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컨 - 자연의 아름다움을 음악으로 그리는 피아노의 화가 > 대학생 기자단


케빈 컨 - 자연의 아름다움을 음악으로 그리는 피아노의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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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을동화’라는 TV 드라마가 시청자들을 잔잔한 감동으로 이끌며 인기를 독점하고 있다. 자극적인 스토리가 판치는 드라마들 사이에서 모처럼 만나는 수채화 같은 순수한 사랑이야기가 어느덧 잊고 지냈던 감성을 자극하기 때문인 듯하다. 배경음악도 인기에 한몫을 하고 있는데 주요 장면에 등장하는 프렌치혼과 피아노가 어우러지는 감미로운 음악이 시청자들을 멀리 지나온 추억, 혹은 첫사랑의 기억 속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이 음악은 피아니스트 케빈 컨(Kevin Kern)의 ‘Return to Love’라는 곡이다. 이 곡 말고도 그의 여러 작품이 가을동화를 빛내고 있다. 현재 방송가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케빈 컨은 시각장애우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큰 관심을 불러모으고 있다. 

시력 장애의 고통, 오랜 무명생활, 그리고 성공 

케빈 컨은 1957년 디트로이트에서 태어났다. 그의 음악 재능은 상당히 어릴 때부터 나타났다. 1959년 어느 봄날 케빈의 가족들은 TV를 시청하고 있었는데 피아노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텅빈 거실에서 갑자기 캐럴 ‘고요한 밤‘이 흘러나왔다. 가족 모두 깜짝 놀라 거실로 몰려갔고 그때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어두컴컴한 거실에서 케빈은 자기 키보다 큰 아동용 그랜드 피아노 앞에 선 채 머리 위의 건반에 손을 얹고 ‘고요한 밤‘을 연주하고 있었다. 이 때 케빈은 겨우 생후 18개월이었고 생후 2년만에 20곡의 캐럴을 연주할 수 있었다.

케빈은 4세 때 개인가정교사로부터 본격적인 레슨을 시작했고 여러 차례 교사를 바꾸어가며 피아노를 배웠다. 14세 때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연주를 통해 프로로 데뷔한 그는 계속해서 클래식음악과 즉흥연주, 작곡을 공부했다. 이후 디트로이트 심포니의 수석 피아니스트 미샤 코틀러로부터 배운 후 미시간 대학과 뉴잉글랜드 콘서바토리에 입학해 연주학위를 받았다.

대개의 대중음악인들이 그렇듯이 그는 오랜 동안 무명으로 생업을 위해 연주했다. 특히 시각장애라는 불리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그를 도와줄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많은 부분을 스스로의 힘으로 성취해야 했다. 그는 1990년까지 몇 년 동안은 보스턴 부근에서 연주를 하며 보냈다. 9년 동안 보스턴의 호텔에서 일했고, 2년 동안은 주당 44시간을 연주했다.

1990년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해서는 여러 일터를 전전하며 연주해야 했다. 주로 레스토랑에서 연주를 많이 했는데 당일치기로 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직장이었기 때문이었고 그곳은 생존을 위한 일터였다. 그러나 단지 생업만을 위해서 일하지는 않았다. 이 기간 동안 다양한 라이브 현장에서 연주 경험을 쌓았고 92년, 93년, 94년 그리고 98년에 산타크루즈의 재즈 캠프 웨스트에서 이론교사와 보컬 반주자로서 독특한 접근과 전달 능력을 바탕으로 재능을 발휘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가 대중들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된 것은 95년 우연한 계기를 통해서였다. 리얼 뮤직의 회장 테렌스 얄롭이 크리스마스날 샌프란시스코 호텔을 찾았는데 한 무명의 피아니스트가 캐럴을 연주하고 있었다. 회장은 그의 피아노 기교와 편곡 실력이 예사롭지 않음을 직감하고 몹시 흥분하여 그에게 다가갔다. 회장은 합작을 제안했고 둘의 창조적인 결합은 음악을 회화적으로 그려내는 그의 재능을 발현시켰다.

이날의 우연한 크리스마스 선물로부터 케빈 컨의 인생은 방향을 바꾸기 시작했다. 이는 96년 데뷔작 매혹적인 정원에서(In the  Enchanted Garden)를 비롯해 네 장의 음반으로 이어졌고, 이 합작은 한 무명 연주가와 신생 레이블인 리얼 뮤직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따뜻하고 넉넉한 영혼에서 우러나오는 케빈 특유의 온화한 스타일은 팬들로부터 열광을 받았고 97년 앨범이 빌보드 차트 뉴에이지 부문 10위 안에 오른 것을 포함해 줄곧 빌보드 차트에 오르고 있다. 그를 줄곧 괴롭혀온 시력, 오랜 동안의 무명생활을 혼자의 힘으로 개척해온 케빈 컨은 이제 피아노 연주 장르에서 가장 사랑받는 피아니스트로서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미국 내에서뿐만 아니라 전세계 40개국에서 팬을 점점 더 넓혀가고 있다.

케빈 컨에 관한 몇 가지 궁금증 

케빈 컨은 한국인의 정서에 맞는 연주인으로서 1990년대 막바지에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 알려져 급격히 인기몰이를 하고 있지만 신상에 관해서는 거의 알려진 것이 없다. 그가 언제 어떤 이유로 시각장애를 가졌으며 결혼은 언제 했고, 자녀는 몇을 두고 있는지 전혀 알려진 바 없다(아내와 딸이 하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확인된 사실은 아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의 소속사인 리얼뮤직사에서 그의 개인사에 대해 철저하게 감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시각장애우라는 사실도 지난해 국내음반사가 그의 음반을 라이센스로 발매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알려졌다. 이 음반사는 발매에 앞서 그의 연주 모습과 국내 팬들에게 인사하는 장면을 비디오 테이프로 보내달라는 요구를 본사 리얼뮤직 측에 거듭했지만 ‘어렵다’는 응답만을 받았다.

