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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곤의 세상보기] 기술교육대와 장애우직업전문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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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의 장애우 차별>
노동부가 전액 출연해서 설립한 한국기술교육대학이라는 대학교가 있단다. 이 대학교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등록금은 국립대 절반 수준밖에 안 되는데, 96년 개교이래 올해까지 8년째 전체 졸업생을 모두 취업시키는 놀랄만한 실적을 쌓아가고 있기 때문이란다.
새삼 이 대학교를 들먹이는 것은 다름아닌 이 대학이 노동부가 전액 돈을 대서 설립하고 운영하고 있는 대학이기 때문이다. 모르긴몰라도 8년째 전체 졸업생을 취업시키려면 그 동안 노동부는 이 대학에 엄청난 규모의 투자를 했을 것이다. 첨단장비에 우수한 교수진 확보 등 등 불패신화를 이어가려면 그에 따르는 대가를 당연히 지불해야 하는 법이다.
그런데 문제는 노동부는 이 대학만 운영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노동부 산하에는 이 대학과 성격이 비슷한 수십 개의 직업전문학교가 있고, 또 비록 자체 예산이 아닌 기업이 내는 미고용 부담금으로 조성된 기금에서 출연했지만, 외관상으로는 노동부가 돈을 대서 설립하고 운영하고 있는 장애우 직업전문학교도 대여섯 개가 있다.
하지만 우둔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현재 노동부가 운영하고 있는 장애우직업전문학교 졸업생의 취업률이 몇 년째 100%를 이어가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지는 못했다. 100%는커녕 장애우 졸업생의 반만이라도 안정된 직업을 갖게 됐다는 기사를 눈을 씻고 찾아봐도 접할 수 없었다. 결국 결과만을 놓고 보면 한 마디로 노동부가 장애우를 명백하게 차별하고 있다고 말해도 지나친 억지가 아닌 셈이다. 똑같이 노동부가 돈을 대서 설립했고 운영하고 있는데 어느 기술교육기관은 취업률 100%를 이어가고 있고, 어느 기술교육기관의 졸업생 취업률은 바닥을 기고 있다면 이게 차별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노동부에 묻고 싶은 것은 그 동안 장애우직업전문학교에 기술교육대학에 버금가는 공을 들이고 막대한 투자를 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렇다고 바로 대답을 못한다면 장애우와 비장애우는 다르고, 교육방식에 차이가 있다는, 등등의 어떤 변명을 늘어놓는다고 해도 결론은 노동부가 장애우를 차별하고 있다는 혐의를 결코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100% 취업률 자랑할 게 아니다>
지금 과연 노동부는 장애우 직업교육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그리고 쏟아 붓고 있는 막대한 예산만큼 장애우들이 수긍할 수 있는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고 있는가, 부정적인 시각을 지울 수 없는 것은 노동부가 장애우 직업교육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애를 쓰고 있다는 인상을 전혀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예로 기술교육대에서는 반도체장비 정보통신 분야 등 기업에서 선호하는 기술을 집중 교육시킨다고 한다. 그렇지만 장애우직업전문학교의 교과 과목은 인쇄, 전자부품 조립 등 전혀 기업체가 선호하지 않는 기술교육 일색으로 채워져 있다. 장애우가 능력이 모자라서 첨단기술을 가르칠 수 없다고? 그렇다면 지금같이 예산을 낭비하면서 별도의 직업전문학교를 설립해서 운영할 필요 없이 차라리 장애우들에게 교육비를 대줘서 사설 직업교육기관에서 자기 능력에 맞는 기술교육을 받게 하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
장애우직업전문학교의 설립 목적은 누가 뭐래도 장애우들의 안정된 직업 확보다. 그리고 장애우가 안정된 직업을 가질 수 있으려면 당연히 직업전문학교에서는 장애우에게 시대 흐름에 맞는 직업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장애우들에게 다소 벅찬 첨단산업 기술교육이라도 일단 시도는 해봐야 한다. 그래서 기업이 요구하는 말 그대로 인재를 배출해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직업전문학교가 지금처럼 고정된 틀을 가지고 변화에 무관심한 채 낙후된 기술교육으로 졸업생을 배출하기에 급급하다면, 결국 직업전문학교는 노동부의 생색내기 전시용 직업교육기관이라는 오명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노동부는 기술교육대의 100% 취업을 자랑할 게 아니라 장애우직업전문학교의 지지부진한 취업률에 책임을 지고 장애우들에게 사과부터 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이라도 장애우직업전문학교에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할 것이다.   

 

작성자이태곤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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