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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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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연구소에 일하면서 해결되지 않는 결혼상담을 할때마다 생각나는 영화제목이 바로 ꡐ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ꡑ이다. 개인적으로 영화는 재미없었지만, 제목하나는 기가막히게 뽑았다는 생각을 했다. 결혼을 앞둔, 혹은 결혼적령기라는 나이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결혼의 욕구"를 참 부드럽게 표현했다고 생각했다. 표현이 남성중심적이긴 하지만, 표현이 참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몇 년전부터 또하나의 결혼의 욕구를 자극하는 현수막의 표현하나가 자꾸 눈을 거슬리게 한다. 바로 ꡐ베트남 처녀와 결혼하세요ꡑ이다. 어쩌면 이 문구에서 강조하고 싶은 표현은 ꡐ결혼ꡑ보다는 ꡐ처녀ꡑ였는지 모른다. 아예 처녀라는 단어를 아주 크게 뽑거나 다른 색깔로 강조하고픈 마음을 ꡐ결혼하세요ꡑ라는 표현으로 은근히 가린듯한 느낌마저 든다. 특히나 현수막하단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ꡐ초재혼 환영, 장애인도 가능ꡑ이라는 표현을 맞닥뜨리게 되면 더 부아가 난다. ꡐ장애인ꡑ, ꡐ도ꡑ, ꡐ가능ꡑ 이라는 표현들이 어쩜 그렇게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 분명 이 현수막 주인은 ꡐ장애인 대환영ꡑ이라고 쓰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상담을 하면서 결혼적령기의 장애를 가진 많은 사람들이 결혼을 하지 못해 자신을 사회적으로 가치절하하고, 외로워하는 사람들을 접하게 된다. 결혼이 마치 꼭 해야될 숙제처럼 인식되고 있는 이 사회에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그 숙제를 본의의지에 상관없이 할 수 없어서 더욱 능력없는 사람으로 취급되는 사회풍토가 원망스러울 것이다. 게다가 순수하게 ꡐ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ꡑ고 생각하는 외로운 사람들이 자신의 ꡐ장애ꡑ를 이유로 밀려난다고 생각하면 원망뿐 아니라 분노와 절망까지 치닫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상황을 이용한 현대판 국제 인신매매자들이 ꡐ결혼ꡑ이라는 탈을 쓰고 외국 처녀를 사들이고 있다고 주장한다면 과도한 주장일까? 나는 몇몇의 상담을 받으면서 이 생각을 떨칠수가 없다.

베트남처녀와 결혼한 60대 남성은 ꡐ여자ꡑ가 가출을 했는데 돌아오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하느냐고 전화를 했다. 몇시간후에 다시 전화가 와서 자신과 2년간 살지 않으면 어차피 국적취득이 안돼 그 여자는 자신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며, 그동안 들인 돈이 얼만데 자신이 만만히 국적취득 하도록 나둘것 같냐며 씩씩거리셨다. 또 중국조선족과 중국에서 결혼하고 여성이 한국에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40대 남성은 그 여성이 한국에서 강제추방된적이 있어 들어오는데 문제가 생겼다며 전화를 했다. 자신은 애도 낳아야 하고, 지금 사고로 누워있어 수발들 사람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시라도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이 사람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ꡐ아내ꡑ라는 사람이기 보다는 ꡐ애낳고 수발들 여자ꡑ가 필요했던 것이다.

참 안타깝게도 나는 ꡐ선생님, 외국여성들에게도 인권이 있습니다. 당신은 남편이지 주인이 아닙니다ꡑ는 이야기를 차마 하지 못했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결혼이라는 제도하에 맞닥뜨리게 되는 차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욕심을 부리건데 ꡐ나도 여자가 있었으면 좋겠다ꡑ가 아닌 ꡐ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ꡑ의 절실한 마음과 당사자들의 사랑이 국제결혼으로 이어지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글 김정하(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 간사)


 

작성자김정하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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