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들 장애우 비하 발언 잇달아, 왜들 이러나! > 대학생 기자단


공인들 장애우 비하 발언 잇달아, 왜들 이러나!

김숙희 YWCA회장 장애우 비하 발언, 장애우들 분노

본문

"전혀 활동할 수 없는 사람을 위한 복지라는 건 다 병신 아니면 병자 아니면 제대로 정상기능이 안되는 이에 대한 복지에요. 마땅히 해야지요. 불구가 되고 지체가 되고 뭐 이런 사람 마땅히 돌봐야지만 그 인구보다 은퇴해서 지금 이런 멀쩡한 사람들이 놀고 돌아가는 이런 복지는 하나도 없는거에요."

저자 거리에서 한 범부가 이런 말을 했다면, 그리고 지나던 어떤 장애우, 혹은 그의 부모가 들었다면 멱살잡이 싸움이 벌어졌을 일이다. 그런데, 저자거리에서나 통용됨직한 말이 YWCA 연합회 회장(김숙희 씨)의 입에서 스스럼없이 나왔다는 것에 장애우는 물론 일반 시민들까지 경악하고 있다. 사태가 심상치 않았음인지 김 회장은 본지를 통해 장애우들에게 사과했다.

"어떤 이유를 덧붙인다고 해서 저의 실언을 되돌릴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공인된 입장에서 입에 담지 않아야 할 잘못된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장애인 여러분을 비롯한 국민 여러분에게 충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공식적으로 사과드립니다."

지난 3월 17일 김 회장은 본지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울먹이는 듯한 목소리로 사과를 했다.

주지하다시피 김숙희 씨는 도올 김용옥 씨의 누나로도 잘 알려져 있고 교육부 장관을 역임했을 만큼 영향력 있는 인사로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발언이라는 것이 세간의 시각이다. 김 회장의 발언은 2월 28일 한명숙 여성부 초대장관의 인사방문 시 나온 것으로 선후배 관계인 두 사람이 허물없는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실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대담은 동아닷컴에 동영상으로 올려졌고 네티즌들이 Y사이트와 장애우 사이트에 링크시키면서 노도와 같은 파문을 일으켰다. 특히 한 달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YWCA 연합회 게시판에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장애우 단체들의 성명을 포함한 항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대부분의 게시물들이 분노에 가득차 있고 육두문자까지 서슴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으로 번지고 있다.

김 회장은 3월 13일 Y게시판에도 사과문을 올렸지만 한번 엎지른 물을 주워담을 수는 없었다. 지체라는 국적불명의 단어는 그렇다치더라도 불구, 병신이라는 말이 교육부 장관을 역임한 사람의 입에서 나왔다는 점, 더욱이 김 회장의 발언이 변명할 여지없이 장애우들을 멸시하는 반장애우복지적인 발언이라는 점에 장애우들은 좌절감마저 느끼고 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김숙희 회장 발언뿐이 아니다 방송을 통해서도 장애우에 대한 용어 사용과 관련 문제점들이 돌출하고 있다. 우선 지난 3월 10일 SBS 아침 드라마 "용서"에서 극 중 "저 아이 말을 못해요. 태어날 때부터 청각이상이에요. 제가 지은 죄를 윤재가 받나 봐요. 저 아이를 볼 때마다 지난날들이 후회가 돼서 못 견디겠어요. 언젠가 제 눈에서 피눈물이 날 때가 있을 거라고 했죠. 지금이 그래요."라는 극중인물의 대사가 방송됐다. 이에 청각장애우 가족들은 방송위원회 홈페이지에 항의 게시물을 올렸고 한국난청아가족회는 SBS에 항의문을 보냈다. 이에 따라 방송위원회는 3월 16일 상임위원회의를 열고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21조 2항에 따라 SBS를 주의 조치했다.

또 지난 2월 24일 방영된 KBS 사랑의 리퀘스트에 출연한 한 중견 탤런트는 정신지체인 가정을 소개하면서 "기능이 다 세 살 한 살이에요. 35세짜리 막내는 말도 못하고 거의 동물에 가까워요. 미안한 얘기지만 소리로 알아들어요. 강아지처럼. 그리고 집의 환경이 말이 아니죠. 동물 우리도 저렇지가 않을거에요. 이거는 잘사는 집 강아지보다도 못해요" 라는 멘트를 했다. 이 역시 시청자들의 항의가 제기되었고 지난 3월 4일 TV 옴브즈맨 프로그램에 사과 방송이 나갔다.

