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을닫으며] 밝고 아름다운 이야기 > 대학생 기자단


[창을닫으며] 밝고 아름다운 이야기

본문

우리 사무실은 한강 가에 있습니다. 앞쪽 창밖에는 망원정이라는 정자와 정자를 둘러 싼 나무들이 서 있고 오른쪽 창밖에는 한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습니다. 오늘은 바람이 제법 강하게 붑니다. 강에는 물결이 일어나고 나뭇가지는 많이 흔들립니다. 물결은 바람 따라 은빛 비늘을 강위에 펼치고 나뭇가지는 흔들리면서도 초록의 새순을 내밀고 있습니다.

 

수많은 차들이 오가면서 내뿜는 공해와 소음, 멀리 중국에서 날아온다는 황사, 지난 겨울의 그 추위도 이렇게 펼쳐지는 강위의 은빛 축제와 초록 새순의 잔치를 막지 못합니다.

아닙니다. 그런 것들로 말미암아 더 귀하고 아름답게 봄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나에게는 심각한 숙제 하나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어떤 삶이 아름다운가"라는 것이었습니다.

 

"순풍에 돛단 듯 아무 어려움 없이 살아가는 삶이 좋은 삶이냐, 아니면 태풍을 뚫고 나아가서 밝은 햇살 받으며 나아가는 삶이 좋은 삶이냐" 하는 숙제였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순풍의 삶이 좋은 줄 알았습니다. 그것이 행복이요, 축복인 줄 알았습니다. 좋은 부모님에게서 태어나 좋은 환경에서 자라고 아무 탈없이 공부하고 결혼해서 아들 딸 낳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삶이야말로 멋지고 아름다운 삶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세상을 더 넓게 바라보고 더 깊이 생각해 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참 평화란 폭풍을 지난 뒤에야 알 수 있는 것이고, 참 기쁨이란 슬픔을 당한 뒤에 찾아오는 것이며, 참 행복이란 오랜 마음의 갈등 뒤에 얻게 되는 소박한 만족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떤 왕이 화가들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평화로운 모습을 그려오라고 했습니다. 잔잔한 호수, 넓은 들, 하늘의 한가로운 구름, 어린 아기가 조용히 자는 모습 등 보기에 정말 평화로운 모습들을 그려 왔습니다. 그러나 왕은 이런 그림들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왕은 절벽 기슭에 아슬아슬하게 붙어 있는 어미 새와 새끼를 그린 그림을 가장 평화로운 그림이라고 하였습니다. 고통 속에서 찾아내는 평화, 어려움 속에서 알게 되는 기쁨이 훨씬 더 귀하고 좋은 것이라는 것을 왕은 알고 있었습니다. 겨울이 추울수록 봄에 아픈 사람이 없어 병원이 울상이라고 의사 친구가 말했습니다. 겨울이 추울수록 봄에 피는 꽃들의 색깔이 진하고 아름다워 사진 찍기에 좋다고 사진작가 친구가 말했습니다.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사람이 좋은 쪽으로 변하는 모습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부정적인 생각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어두운 얼굴이 밝아지는 것, 수많은 고통을 알고 그 고통 가운데서 삶의 의미와 가치와 기쁨과 사랑을 찾아내 그로 말미암아 성숙하고 밝아지고, 의로워지고 자유로워지고 평화로워지는 것이야말로 정말로 귀하고 아름다운 일입니다. 나는 이 생각만 하면 기쁨의 눈물이 흘러내립니다.

 

우리의 사랑, 우리의 희망과 믿음이란 바로 이런 것이지요. 우리의 힘든 삶 속에서 피어오르는 밝은 이야기, 그것들이지요. 우리의 부끄럽고 부족한 생각 가운데 흐르고 있는 아름다운 이야기, 그것들이지요.

글/ 좋은생각 발행인 정용철


 

작성자정용철  webmaster@cowalknews.co.kr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함께걸음 페이스북 바로가기
함께걸음 과월호 모아보기

제호 : 디지털 함께걸음
주소 : 우)07236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의사당대로22, 이룸센터 3층 303호
대표전화 : (02) 2675-8672  /  Fax : (02) 2675-8675
등록번호 : 서울아00388  /  등록(발행)일 : 2007년 6월 26일
발행 :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  발행인 : 김성재 
편집인 : 이미정  /  청소년보호책임자 : 노태호
별도의 표시가 없는 한 '함께걸음'이 생산한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by
Copyright © 2021 함께걸음. All rights reserved. Supported by 푸른아이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