하는 수 없이 포기하기로 했을 때쯤 리얼뮤직 측에서 날아온 팩스에는 “케빈 컨이 시각장애우란 사실을 몰랐단 말인가? 악보 및 비디오 녹화 등에 문제가 많다” 라는 의외의 답변이 적혀 있었다.

그는 지난해 어느 인터뷰에서 자신의 시력에 대해 밝힌 적이 있었다. 그는 자신의 시력은 매우 미약하지만 투구 머신에서 튀어나오는 야구공을 20번 중 8번 정도는 칠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고 해서 사물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그의 시력은 콘트라스트(색채 대비)를 완전히 낮춘 텔레비전을 보거나 렌즈 위에 얇은 천으로 된 무언가를 덮은 상태에서 사물을 들여다보는 정도로 저시력이다. 안경을 끼면 인쇄된 글자가 그의 시력에 기준해 비교적 명료하게 보이지만 아주 힘겹고 느리게 한 자 한 자 읽을 수 있을 정도여서 그는 아예 기피해 버리고 있다. 이런 시력상태는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그를 줄곧 따라다녔다.

그런 그가 어떻게 그토록 그림을 그리듯 자연의 세계를 명료하게 음악으로 표현해 낼 수 있을까? 우선은 그의 탄탄한 음악 실력을 들 수 있다. 어떤 이들은 케빈의 작곡은 고전음악의 선율과 비견된다고 말하며 영향을 준 음악가가 누구인지 궁금해하기도 한다. 그런 영향 때문인지 케빈은 피아노, 바이얼린, 첼로, 하프, 클라리넷, 프렌치혼, 잉글리쉬혼 등 다양한 악기를 능수능란하게 활용해 깔끔한 풍경화를 그려내고 있다.

 테렌스 얄롭 리얼뮤직 회장은 케빈과 일하는 즐거움 중 하나로 마음 속으로 그림을 그려내고 그것을 환상적인 멜로디로 옮기는 재능을 꼽고 있다. 예를 들어 ‘초원’에 대해서 말하면 케빈은 모든 아름다운 음향을 동원하여 초원을 음악으로 그려낸다. 그는 스스로를 감각주의자라고 생각하고 있고 테렌스는 그가 음악적으로 묘사할 수 있도록 무드나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즐긴다.

사물을 제대로 보기 어려운 그의 작곡의 대부분이 극히 시각적이고 정원, 산, 바다 같은 대자연의 음향과 향기로 채워져 우리를 보듬어주고 치유하고 위안해 주고 있음은 놀라운 일이다. 케빈 컨의 이러한 능력에 대해 완전하게 사물의 세부를 명확히 볼 수 없는 세상에서 살고 있기에 집중력과 묘사력이 음악을 통해 강렬하게 나타난다고들 한다.

케빈은 “내 음악이 생각하는 것은 내가 결코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을 어루만져 주는 것이고 그 모든 세계로부터 커다란 즐거움을 얻는다" 고 말한다.  이것이 그가 대중들로부터 사랑 받는 이유다.

피아노 연주음악 춘추전국 시대를 잠재울 대표주자

최근 들어 국내 피아노 연주앨범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리차드 클레이더만이 70년대 이후 한국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 해왔고 80년대 초 조지 윈스톤, 뒤이어 데이비드 랜츠가 뉴에이지 열풍을 일으키며 200만 장이라는 놀라운 판매고를 기록하며 인기를 장악했다. 그런데 90년대 중반부터 판도가 재편되기 시작했다. 기존의 연주가 외에 앙드레 가농, 유키구라모토, 여기에 김광민이 나름대로 위치를 구축하고 있고, 푸른자전거의 한정희, 노영심 등 국내파까지 가세해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한다.

이들 사이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이가 바로 케빈 컨이다. 그는 아직 대중에게 많은 것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그의 음악은 이미 방송 프로그램, 시낭송, CF, 드라마 배경음악을 통해 대중의 귀에 익숙해져 있다. 드라마에서는 ‘가을동화’ 이전에 ‘은실이’, ‘육남매’ 등 여러 드라마에서 쓰여지기도 했다. 그의 음악은 대중에게 알려지기 앞서 이미 1, 2집이 수입음반으로 들어와 국내 음악 전문가들 사이에서 꽤나 유명해지기 시작했고 특히 방송가와 음악 PD들이 즐겨 사용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6월 비로소 3집 “Summer Daydreams”가 국내에 라이센스로 소개되면서 각종 TV와 라디오 프로들이 그의 음악을 앞다투어 사용하기 시작했고 이제 대중들 사이에서도 전폭적인 인기를 얻어가고 있다. 국내 음악전문가들은 피아노 연주곡의 춘추전국시대를 평정할 핵심으로 케빈 컨을 주목하고 있다.

케빈 컨 음반을 발매하고 있는 명음레코드 관계자에 따르면 조지 윈스톤의 음악은 갑갑한 면이 있고, 유키구라모토는 일본의 정서를 갖고 있고, 앙드레 가농은 클래식적이어서 이들의 장점을 두루두루 구비하고 있고 한국인의 정서와 잘 맞는 케빈 컨이 조지 윈스톤의 뒤를 이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현재 케빈 컨의 내한 연주가 12월 9일로 잡혀 있고 내년 초 신보가 발매될 예정으로 있어 올 겨울 케빈 컨의 열풍이 불 것으로 전망된다.

 

작성자이현준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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