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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소리] 우리 사회를 인간다운 사회로 살리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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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소리]

 

우리 사회를 인간다운 사회로 살리는 길


 

  우리는 만물이 소생하는 새봄에 참으로 충격적인 두 사람의 죽음을 경험했습니다. 하나는 재산도 있고 학식도 있는 대학교수가 돈을 더 가지기 위해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한 패륜적 사건으로 인한 죽음입니다. 이 사건은 우리사회의 도덕성 붕괴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노점상을 하는 가난한 중증장애우가 가혹하게 단속하는 구청직원에게 항의하다가 너무도 억울해서 분신한 안타까운 죽음입니다.
이 죽음은 장애우들과 장애계에서 일하는 관계자들에게 더할 수 없는 아픔을 가져다주었습니다.
  그런데 얼핏 보면 이 두 사람의 죽음은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두 사람의 죽음은 아주 깊은 연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이두사람을 죽인 주범이 인간의 가치나 삶의 보람은 생각하지 않고 돈과 물질만을 사랑하여 오로지 그것을 더 가지기 위해 경쟁하는 경제성장 제일주의이기 때문입니다.
  그 동안 우리 사회는 경제성장 제일주의에 의해 경제적으로 어느정도 풍요로워진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인간을 고려하지 않은 성장 정책이었기 때문에 우리 사회는 인간이 없는 사회가 되어 한편에서는 물질의 풍요를 누리면서도 그것을 더 가지려고 패륜적 살인을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여전히 하루끼니조차 어려워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는 죽음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비슷한 예들을 봅시다. 연일 신문에 보도되는 모든 살인사건과 자살사건의 뒤에는 바로 경제성장 제일주의에서 파생한 탐욕과 상실감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런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도덕과 윤리교육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학교 교육을 주범으로 몰아 사건의 본질을 오도시켜 왔습니다. 그러나 전 세계에서 도덕과 윤리과목을 별도의 학과목으로 지정해서 우리나라처럼 가르치는 나라는 한 나라도 없습니다.
  그렇게 때문에 도덕과 윤리교육을 강화한다고 해서 이런 반인간적 사회가 인간적인 사회로 변화되지 않습니다. 도리어 도덕과 윤리교육마저 점수 따기 경쟁교육으로 하기 때문에 우리사회가 더 비도덕적, 반윤리적 사회가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사회를 인간다운 사회로 변화,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가치관과 의식의 개혁이 되지 않으면 안됩니다. 다시 말해서 돈과 물질이 아니라 인간을 사랑하고 소유가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보람을 제일의 가치로 생각하는 가치관으로 우리의 의식을 개혁해야 합니다. 시급히 이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조만간 붕괴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인간 없는 사회에서 가장 희생당하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장애우라고 하는 사실은 두말 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 사회에서 장애우가 차별받지 않고, 장애우가 장애를 입지 않은 사람들과 평등한 권리를 가지고 자주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 때 우리 사회는 인간다운 사회가 됩니다.
  따라서 우리의 가치관, 의식의 개혁은 추상적인 차원이 아니라 아주구체적인, 곧 장애우를 사랑하고 장애우와 더불어 사는 삶의 보람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장애우와 마주잡은 손, 장애우와 더불어 걸어가는 함께걸음만이 죽어가는 우리 사회를 인간다운 사회로 살리는 길이 됩니다.
  이런 점을 전제하고 4월을 생각해 봅시다. 4월은 정부에서 정한 "장애인의 날"이 있는 달입니다. 장애우의 날을 맞아 여기저기서 장애우행사가 줄을 잇고 있습니다. 사회의 관심도 장애우에게 쏠리고 있습니다. 그런 행사내용과 사회의 관심이 장애우 문제의 알맹이는 젖혀두고 표피를 건드리는 데에만 머물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심정을 지울 수 없습니다.
  장애우 문제의 본질은 바로 인군문제입니다. 인권차원에서 장애우문제를 바라보지 않은 한 어떤 문제제기도 장애우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짚지 못한 문제제기입니다. 소득보장도, 차별의 문제도, 하다못해 접근권의문제도, 모든 장애우 문제에 접근하는 잣대는 바로 인권이어야 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장애우들이 인권을 보장받고 있는가? 이런 문제 제기에서 시작할 때만이 장애우문제는 제대로 해결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차원에서 우리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얼마전 공청회를 열고 처음으로 여성장애우 문제를 제기해 보았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장애우문제가 심각성을 띠고 있다는 데에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장애우들을 말로 표현할 수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는 것입니다.
  여성장애우들에게는 성장위주의 잘못된 정책으로 인한 어려움 외에도 가부장제라는 심각한 이데올로기가 압박을 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모든 생활과 제도가 남성 위주로 짜여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성들은 소외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여성장애우 문제는 단순하게 여성문제로만 보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이번 공청회에서 주제발표자가 언급했듯이 여성문제 더하기 장애문제가 아니라 여성문제 곱하기 장애문제라는 등식이 성립되는 게 여성장애우 문제인 것입니다.
  대표적인 여성장애우 문제로 우리는 결혼문제를 꼽을 수 있습니다. 남성 장애우들도 결혼이 힘들지만 여성장애우들은 더 힘든 지경에 놓여있습니다. 바로 가부장제 이데올로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여성장애우의 인권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사회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고 있는 이 가부장제 이데올로기가 시급히 사라져야합니다. 그래야지만이 우리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4월을 맞으며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손은 장애우와 마주잡은 손이고 이 세상에서 가장 생명력있는 발걸음은 장애우와 같이 걷는 함께걸음이며, 이 세상에서 가장 인간다운 사람은 장애우와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는 우리 사회에 이 아름다움, 이 생명력, 이 인간다운을 증진시켜가야 할 것입니다.

 

김성재/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이사장

작성자김성재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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