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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소리] 삼풍복지원을 경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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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소리]

 

삼풍복지원을 경계하자

 

  어느덧 1995년이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이맘때가 되면 늘 하는 상투적인 말이기는 하지만 실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아닌가 합니다. 특히 이즈음 신문을 장식하는 5공6공 사람들 이야기는 우리로 하여금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해주는 좋은 화두인 듯 합니다.
전두환이 그 졸개들을 이끌고 총과 탱크를 앞세워 한나라 제도의 대들보인 헌법을 파괴한 뒤 언론과 국민들을 위협하기 시작한지 지금으로부터 무려 십 오년, 눈에 보이는 것 없었던 그들은 언론을 장악하고 회유하여 잠재운 뒤, 나라의 장래는 안중에도 없이 오직 하나 주머니에 천문학적 돈을 긁어모으는데 혈안이 되어있었던 것입니다. 대통령이라는 자가 이런 마당에 그들의 눈에 들어 높은 자리에 오른 어르신들(?)이라고 온전할 리는 없었던 모양입니다. 액수만 다를 뿐 강도 짓 하는 수법은 두목으로부터 전수 받은 그대로였습니다.
  오죽하면 미국언론에서 우리나라의 높으신 분들이 평균 한해에 10억원 정도는 무난히 벌어들인다고 보도를 했겠습니까. 높으신 어른들뿐만 아니었습니다. 복지사업을 한다는 자들이라고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남들 보기에는 어렵고 소외된 이웃을 위하여 일한다는 그럴듯한 직함을 가지고 있으면서 뒤로는 장애우들에게 가혹행위를 자행하기도 하고, 순수한 마음에서 전해준 후원금을 뒷구멍으로 챙기는가 하면, 국가 예산으로 나누어준 보조금을 떼어먹는 자도 있었습니다. 아무리 잘 보아주려고 해도 아니올시다 라는 대답밖에 할 수 없는 사람이 장애우들을 대표한다며 나서 한자리 해먹을 길이 없나 정치판을 기웃거리기도 합니다. 망둥이가 뛰면 꼴뚜기도 뛴다고, 대통령이라는 자가 부정과 부패를 저지르니 복지 한다는 사람들 중에서도 흉내내는 자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지만 제아무리 날고 기어도 역시 앞에서는 별 수 없는 모양입니다. 역사는 당장 말을 하지 않을 뿐 그 스스로 설정한 길을 묵묵히 가고 있는 듯 보입니다. 정리될 것은 정리되어야 합니다. 5공과 6공이 청산되어야 하듯 장애우를 팔아먹는 사람과 장애우를 벼랑으로 몰아세우는 그릇된 제도도 정리되어야 합니다. 지금은 혼돈으로 보이지만, 그것을 정리를 위한 과정일 것입니다. 부정한 건설업자와 부정한 건축공무원의 부정한 거래가 삼풍백화점을 낳았고, 삼풍백화점은 갓난 어린아이부터, 꽃다운 젊은이들을 비롯하여 우리의 부모님까지 엄청나게 많은 숫자의 억울한 죽음을 낳았습니다.
  그간 사이비 자선사업가와 부정한 복지공무원들의 결탁이 삼풍복지원을 만들지 않았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이 삼풍복지원은 머지 않은 시간에 억울한 희생자를 만들어 낼 것입니다. 십 수명이 불에 타 사망한 경기여자기술원은 삼풍복지원 붕괴의 시작일 것입니다. 역사는 정치인만을 심판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런 속에서 저희 연구소는 나름대로 몇몇 사업을 통하여 좀 더 낳은 복지사회를 만들어 보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그 중 올해는 특히 장애우의 통합교육을 위하여 애쓴 한해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4월과 10월 두 번에 걸쳐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이 함께 어울려 서로가 서로를 경험하는 기회인 어깨동무 놀이한마당이라는 행사를 치루었습니다. 8월에는 장애우 복지운동사상 처음으로 일본 장애우 복지투쟁에 앞장서고 있는 일본 장애우 차별과 싸우는 공동연합과 공동으로 서울에서 한․일 장애우 교류대회를 치름으로서 장애우복지에 대한 국제교류의 장을 여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한편, 장애우문제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고 절실한 것으로 판단되는 여성장애우문제 해결의 일환으로 연구소 부설로 여성장애우 연구모임인 "빗장을 여는 사람들"을 만드는 한편 이 모임의 김미연 씨를 9월초 북경에서 열린 세계여성대회에 파견함으로서 세계 여성장애우들과의 교류를 시작하였습니다.
  또한 지난 2월과 11월에는 장애인고용촉진법의 정신에 정면으로 위반되는 연계고용제와 2배수 고용제의 법제화 움직임에 대한 대응책으로서 지속적인 공청회 등을 통하여 그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여론화하여 자칫 장애우고용의 최대 걸림돌이 될 뻔한 요소를 미연에 방치하는 데에 앞장서기도 하였습니다.
  그밖에 제도개선사업의 일환으로 휠체어 장애우와 시각장애우가 접근하기 곤란했던 교 육보험빌딩을 제1대상으로 선정한 뒤 교보 측에 입력을 가함으로서 미비하기는 하지만 결국 편의시설을 설치하도록 하는가하면, 특례입학을 실시하거나 계획 중인 19개 대학의 장애우 편의시설 실태조사를 벌여 그 보고서를 작성 중에 있습니다.
과연 이러한 사업들이 적당하고 적절한 사업이었는가의 여부는 저희 연구소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여러분들의 판단에 맡기기로 하겠습니다.
  저희는 연구소를 꾸려가면서 특별히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안될 이유가 있습니다. 수없이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꾸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분들이 바로 함께걸음을 사랑해 주시는 독자들입니다.
  이 책은 전문적이지도 않습니다. 내용이 재미있는 것도 아닙니다. 때로는 편집이 엉망일 때도 있었고 때로는 내용이 엉망일 때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독자는 증가하였고 지금도 증가 중에 있다는 사실은 저희들로 하여금 더욱 열심히 고민하고 애쓸 의무가 있음을 인식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인 것입니다.
한 해를 마감하면서 연구소의 소장으로서 연구소직원들과 더불어 독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이렇게 지면을 통하여 밝히는 것이 적당할는지 모르겠으나 몇몇 특별히 기억하고 싶은 분들이 계십니다. 우선 "마마전기"의 사장님이셨던 마길평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분은 연구소를 도와 주시면서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셨습니다. 지금은 어디 계신지 알 수 없으나 이 지면을 빌어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밖에 한글문화연구회 이사장이신 박용수 선생님, 한겨례 신문의 논설위원이신 김종철 선생님, 김정문 알로에의 회장이신 김정문님, 그밖에 음으로 양으로 저희를 지켜보아 주신 많은 분들에게 지난 한해 돌보아 주신데 대하여 감사 드립니다.
다가오는 새해는 모든 분들에게 더욱 의미 있고 풍요로운 한해가 되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내년에는 연구소가 올해보다 더욱 열심히 뛸 것을 약속드립니다.
내년은 모든 장애우들의 마음에서 시름을 거두어내는 한해가 되기를 여러분과 함께 기원합니다.


글/김성재 (본지 발행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소장)

 

 

작성자김성재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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