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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는 20세기, 장애우는 19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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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애우의 인권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보고들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장애인선교단체연합회는 최근 전체 장애우 중 최소 3%가 호적이 없다는 충격적인 발표를 했다. 이들 무호적장애우들은 주민등록증, 의료보험증의 증명서를 받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교육이나 병원치료도 제대로 못받고 있는 형편이다.(4/29경향)

 

  농어촌장애우들의 복지서비스 소외현상이 심각하다는 보고도 있다. 전남지역의 경우 장애우 70%이상이 농어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대다수가 영농 어로작업 중 장애를 입은 것으로 나타나 농촌의 장애우문제가 심각함을 시사하고 있다. 농어촌의 경우 주거환경이 열악하고 휠체어가 다닐만한 도로도 없고 복지시설도 태부족인 것이다. 설사 복지시설이 있다 해도 교통이 불편해 실질적으로 이용이 불가능하다. 이들은 2, 3차 산업의 취업은 꿈조차 꾸지 못하고 있으며 지하철, 철도, 항공요금 할인, 영구주택 가산점 등의 복지정책은 농촌의 경우 별도움이 되지 않고 있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4/20 무등)

 

  한편 지역사회 주민이 모두 봉사활동에 나서는 복지공동체 운동인 "브이타운(자원봉사활동 마을)" 21세기 운동이 활발하다. 이러한 마을이 지난해 4곳이 생긴데 이어 올해는 서울 6곳 등 34곳으로 늘어나 확산되어 가는 추세이다.(4/25 한겨레)

 

  맹인 안내견에 이어 청각장애우를 위한 보청견이 등장해 화제이다. 보청견은 전화, 초인종, 화재경보 등 특별한 상황을 주인에게 몸으로 알려주는 일을 해내는데 훈련 정도에 따라 불을 켜고 끄고, 전화기를 물어 오는 등 1백여 가지 명령을 수행할 수 있다. 보청견은 동물 애호단체인 "동물은 내 친구"에 의해 청각장애우에게 무료로 보급될 예정이다.(5/15 일간스포츠, 5/8 경향)

 

  국제기사로는 데이비드 블런켓이 시각장애우로서 영국의 장관에 오른 것이 가장 눈길을 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영국이 이미 19세기에 헨리 휘세라는 시각장애우 장관을 배출했었다는 사실이다.

 
근육디스트로피 장애우 관련 방송 유감


  아직까지는 일반에 생소한 근육디스트로피 장애에 관한 소개가 요즘 들어 TV나 일간지에서 자주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정확한 지식없이 근육디스트로피에 대한 정의를 함부로 내리거나 무조건 죽는 병으로 몰아가는 경우가 많아 당사자들을 당혹하게 하고 있다.

 

  지난 4월 24일 MBC 9시 뉴스에서는 근육디스트로피를 마치 기형아인 것처럼 보도했다. 착상 전 유전검사법이 개발돼 기형아를 예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요지의 보도를 하면서 근육디스트로피를 기형아로 소개한 것이다. 뉴스 중간에 등장한 한 여성은 "오빠가 근육디스트로피 장애우여서 기형아를 낳을까봐 3년 동안 아기를 갖지 못했는데 착상 전 사전진단법 덕에 기형아가 아닌 정상아를 낳았다"고 밝혔다. 여기에 덧붙여 ○○병원의 여의사가 이제 기형아를 걱정 안해도 된다고 조언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어떻게 보면 단순한 실수 정도로 보이지만 본래 착상 전 유전검사법이 근육디스트로피를 염두에 두고 연구된 것을 고려하면 기자가 기형아 예방으로까지 확대 보도하는 과정에서 위의 장면을 연출했을 가능성이 짙다.

 

  SBS는 장애인의 날에 근육디스트로피 어린이 돕기 사랑의 한 걸음 모금행사를 방송했는데, 계속해서 근육디스로피를 20세도 넘기지 못하고 죽는 병으로 단정지어 전체 분위기를 침울하게 유도했다. 물론 어린 나이에 발병할 경우 생명을 잃기도 하지만 생명과 전혀 관계없는 경우도 많고, 꾸준한 물리요법과 정신력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 그 날 출연했던 근육병 장애우들도 대부분 생명의 위협과는 무관한 경우였다.

 

  게다가 근육디스트로피 장애우들은 최근 잇따르는 유전학의 개가에 고무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미 듀센형 근육디스트로피의 유전자지도가 밝혀지고 얼마 전 죤스홉스킨 대학의 근육디스트로피 전문가 이세진 박사팀이 쥐 근육 생성에 성공해 근육디스트로피 치료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분위기를 읽어 내지 못한 채 낡은 지식만을 내세우며 치료법에 대한 정보나 희망을 주기는커녕 당사자와 가족들에게 절망감만을 부풀렸다는 것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대기업 사회복지의 양면성


  최근 대기업의 사회복지활동이 다양해지고 있다. 기업의 이러한 활동은 전에 비해 적극적이고 세련되어 기업의 이미지를 쇄신하는 데 한몫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정작 장애우 고용에는 인색한 점을 들어 기업의 이중성을 지적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삼성화재는 맹인안내견으로 기업이미지 메이킹에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최근에는 "저 좀 태워주세요"라는 멘트를 내세운 맹인안내견에 대한 캠페인 광고가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시각장애우 안내견을 육성하는 퍼피워커도 대단한 인기이다. 이 사업에 삼성화재는 엄청난 돈을 투자하고 있는 만큼 이제는 맹인안내견하면 삼성화재를 떠올릴 정도로 이미지를 굳혀가고 있다. 삼성화재는 지금까지 19마리의 안내견을 기증했고 지난 4월 30일에는 맹인안내견의 공공출입허용을 위한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였다.

