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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이야기1]왠지 씁쓸했던 "장애우의 날" "장애우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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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한국 바람이 온 나라를 휩쓸고 있다. 이른바 "한국판 글라스노스트" "페레스트로이카"가 진행 중인 것이다 그 여파로 "한국판 클라노멘투라"들이 수십년간 누리던 무대에서 맥없이 쫓겨나고 있다. 친일 반민족자 명단에 올라 화제가 되기도 했던 정치거물 박모, 김모씨를 필두로 수많은 파워엘리트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갔다. 어떤 이는 미리 자리를 떠나 용케 표적의 가시권에서 벗어났는가 하면 어떤 이는 허망한 권력의 노예가 되어 불명예스럽게 옷을 벗기도 했다.
 참 묘한 일이다. 신한국의 개혁을 진두지휘하던 사람이 자식의 부정입학으로 물러나고, 한때 범죄와의 전쟁을 치르던 검찰의 수장을 지낸 사람이 범죄자로 전락했다. 실로 얼마 만에 보는 기적인가. 바야흐로 쓰레기통 같았던 이 땅에도 장미꽃이 만발하려나 보다.
 이러한 변혁의 와중에서 우리는 또다시 지난 4월에 장애우주간을 맞았다. "장애우의 날"을 전후로 메뉴만 화려한 각양각색의 행사가 펼쳐졌다. 그러나 "장애우의 날"에 대해 각별한 감흥을 가질 장애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다른 기념일과 달리 그다지 기념할 만한 일도 없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장애우 운동사에서 기념비적인 계기가 있어 탄생하는 날도 아니고, 제정된 날짜 자체가 권력자가 승인한 날로 지정되는 것에 불고하기에 정치적인 제스츄어에서 돌출했다는 느낌마저 든다. 무엇보다도 열악한 장애우복지 현실을 생각하면 "장애우의 날"을 맞는 느낌이 씁쓸하기만 하다.
 무슨 날이니 무슨 행사니 하는 것보다는 현재 장애우들이 처한 현실에 대한 사회의 관심과 앞으로 얼마나 개선될 여지가 있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한 마디로 말해서 아직도 우리나라 장애우 복지정책 담당자들의 장애우 복지에 대한 관심은 극히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몇 가지 예를 들 수 있다. 정부는 "장애우의 날"을 기해 지하철 요금을 공짜로 해준다고 했다. 지하철 이용 장애우가 연간 3,000여 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탐승하기까지의 장애우 시설이 구비되지 않았다는 것을 미리 파악했더라면, 이런 졸속행정은 없었을 것이다. 장애우에 대한 무관심이 이런 발상을 하게 하는 것이다.
 또한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장애를 재수 없게 생각하는가 하면 장애우 시설도 혐오시하는 등 잘못된 사회풍조도 만연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기업에서는 장애우를 여전히 무능력자로 취급하여 장애우 의무고용율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일이 허다하다.
 이러한 요소들이 장애우 운동의 걸림돌이다. 바꿔 말하자면 이런 벽을 깨뜨리지 못한다면 장애우 복지는 요원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벽을 깨뜨리기에 우리의 힘은 너무도 미약하다. 또 우리 장애우들의 결속력도 약하다.
 화려한 공약에도 불구하고 올 예산은 400억대에 머물고 있다. 그렇다고 정책담당자들의 장애우 복지에 대한 관심이 그다지 깊지도 않은 것 같다.
 이럴 때 장애우계가 해야 할 일은 자명하다.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예산에 대비해 어떻게 효율적으로 배분할 것이며 각 사업의 우선 순위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 그에 대한 청사진을 당국자들에게 제시해야 할 것이다.
 자칫 경제논리에 밀려 또다시 장애우복지가 무시되는 일이 없도록 장애우 단체가 결속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더 이상 장애우들은 파이가 커지기를 기다릴 여력이 없다 줄곧 산업 발전의 혜택에서 외면당해온 장애우들은 이 사회의 경제적 최하층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빈민촌에는 어김없이 장애우들이 많고 병고에 시달리는 사람들도 많다. 우리나라의 장애우 복지가 지난 시대에 비해 획기적인 발전이 있었다고 많은 이들이 평가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80년대 이전의 전무한 상태에 비해 단지 복지개념이 태동한 정도에 불과한 변화이다. 즉 "영세민 구호 개념에서 장애우 복지로의 변화"에 지나지 않는다. 10대 무역 대국에 걸맞지 않게 복지 수준은 70위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 그 증좌다.
 그나마 많은 변화와 발전을 거듭했다는 복지조차도 재가장애우들은 전혀 느낄 수 없다. 절대 다수가 재가장애우인 것을 염두에 두면 불균등한 장애우 복지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나름대로 이유는 있겠으나 현재 장애우 복지는 시설장애우와 경증장애우 우선으로 행해지고 있다. 고용촉진법만 해도 중증장애우를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다. 중증장애우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다. 이런 비합리적인 정책은 장애우 복지 비용을 실속 없는 비용으로 인식한 데서 연유한다.
 
이제부터라도 합리적인 복지를 위한 획기적 조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장애우 복지는 어느 특정인을 위한 선물이 아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장애우시설은 장애우 뿐만 아니라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나 불의의 사고로 잠시 장애 상태에 있는 이들에게도 유용하다.
 아직도 장애우 복지가 가야 할 길은 험난하지만 어느 때보다 장애우 복지 발전에 유리한 조건이 조성되고 있다. 이제나마 비합리주의의 상징인 권위주의가 청산되고 모든 비정상적인 관행들이 정상상태를 찾아가고 있다는 점, 모처럼 국민의 소리를 귀담아 듣는 귀가 큰 지도자를 맞게 되었다는 점이 희망을 갖게 한다.
 김영삼 대통령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와 정경유착은 국제 경쟁력 약화의 원인이 되었다고 지적했다. 그와 마찬가지로 정경유착은 우선되어야 할 복지나, 교육, 노인문제, 소외계층을 위한 정책에 쓰일 돈이 정치자금이나 부동산, 지하경제로 전용되는 결과를 낳았다. 대통령의 판단이 그렇다면 곧 모든 면에서 변화가 일 것으로 보여진다. 더불어 장애우 복지도 발전될 것이라고 믿고싶다.

글/이현준
 

작성자이현준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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