 서울 만들기 운동본부"를 결성하기도 했다.

 

  특히 이 모임은 보행권 확보와 보행 환경 개선에 관한 기본조례를 추진해 지난 1월 15일 서울시 의회를 거쳐 공포 시행되기도 했다.

  올해 들어 대전의제 21 추진위원회는 노약자, 장애우, 어린이의 통행을 우선하도록 하는 교통정책 수립을 촉구하는 "보행자 헌장"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3/5경향)

  대구 경실련도 보행자 권익보호기구인 교통광장을 설립하고(3월 25일),  교통약자 보호운동을 펼치기로 했다. 교통광장은 횡단보도와 신호등체계의 문제점, 자전거전용도로의 실태와 문제점, 장애우용 교통시설의 현황과 문제점 등에 대한 조사보고서를 만들어 대구시 등 관계기관에 건의할 계획이다. (2/27 중앙)

 

  이 모임은 보행권을 생활권으로 규정하고 보행자들의 권리 확보를 위한 모든 사업을 벌일 계획으로 있다.

  이들 시민단체들이 장애우의 보행권도 함께 주장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장애우단체들도 이들 시민단체들과 연대를 통해서 문제해결을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지방자치 단체의 장애우 편의시설 도입 일반화

 

  한편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의 장애우 편의시설과 다양한 서비스를 채택하는 추세이다.

경북 김천역은 빠듯한 예산에도 불구 휠체어리프트를 설치하고 시각장애우 점자블록을 이용한 유도로를 역광장 대합실, 승강장 육교통로 등 2백 35m에 걸쳐 설치에 눈길을 끈다.

 

  대구시는 영덕군 강구면 일대에 바다까지 이르는 유도로와 모래사장을 이동하기 편한 고무판 등을 채택한 장애우전용 해수욕장 세우기롤 결정했다. (3/12 한국경제)

  육교나 지하도에 장애우와 자전거를 위한 경사로를 채택하는 것도 일반적인 추세이다. 대전시의 경우 93년 설치한 31개 육교 가운데 12곳에 경사로를 채택했고(2/20 동양일보),

  부산은 동구 수정동 중앙로변에 현수교 형식의 육교에 경사로를 채택하기로 했다.(3/4 국제)

 

  장애우 통행불편 해소를 위한 보·차도 경계석 공사도 여러 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방자치 단체의 독특한 장애우 서비스도 눈길을 끈다. 최근에 가장 널리 많이 도입되는 제도로는 민원서류 등을 대행해 주는 심부름센터와 저소득 주민을 위한 이사대행 서비스를 들 수 있다.

 

  이사대행 서비스는 용산구(3/7 한겨레)와 대전 중구, 부산 동구 등에서 실시되고 있다.(3/7 경향)

  한편 서초보건소는 장애우치과를 운영하고 있으며,(3/7 조선, 3/12 한겨레) 제주도는 생활형편이 어려운 장애우의 의료검진과 수술비를 전액 지원하는 한편 (3/6 한국) 미등록 장애우 가정방문 등록을 추진(3/22 제민일보)하고 있다.

  

장애아에게는 프라이버시도 없는가?

 

  신한국당의 강력한 차기 대선 후보 중 한 명이었던 최형우씨가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장애가 결코 먼 데 있지 않음을 새삼 느끼게 한다. 방송에서는 그의 모습을 포착하려 애썼지만 카메라의 접근은 허락되지 않았다. 신문에 공개되었을 때도 사진은 흐리게 처리하였다. 개인의 사생활(프라이버시)을 최대한 지켜주려는 예의의 표현인 것이다.

 

  누구를 막론하고 개인의 사생활은 함부로 침범할 수 없는 고유 영역이다. 더군다나 개인의 치부에 해당한다면 더욱 말함 나위없다. 지난 3월 14일 MBC에서 "구원이를 위하여"라는 특집다큐멘터리는 이러한 고유영역을 훼손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구원이(8세)는 팔다리가 퇴화되고 몸통만 남는 해표지증이라는 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이다. 대개 장애우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가 다분히 감상과 동정의 논조에 빠져 뒤에 잠재되어 있는 장애우의 근본적인 문제를 놓치는 경우가 많은데 "구원이를 위하여"는 구원이의 일상을 차분하게 그리면서 사회통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했다.

