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한 생활에 건강한 정신이다 > 대학생 기자단


건전한 생활에 건강한 정신이다

"건강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

본문

  요즘에도 체육 행사에 가 보면 이런 표어(?)를 가끔 볼 수 있다. 이 말은 고대 서구에서 비롯되어 로마 시대에 으뜸가는 덕목 중 하나였는데, 정작 제정 로마 4대 황제 클라우디우스가 장애우였다면 이율 배반일까.
  시오노 나나미 씨의 연작 <로마인 이야기> 중 7권 <악명 높은 황제들>을 보면 그를 흥미롭게 그리고 있다. 그는 어렸을 때 소아마비를 앓은 탓인지 오른쪽 다리를 질질 끌었고 건들 거리며 걸었다. 가만히 앉아 있을 때는 머리를 쉼없이 움직였고, 긴장하면 말을 심하게 더듬었다. 도한 그는 허약한데다 생김새도 볼품 없었다. 게다가 그는 옷차림에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그는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의 유일한 혈동(외가)이었지만 주위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매우 우연히, 그는 황제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그는 손 아래 조카이자 직접 황제인 칼리큘라가 암살되자 빈 자리를 거머쥔 것이다. 암살자인 황제 근위병들은 역사 공부에만 몰두하던 클라우디우스를 인질로 삼고 원로원가 담판을 지으려 했다. 원로원은 별볼일 없는 클라우디우스를 무시하고 암살자를 처단할 수 있었으나 그들의 요구를 받아 들였다.
  젊은 칼리큘라 황제의 전횡에 당해 온 원로원은, 50대의 볼품 없는 장애우를 황제에 앉히는 것이 여러 모로 낫다고 계산하였다. 클라우디우스는 원로원의 얄팍한 속내를 알면서도 망설임 없이 수락했다. 이렇게 하여 막강한 로마 제국에 장애우 황제가 탄생한 것이다.
  예상대로, 그는 즉위 첫 원로원 연설에서 긴장한 탓에 말을 더듬고 입가에는 거품이 흘러내려 놀림거리가 되고 만다. 그러나 클라우디우스 형제는 첫 난제였던 암살범 처리를 원만히 끝낸 뒤 놀라울 정도로 제국을 훌륭히 경영한다. 그는 놀림을 받아도 원로원에 나가 국정을 챙겼고, 재판을 참관하여 민정을 살피는데 게을리하지 않았다. 원로원은 그를 깔보지 못했다. 그는 재위 13년 동안 세제를 개혁하여 피폐했던 제국 재정을 튼튼히 했고, 유대 지역의 뿌리 깊은 갈동을 절묘하게 화해시켰으며, 협소했던 로마의 외항을 확장하는 등 사회 간접 시설 투자에도 열의를 보였다. 그는 선대 아우투수 황제나 티베리우스 황제에 뒤지지 않는 치적을 남겼다.
  클라우디우스 황제만 보아도 “건강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이며 군사적 신체 단련(무예)을 인격 수양의 전제 조건으로 삼는 제국주의적 슬로건일 뿐이다. 그는 평생 역사 공부를 통해 선인들의 지혜와 덕을 배우고 쌓은 사람이다. 특히, 그는 황족이었지만 검소하고 겸양을 실천한 생활인이었다. 이런 점은 황제가 됙 전이나 후나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자, 발상을 바꿔 보자. “건전한 생활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이보다 더 좋은 표어는 없을 성싶다.

 

글/ 박종환 (함께 걸음 편집자문위원, 언론인)

작성자박종환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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