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을 닫으며] 일본에 20년이나 뒤졌다고? > 대학생 기자단


[창을 닫으며] 일본에 20년이나 뒤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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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을, 일본 도쿄도의 민간이동지원단체들의 협의기구인(도쿄도 핸디캐브 연락회)를 방문하여 세미나에 참가했을 때이다. 

우리가 한국의 장애우이동지원시스템 현황을 발표하자 세미나에 참석했던 아키야마 교수(고쿄도립대 교수로 이동지원 분야에 저명한 권위자)가 한국의 장애우 이동지원시스템의 수준은 일본에 비해 약 20년 정도 뒤져 있다고 평했다.순간 심기가 비틀렸다. 그로부터 4박 5일, 도쿄도의 이동지원 시스템 견학은 그놈에 "20년"을 따져 보는 일이었다.

 

일본은 이미 27년 전인 1973년에 장애우를 위한 리프트 장착 차량이 등장했다. 현재 일본 전국의 민간이동지원단체는 600여 개, 우리나라는 20개가 안 된다. 정부나 지자체가 직영하는 이동지원단체까지 합하면 3,300여 개, 우리의 경우 모두 30여 개나 될까? 그러나 이런 수치만으로 단순 비교할 순 없는 법. 우리도 붐이 일어나면 앞으로 10년 내에 일본의 수준에 육박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단시간에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했듯이 말이다.

 

도쿄 세타가야 구에 있는 민간이동지원단체를 방문했다. 사무실은 불과 6평 정도의 작은 아파트 방이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양손을 발에 묶고 바닥에 엎드려 있다시피 한 여성 뇌성장애우가 영어로 인사를 한다. 그녀가 바로 이 단체의 대표였다. 의외였다. 우리가 자리에 앉자마자 그녀는 뜻밖의 말을 건네 왔다. "일본 국민을 대표해서 한국인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건 무슨 말인가?
그녀는 며칠 전 한복을 입은 재일 한국인 여성이 일본청년들로부터 길거리에서 면박을 당한 기사를 신문에서 읽었는데, 같은 일본인으로서 이에 대해 정식으로 사과한다는 것이었다. 이 국제적 매너의 인사말에 우린 단번에 압도당했다. 그녀는 5년 전부터 이 단체의 70명 비장애우 봉사자들을 이끌고 있는 당당한 실력자요, 선출제 회장이었다. 그녀의 자신감에 찬 설명과 세련된 매너는 줄곧 우리 일행을 리드했다.

 

이곳 외에 도쿄도에 있는 106개 민간이동지원단체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는 단체와 자립생활 운동으로 유명한 마치다 시의 휴먼캐어센타를 방문했다. 헌데 놀라운 점은 방문단체의 대표가 모두 휠체어를 타는 중증장애우라는 점이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를 초청한 도쿄도 핸디캐브연락회의 회장도 휠체어장애우였다.

 

우리의 견학 일정을 짠 연락회 간사에게 물었다. "휠체어장애우를 회장으로 앉히는 것은 일종의 모양새 갖추기가 아닙니까? 또 혹시 휠체어장애우가 회장으로 있는 단체만을 일부러 우리에게 소개한 것은 아닙니까?"

 그는 나름대로 특색을 갖춘 실력 있는 단체 위주로 고른 것이지 대표가 누군가는 애당초 개의치 않았다고 했다. 그리고 일본에는 장애우를 위한 봉사단체의 대표가 장애우인 경우가 적지 않다고 했다.  

그 "20"년에 대한 의문은 귀국 비행기 안에서 답을 찾았다. 20년 전의 일본이라면 돈 많은 정부의 지원 수준을 제외하면 오늘의 한국 정황에 비해 별반 나은 점이 없다. 그렇다면 왜 20년씩이나 기다려야 한단 말인가? 그것은 아이가 자라 자신의 뜻을 주장할 수 있는 성년이 되는 데까지 걸리는 그 꼼짝없는 세월, 오히려 장애우가 비장장애우들을 이끌고 장애우 복지 달성에 직접 나설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었다. 

그렇다면 우리의 현실에서 어쩌면 20년이 더 걸릴지도 모르지?

글/ 함께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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