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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이야기]말이면 다인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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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말 한마디에 천냥 빚 갚는다, 엎지러진 물은 주워담을 수 없다, 가는 말이 고아야 오는 말이 곱다, 말은 행동의 거울이다(솔론), 말이 입힌 상처는 칼이 입힌 상처보다 깊다.(모로코 속담)....
이렇게 수많은 명언들이 말 한마디가 얼마나 소중한 표현인지, 혹은 가혹한 칼날인지 말해주고 있다. 말은 사람의 인격을 나타내는 잣대이며, 그 사회의 수준을 드러낸다. 말은 사람을 감동시키기도 하지만, 가슴에 꽂히는 비수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에 당혹스럽다 못해, 분개할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 5월 31일 YTN 2시 뉴스의 현장 "현장포커스"의 출연한 정통가족제도수호범국민연합(이하"정가련") 공동대표 구상진 변호사가 폭언을 한 것이다. 구대표는 "도마 위에 오른 호주제 폐지" 대담 토론에서 호주제 폐지운동을 공산주의 주장과 동일하다며 여성단체에서 나온 상대편 패널에게 "이것이 개인 사석에서도 빰을 쳐야겠는데..."라는 등 폭력적이고 반인권적 발언을 서슴치 않았다.
더욱 분개스러운 것은 "무엇보다 호주제도가 이혼녀에게 불리하다고 "가(家)"를 없애자고 주장하는 것은, 예를 들면, 교통사고 당한 사람이 불쌍하다고 전 국민을 병신 만들어 똑같이 평등하게 하자는 주장과 같다"고 하여 여성계뿐 아니라 장애계에도 충격을 준 것이다.

변호사라는 사회적 공인의 자리에 있는 사람이 공식용어인 "장애인"이라는 표현을 두고 "병신"운운하며, 사백만 장애인과 가족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그것도 방송에서 버젖이 했다는 것이 황당하기까지 하다. "장애"와 "여성"이 겪는 차별의 문제를  개인의 책임으로 모는 반인권적 발언은 구씨의 인격을 의심하게 하는 발언이었다. 게다가 구씨는 그 발언에 사과 한마디조차 할 줄 모르는 용기까지 가졌다.

비단, 사회적 저명인사나 인기연예인들의 비하발언은 이번 만이 아니다.
2000년 말 인기개그맨 L씨는 "불결한 성관계는 장애아를 낳는다"라고 말했고, 장관을 역임한 시민단체회장 C씨는 "우리나라의 복지는 병신 아니면 병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라는 발언을 했다. 뿐만 아니라 드라마에서는 청각장애자녀를 둔 어머니가 "제가 지은 죄를 아이가 받나봐요, 지난날이 후회돼요."라든가, 정신지체가정을 소개하면서 "말도 못하고 거의 동물에 가까워요, 집의 환경도 동물우리보다 못해요"등의 대사들이 걸러지지 않고  나오고 있다. 방송매체의 힘, 그리고 비하발언을 한 당사자가 사회적 인사 혹은 연예인라는 점이 비하발언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우리사회의 한쪽에서는 사회적 비용을 들여서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데, 한쪽에서는 말이면 다 인줄 알고 아무 생각 없이 떠든다. 도대체 이렇게 앞뒤 못가리는 사람들을 어떻게 해야될까?

인도의 기원전 4세기 전, 카우티랴왕은 차별어와 완곡어법을 사용한 빈정거림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었다. 이 법에 의하면 정당한 이름 대신에 장님, 절름발이, 불구자로 부를 경우 벌금을 냈고, 비꼬는 투로 모욕할 경우도 더 많은 벌금을 냈다고 한다.
지금으로부터 2400년 전의 일인데, 우리는 왜 여전히 그 때가 부러운 것일까?

 

글 김정하(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 간사)

작성자김정하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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