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소리] 성의 소외는 어떻게 할 것인가 > 대학생 기자단


[붓소리] 성의 소외는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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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성에 있어서 순결의 상징으로 신부와 수녀, 스님 등 종교인들을 꼽는다. 이들의 특징은 타의가 아닌 자의의 선택에 의해 순결을 지키며 산다는 것이다. 그런데 반대로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성적 권리를 박탈당한 채 평생 순결을 지키며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장애우다. 그런다고 누가 알아주지도 않고, 또 종교인처럼 존경을 받는 것도 아닌데, 많은 장애우들이 고고하게 순결을 지키며 살고 있다. 이는 순결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장애우가 처한 비극이다" 라고 말할 수 있다.

현재 장애우가 가지고 있는 중증장애, 가난, 낙후된 인식 등의 문제는 장애우의 결혼을 어렵게 하고 있다. 그런데 성은 파트너가 있어야 가능하다. 따라서 결혼하지 못한 장애우는 일평생 성의 소외 그늘을 벗어날 수 없다. 여기에다 우리 사회는 일부일처제 사회이며, 성을 사고 파는 매춘은 현행법상 불법이다. 그래서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한 결혼하지 못한 장애우가 성의 소외 그늘을 벗어날 길은 전혀 없고, 사실을 얘기하자면,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돈을 주고 성을 살 장애우도 별로 없는 실정이다.

물론 장애우들 중에서 어떤 장애우는 순결을 자의로 선택해 성 관계 한 번 맺지 않고 일생을 마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장애우가 성에 대한 욕구는 간절한데 분출구가 없어서 평생 성 관계 한 번 맺어보지 못하고 일생을 마쳐야 한다면 인간으로서 이 보다 더한 비극은 없을 터인데, 믿어지지 않겠지만 그리고 이해도 되지 않겠지만, 대다수 중증장애우들이 이 같은 비극적인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그러면 장애우 성 문제가 이렇게 심각한데 해결책은 무엇이 모색되고 있는가, 유감스럽게도 지금 장애계에서는 누구도 장애우 성 문제를 입에 올리지 않고 있다. 장애우에 대한 성폭력 문제는 대응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성폭력에 버금가는 심각한 문제인 장애우의 성에 대한 욕구를 해결해 줄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논의는 전혀 공론화 되지 않고 오히려 터부시하고 있다.

이런 장애계의 무관심은 장애계에서 조차 장애우를 유아로 바라보고 있지 않나 라는 짙은 의구심을 갖게 만들고 있다. 복지라는 이름아래 장애우를 달래고 과자나 당근을 주는 일만 하면 단체의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강조하지만 장애우 중 대다수는 성인이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지금 성인 장애우의 대다수가 성 욕구를 분출할 대상을 찾지 못해 고통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이기도 한 장애우의 성에 대한 욕구를 해결해줄 방안을 모색하는 게 장애우 단체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이런 시각에서 봤을 때 때마침 날아온 외신 하나가 우리를 부끄럽게 만들고 있다. 호주 빅토리아주의 한 매춘업소가 휠체어용 경사로와 넓은 문, 장애우가 앉아서 샤워를 할 수 있는 욕실 등 완벽한 편의시설을 갖춰 장애우와 인권옹호 단체의 대환영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이 외신을 성에 대해 개방적인 호주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 이라고 치부하고 말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장애우가 성에 대한 욕구를 해결할 수 있도록 매매춘에 드는 소요비용을 정부에서 대주고, 나아가 자원활동 개념을 도입해 장애우 성 문제를 해결해 주는 유럽 몇 나라의 사례도 선진국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 이라고 못 박고 외면할 수도 있겠다.

이렇게 외면하면 그만이지만 결혼을 하지 못해 혼자 사는 이 땅의 장애우 입장에서는 너무나 부러운 사례들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예로 든 것처럼 우리도 외국의 사례를 도입해 장애우 성 문제를 해결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마음 같아서는 그러고 싶지만 성에 대한 욕구를 해결할 수 있는 비용을 정부가 대주고 민간에서는 자원활동 개념을 도입해 장애우가 성 욕구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우리 현실에서는 여러 가지 제약이 많아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할 일 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논의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왜 장애계에서 장애우 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논의조차 시작하지 않는지 그것이 답답하다. 성은 추악하고 감춰야 할 대상인가, 아니면 누구 말처럼 아름답고 권리 차원에서 바라볼 대상인가, 답이 후자라면, 성은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라면, 장애우도 성을 즐길 권리가 있다 라는 이 평범한 사실을 잊지 말자. 그리고 장애우에게 순결은 미덕이 아니고 아픔일 뿐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장애계가 하다못해 성 문제 상담소라도 하나 만들어 장애우 성에 대한 금기를 깼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해본다.
 

글/ 함께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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