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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이야기] 두 청년의 인생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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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이야기삽화

  19세의 정신지체장애인이 실종된지 하룻만에 당국의 무관심속에 경찰에서 구청으로, 구청에서 다시 정신병원으로 넘겨져 3년동안 "강제수용" 생활을 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세겹으로 굳게 닫힌 철문을 열고 들어간 정신병원에서 아들은 반식물인간 상태로 누워있었다고 한다. 엄마가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말라있었고, 혼자서 일어나 앉지도 못했다.
정신병원을 가게 된 경위를 역추적해 본 결과, 자기집에서 과자를 사러나갔다가 길을 잃고 다른 지역의 파출소로 가게됐고, 파출소에서는 00구청으로, 구청에서는 이튿날 ㄱ정신병원으로 보냈던 것이다. 엄마의 말로는 당시 아들은 자신의 이름도 알고 있었는데 정신병원까지 넘겨진 이유를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 2003년 11월 17일 한겨레신문 -

지난해 초봄이었나 보다. 나는 정동진에 가기로 하고 친구와 청량리에서 만나기로 했다. 청량리행 지하철을 탔는데, 사람들이 웅성거림이 들렸다. 무슨 일인가싶어 주의를 돌아보니, 왠 청년이 신발도 신지 않고 차안을 서성거리고 있었다. 보기에 정신지체나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외투를 입지 않는 옷차림, 신발을 신지 않은 상황, 불안해하는 모습들, 주변에 이 청년을 아는 사이도 없는 듯했다.
청량리역은 다가오고, 어렵게 구한 기차표가 생각났다. 어떻게 할까 생각하고 있는데, 이 청년이 다른 칸으로 옮겨가려 했다. 나는 급하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내가 다가가자 너무 놀라서 더 도망치려 하였고, 나는 본의 아니게 그 청년을 쫒는 사람이 되었다. 결국, 자리에 앉아서 이름과 전화번호를 물어봤다. 이름은 말하지 못했지만 전화번호는 다행히 외우고 있었고, 핸드폰을 주자 번호를 직접 눌렀다. 다행히 집에서 전화를 받았고, 안 그래도 파출소에 신고하고는 온가족이 동네를 찾아다니고 있던 중이라고 했다. 가족은 거듭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며, 청년과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비슷한 또래의 두 청년은 누군가에 의해 어디로 보내졌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된다. 한때 "슬라이딩 도어즈"라는 영화를 흉내낸 이휘재씨가 진행한 오락프로그램 "인생극장"을 보는 듯한 두 삶은 안타깝게도 현실에서 일어난 일이다. 두가지 갈래의 인생길에서 어느 한순간의 결정이 결국 자기인생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를 비교해서 보여주는 이 프로그램처럼 두 청년의 삶은 누가 어디로 보냈는지에 따라 판이하게 달라진다. 한 청년은 가족들이 전국을 찾아다녔지만 3년이나 정신병원에 갇혀 간질과 정신질환을 갖게 되었고, 또 다른 청년은 바로 가족의 품으로 바로 돌아갈 수 있었으니, 과연 이 상황을 누가 책임질 수 있을까?

혹시, 파출소에서 복장과 상황을 좀더 신중하게 파악해서 가족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해봤더라면, 혹시 구청 직원이 정신지체 장애와 정신질환을 구분할 상식을 가진 사람이었더라면, 혹시 병원에서 시도지사에 의한 강제입원을 무조건 받을 것이 아니라 의사로서 다시 판단해봐야 한다고 한번이라도 생각해 봤더라면, 혹시 정부에서는 신분을 스스로 밝히기 힘든 길 잃은 사람들을 위한 대책을 세웠더라면... 과연 두 청년의 삶이 이렇게까지 달랐을까?

글 김정하(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 간사)

작성자김정하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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