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소리] 공단의 무사안일이 더 큰 문제다. > 대학생 기자단


[붓소리] 공단의 무사안일이 더 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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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우 고용에 적색등이 켜졌다. 장애인고용촉진공단 발표에 따르면 올 1,4분기 공단을 통해 취업한 장애우는 모두 1,339명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의 1,963명에 비해 무려 31.8%나 줄었다는 것이다. 원인은 경기 침체 때문이라는 게 공단 시각이다.

장애우 고용을 비관하게 만드는 통계는 또 있다. 노동부는 장애우의 날을 맞아 연례 행사인 장애우 고용 통계를 발표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6월말 현재 정부부처와 지방자치단체 84곳에 고용된 장애우 수는 4천86명으로 전체 공무원의 1.48%, 48개 정부투자 기관과 출연기관에 고용된 장애우 근로자 수는 1천816명으로 전체의 1.93%로 조사됐다고 하며, 민간기업의 경우는 상시근로자 300명이상 1천925개 업체에 고용된 장애우 수가 1만7천840명으로 고용률이 전체 직원의 0.91%에 그쳤다는 게 노동부 발표다.

장애우 고용이 처한 현실이 늘 벼랑 위여서 그런지, 그리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통계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금이 고용촉진법이 만들어진지 10년을 넘긴 시점이라는 점을 떠올려보면 노동부 통계는 여간 심각한 통계가 아닐 수 없다.

돌이켜보면 의무고용 2%를 강제하는 고용촉진법이 제정된 것은 지난 90년이다. 그로부터 10년여의 세월이 흘렀다. 분명한 것은 지난 10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민간기업의 고용률이 의무고용률인 2%의 반인 1%를 내내 넘지 못한 채 현재에 이르고 있고, 장애우 공무원도 정부가 목표로 내세운 5%는 물론 2%도 채우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가.

 

더 기가 막힌 것은 지난 10년 동안 정부는 장애우 고용을 위해 상상도 할 수 없는 엄청난 돈을 쏟아 부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투자는 가히 융단폭격식으로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결과는 전혀 보잘 것 없다. 이 암담함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 것인가.

 

문제가 더 심각한 것은 앞으로다. 이렇게 가다 보면 필연적으로 장애우 고용은 파탄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노동부가 공식 발표를 하지 않아서 그렇지 장애우 고용에 당근으로 사용하는 고용촉진기금이 바닥날 위기에 처했다는 얘기가 들려오고 있다.

이렇게 장애우 고용이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위기에 처해 있는데 책임 부서인 노동부와 산하기관인 공단의 대응은 여전히 미온적이다. 전혀 비장감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다시 생각하게 되는 것이 장애우 고용에 있어서 공단의 역할이다. 현재 사실상 장애우들은 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공단만 쳐다보고 공단에 기댈 수밖에 없는 구조 안에 놓여 있다. 그러면 공단은 두 말 할 필요 없이 장애우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공단은 지난 10년도 그랬고 지금도 장애우들의 기대에 부응하기는커녕 오히려 불신만 더 사고 있다.

 

왜 그럴까, 단적인 예 하나만 들어보자. 공단이 부진한 장애우 고용을 늘리기 위한 대책으로 내놓은 건 다름아닌 수용시설보다 나아 보이지 않는 직업전문학교를 현재 3개소에서 내년까지 7개소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말해서 너무나 무책임한 대응이 아닐 수 없다.

 

현재 공단이 운영하고 있는 직업학교의 사례에서 보듯 경쟁력 있는 인력을 전혀 배출하지 못하고 있으면서 또 무슨 직업학교를 짓겠다는 것인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공단은 틀림없이 직업학교를 짓고 나면 학교를 유지하기 위해 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어야 할 것이다. 그 돈은 기업이 내는 미고용 부담금으로 조성된 고용촉진기금에서 빼내올 수밖에 없고, 그러면 당연히 민간 기업의 장애우 고용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최악의 시나리오는 공단이 비만증에 걸린다는 것이다. 직원 인건비와 직업학교 유지비가 눈덩이처럼 늘어나서 나중에는 배 보다 배꼽이 더 큰 구조가 안 된다고 과연 누가 장담할 수 있을 것인가.

 

결론은 경기침체로 장애우 고용이 줄고 있는 게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보다는 여전한 공단의 무사안일이 더 큰 문제다. 장애우들은 공단이 시설을 짓길 원하지 않고 있고, 대신 실효성 있고 경쟁력 있는 고용 대책을 마련해 시행해 주길 원하고 있다.

그런데 공단은 지금 조금 심하게 말하면 구체적인 대안 없이 시설 짓기에만 골몰하고 있다. 이러니 공단 무용론이 고개를 숙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공단 무용론이 언제나 사라질 수 있을 런지 참담한 심정이다.

글/ 함께걸음

작성자함께걸음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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