공인들의 장애우 관련 실언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지만 근래 들어 문제가 되는 것은 언론, 방송에만 한정되었던 미디어가 멀티미디어, 인터넷의 발달로 다변화되면서부터이다. 예전 같으면 장애우 비하 발언이 있다하더라도 아무런 말썽없이 지나갈 수 있었다. 전화 외에 적절한 항의 수단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말 한 마디 잘못하면 곧바로 인터넷을 통해 항의가 들어가고 삽시간에 그 사실이 배포된다. 뿐만이 아니다. 말실수 한 번이 두고두고 동영상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열람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실언들이 악의에 찬 것이 아니고 특정 개인에게 피해를 미치지 않는 한 법에 저촉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대중의 여론은 법보다 엄중하다. 장애우들은 이제 더 이상 바라만 보고 있지 않다. 장애우에 대한 비하 발언에 대해 장애우들과 그 가족들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 장애우 비하에 대한 법률 조항으로는 개정 장애인복지법 제8조 2항 (차별금지 등) "누구든지 장애인을 비하, 모욕하거나 장애인을 이용하여 부당한 영리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되며 장애인의 장애를 이해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방송과 관련한 것은 방송법에 근거한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21조 (인권침해의 제한) 2항과 3항에서 각각 "장애우를 다룰 때에는 특히 인권이 최대한 보호되도록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장애우를 조롱의 대상 혹은 부정적이거나 열등한 대상으로 다루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근거해 방송위원회는 시청자들의 고발이 있을 경우 경고 또는 주의조치를 취하고 있는데 이창명 씨의 실언 때는 출연자 및 프로그램에 대한 경고조치가 처해졌다.

 

방송을 통한 문제 발언이 있을 경우 현재로서는 그 실효성 의심되는 방송위원회의 조치에 의존할 수밖에 없지만 장애우 당사자들이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낸다면 적지 않은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더욱 근본적인 대안은 교육이다. 교육의 중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는 김숙희 회장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장애우 비하 발언이 일반 대중의 입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양식있고 존경받는 사회지도층인사들에게서도 아무렇지 않게 나온다는 사실 때문이다. 따라서 무엇이 장애우에 대한 비하이며, 차별인지를 알리는 교육이 사회리더와 방송관계자들, 그리고 일반인 대상으로 실시될 필요성이 있다. 특히 학교를 통한 교육이 중요한데 장애우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지닌 채로 소위 사회지도층이나 국가 정책 담당자가 되었을 경우 그들에게 기대할 것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공인들은 말 한 마디를 해도 두 번 세 번 생각해서 해야 할 것 같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라는 말은 이제 "낮말도 네티즌이 듣고 밤말도 네티즌이 듣는다"는 말로 바뀌어야 할 판이다.

 

김숙희 회장 사과발언

"입에 담지 않아야 할 실언, 장애우 여러분께 사과합니다."


"우선 개인적으로 입에 담지 않아야 할 잘못된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장애인 여러분을 비롯한 국민 여러분에게 충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며 공식적으로 사과드립니다.

물론 이번 발언은 어떤 이유를 덧붙인다고 해서 저의 실언을 되돌릴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개인적으로 한명숙 장관은 이대 후배이기도 하고 제가 이대 교수로 재직 당시 한 장관이 조교로 있기도 해서 개인적으로 이물 없는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그런 실수를 범하게 된 것 같습니다. 우선 제가 이곳에서 일하다 보니 주변에서 일자리를 잃은 분들이 너무 많고, YWCA에서 운영하고 있는 여성피난처 같은 곳에 보면 너무 상처받은 분들이 많아요. 그런 중에 한명숙 장관이 여성부 장관에 취임하고 방문인사를 오셨길래 여성부장관 위치에서 여성뿐만 아니라 국민 전체의 일과 그들이 받은 상처를 쓰다듬는 일을 해달라고 당부하는 말 속에서 성질급한 대로 그런 실언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김 회장은 그밖에 거제도에 있는 애광원과 12년간 인연을 맺으며 교육부 장관 재임시 애광원이 학교를 설립할 때 예산지원에 힘썼던 사실을 밝혔고 YWCA의 공식적인 입장은 회원교육을 통해서 장애우들이 사회로 뻗어나가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글/ 이현준 기자

작성자이현준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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