 

  김환균 PD는 "결코 경시될 수 없는 생명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 함께 생각해보고 싶었다"고 제작의도를 밝히고 있다.(2/19 중앙)

  그러나 이러한 미덕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그램은 도저히 동의할 수 없는 과오를 저지르고 있다. 제작진은 경시될 수 없는 생명에는 초점을 맞추었으나 경시될 수 없는 프라이버시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

 

 화면처리에 있어서 구원이의 벌거벗은 하체와 성기를 그대로 노출시킨 것이다. 장애우의 입장에서는 무척 당황되는 순간이었다. 구원이가 다른 아이들하고 같이 어울리다가 소변처리를 못해 봉사자가 바지를 벗기는 장면에서 또 한번 하체가 노출됐다. 모자이크 처리가 가능했음에도 그대로 드러낸 것은 장애아는 프라이버시도 없을 거라고 생각한 때문일까? 구원이는 또래 아이들보다도 지능 면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 아이다. 카메라를 들이댔을 때 당황해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화면처리의 어색함은 구원이와 같이 생활하는 미혼모들을 비추었을 때도 드러났다. 커다란 파란 원으로 미혼모들의 얼굴을 감추었는데 목소리까지 변조한 데다 파란 원들이 둥둥 떠다니는 장면이 마치 괴기물을 연상시켜 시청자들에게 은연중에 거부감을 우발시키고 있었다.

 

 

방송의 장애우 권리 묵살

 

  이와는 조금 다르지만 대구 지역방송에서도 장애아의 권리를 가볍게 여기는 사례가 있었다.

  MBC의 "황원영의 아침 만들기"란 프로그램에서 장애아동들만 수용했던 어린이집이 일반 아동에게도 개방했다는 내용을 방송했다. 그런데 아나운서가 장애아동과 일반아동을 같이 수용하느냐고 묻자 리포터가 아무 거리낌 없이 따로 수용하고 있으니 부모님들께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공중파 방송에서 장애우의 편견과 시청자의 님비의식을 부추기는 실언을 했다는 것은 대단히 심각한 문제이다. 방송국에서 추후 사과문을 내보냈는지 여부는 알 수 없으나 이 정도의 발언이면 경고가 내려져야 마땅하다.

 

  방송에서 장애우의 권리는 흔히 묵살되고 있는 형편이다. 온가족이 즐기는 코미디나 오락프로그램에서 장애를 비하하는 대목이 여과없이 방송되는 것은 더 이상 새삼스럽지 않다.

 

  또 하나 무시될 수 없는 권리가 시청권이다. 장애우에게 적절한 정보를 주는 프로그램을 접근이 쉬운 시간대에 배치하는 것은 방송사의 의무이다. 매주 일요일 신새벽에 방송되는 "사랑의 가족"은 KBS의 유일한 장애우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새벽에 방송되어 시청 불가능한 프로그램으로 낙인찍힌 지 오래다. 장애우들은 오래 전부터 시청하기 편한 시간으로 옮겨 줄 것을 요청했지만 시정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번 개편에서 장애우들의 요청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이 6시 40분에서 6시 30분으로 시간이 더욱 앞당겨졌다.

 

  주지하다시피 KBS는 "장애인 먼저" 운동을 주도하는 단체이다. 홍두표 사장은 이 운동 상임대표로서 얼마 전 97년 장애인 먼저운동 사업 예산을 집행했다. 이러한 KBS의 위상이라면 장애인 먼저를 멀리서 찾을 게 아니라 장애우프로그램을 늘리고 서비스를 강화하는 데 신경을 썼어야 한다. 그럼에도 이에 역행하는 것은 말뿐인 장애인 먼저 운동이고 더 나아가 장애우를 기만하는 행위이다. 한 시청자는 "장애인 먼저라는 것이 장애우는 새벽같이 일어나서 일찌감치 시청하라는 의미냐"라고 비꼬기도 했다.

 

  KBS는 올해 50주년을 맞는다. 방송 역사에서 KBS가 차지하는 의미는 무척 큰 것이다. 그런데, 현재 KBS의 모습은 공영방송의 체면을 망각하고 타 민방들과 같이 시청률 경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10대를 겨냥한 오락 프로그램에는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붓고 있는 반면 "사랑의 가족" 같은 프로그램은 구색 맞추기 용으로 전락하고 있다. 사랑의 가족에 투여되는 제작비가 형편없어 제작이 무성의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불만이 방송관계자에게서 터져 나오고 있을 정도이다.

작성자이현준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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