 

  한편 LG는 사회복지법인 LG복지재단을 통해 장애우시설을 짓는 일에 열심이다. 얼마 전에 장애우복지공장을 짓는데 50억이란 거액을 내놓은데 이어 최근에는 15억을 투자해 여천에 종합사회복지관을 지어 시에 기부채납했다.(4/19 광주메일) 한편 LG산전은 김포공자의 짜투리땅 2백여평을 교남학교에 무료로 제공해 정신지체인 농업실습장을 만들어 주었다. 교남학교 학생들이 직업교육장이 없다는 소식을 듣고 선뜻 나선 것이다. 이 농업실습장은 이곳을 방문한 일본의 장애우자립문제 연구소장인 다니구치 아키히로 씨가 "장애우복지정책이 잘 돼 있다는 일본에서도 기업체가 장애우들을 위해 이렇게 배려하는 일은 드물다"고 감탄할 정도로 훌륭한 시설로 평가받고 있다.(동아 5/9)

 

  기업의 이러한 활동은 단순히 의식주와 같은 기본 욕구만을 충족시켜 주던 과거의 복지개념과는 달리 아이디어가 독특하고 다양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 이렇게 복지사업에 적극적인 기업들이 수백억원의 부담금을 물면서도 장애우를 고용하는 데는 인색하기 그지없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그 이중성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삼성은 장애우고용률 최하위를 자랑하는 기업이다.

 

  대기업들의 사회사업활동은 어느 때보다도 활발하지만 대기업들이 아직도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인식이 없다고 판단된다. 복지정책의 핵심은 무엇보다 고용에 있다. 흔히 말하는 고기를 낚는 방법을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장애우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따라서 대기업의 사회복지활동도 우선순위에 따라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대기업이 장애우를 분리하는 복지공장에 투자하는 비용을 장애우도 함께 일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는데 투자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것을 하루 빨리 깨달았으면 한다.

 

성금모금도 최첨단 시대


  최근에 성금모금에 색다른 방법이 등장하고 있다. 장애인의 날에 벌어진 SBS의 근육디스트로피 어린이 성금모금과 MBC가 펼친 "사랑을 찾습니다" 모금 생방송에는 ARS방식이 도입됐다. 생방송 시간 내에 전화를 할 경우 7초 경과시 2천 원의 전화요금이 부과됨과 동시에 같은 액수가 성금계좌로 입금되는 방식이다. 화면 하단에 전화통화 수와 액수가 집계되는 장면이 표시되어 성금모금 현황을 시청자들에게 곧바로 공개하는 방식도 최첨단 시대를 실감하게 했다.(4/20 스포츠서울) 이날 방송으로 서울방송은 1억1천만원, 문화방송은 1억8천6백37만2천 원을 각각 모금하는 성과를 거두었다.(4/25 한겨레)

 

  쌍용은 사보 여의주를 통해 시각장애우 개안운동을 펼쳐왔는데 95년 1월부터 매달 7천 명이 7백만 원의 후원금을 기부해 최근 3억원을 달성했다. 이 돈은 그동안 5백 95명의 시각장애우에게 새 빛을 찾아 주었다. 기업홍보를 전혀 하지 않고 순수한 미담을 발굴하는 조용한 활동의 성과라는 점이 눈부시다.(5/8 서울경제) LG정보통신은 5월부터 판매되는 휴대폰 "프리웨이" 수익금 중 일부를 기금으로 조성, 연 7백여 명의 시각장애우를 수술해줄 계획이다.(4/27 한국경제)

 

  힐튼호텔은 "하트 오브 힐튼"이라는 세계요리축제를 겸한 장애아돕기 모금행사를 벌였는데, 싼값의 티켓으로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가능하게 해 기금 마련 행사를 겸하는 독특한 방식을 채택했다.(4/25 일간스포츠)

  한편 국내 프로야구 구단들의 사회봉사가 눈길을 끈다.(4/27 한겨레) LG트윈스는 올 시즌부터 자기 구단 선수들이 홈런을 칠 때마다 소년·소녀가장에게 "사랑의 냉장고"를 기증하고 있다. 또 연봉 7억원대의 투수 임선동씨나 고액 연봉 선수들은 장애우나 불우 청소년 한 명씩을 맡아 매월 후원금을 지급하게 하고 출전하도록 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의 장종훈은 자신이 홈런칠 때마다 교통사고 장애우들에게 냉장고 한 대 씩을 기증할 계획이다. OB 베어스는 청각장애우를 초청해 야구의 규칙을 알려주고 야구장의 분위기를 느끼게 하고 있다.

 

  프로야구 구단의 이와 같은 활동은 미국의 경우 오래된 관행으로 되어 있다. 실제로 미국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자기 연봉의 평균 3%를 장애우나 청소년을 위해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흑인 선수들은 슬럼가의 흑인 청소년들에게 야구용품을 사주기도 하고 골목야구를 지도하고 있다.

작성자이현준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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