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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성매매특별법과 시각장애우들의 생존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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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문제 어떻게 해결할지 논의 시작해야
말도 많은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지 한 달 여가 지났다. 워낙 민감한 사안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여론과 언론은 아직도 이 문제로 갑론을박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가슴이 시린 것은 그 누구도 장애우와 이 법의 연관성, 구체적으로 말해 이 법 시행으로 장애우들이 겪고 있는 마음 고생에 대해 외면으로만 일관하면서 전혀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막연히 그럴 것이라는 심증이 아니라 구체적인 실체를 가지고 성매매특별법은 장애우들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그 실체를 여기서 언급해 보면 하나는 독신 장애우들의 성 문제이고, 또 하나는 시각장애우들의 생존권 문제다. 
비장애우에 비해 독신으로 살 수 밖에 없는 비율이 배가 넘는 장애우들 입장에서 성 문제는 외면한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고 일부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다는 성 서비스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은, 우리 나라같이 뿌리부터 완고한 나라에서는 천지가 개벽되지 않는 한 결코 용인 될 리 없는 서비스이기에 결코 현실성 있는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 남성과 여성 장애우 모두 성 문제는 자위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절대 아니기에, 성매매특별법 시행과 더불어 심각한 장애우들의 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지 최소한 진지한 논의라도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시각장애우들의 생존권 문제는 또 어떠한가,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시각장애우들이 운영하고 있는 안마시술소가 매춘의 온상지로 지목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창궐하는 스포츠 맛사지 업소에 위기를 느낀 시각장애우들의 절규와 제소로 천신만고 끝에 안마는 시각장애우들만이 할 수 있는 고유 영역이라는 법원 판결을 받아낸 게 엊그제인데 이제는 안마시술소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는 위기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기억할 것은 70년대까지만 해도 안마시술소는 매춘과는 전혀 관계없는 곳이었다는 것이다.

생존을 위해 대책 마련해줘야
원래 시각장애우들에게는 안마와 함께 침구사 자격증이 주어졌다. 시각장애우들이 살아남으려면 이 두 가지 일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그런데 정부는 침 시술은 한의사 몫이라며 시각장애우들에게서 침구사 자격증을 회수해 갔다. 이제 안마밖에 남지 않은 절박한 현실에서 사치에 속하는 안마를 받으러 안마시술소를 찾는 사람들은 없었다. 즉 시각장애우들은 매춘을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라 생존을 위해,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사회적으로 금기시된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런 얘기를 하면 일부 성매매 여성들이 하는 얘기와 뭐가 다르냐고 반문하겠지만 시각장애우들과 성매매 여성들은 비교가 안될 만큼 처지가 다르다. 성매매 여성들은 어쨌거나 다른 직업을 선택할 수 있고, 현실적으로 그것이 전혀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 없다. 그렇지만 시각장애우들은 지금 현실에서는 안마 외에 다른 직업을 선택할 길이 전혀 없는 실정이다.
일 예로 시각장애우 교육기관인 맹학교에서는 시각장애우들에게 죽어라고 안마만 가르친다. 시각장애우들도 먹고 살 수 있는 길은 안마밖에 없다고 배운다. 이렇게 안마만이 생존의 유일한 길이라고 배우고 사회에 나왔는데 사회에는 전혀 수요가 없다. 이런 현실은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시각장애우들에게 죽음을 강요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성매매는 가장 일상화된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일 뿐이라는 시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성매매 금지는 같은 사회적 약자인 장애우 입장에서 봤을 때 크게 환영할 일이지 시비를 제기할 사안이 절대 아닐 것이다. 다만 이 시점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현재 논의되고 있는 성매매 여성들의 생존권도 중요하지만 성매매 여성보다 더 사회적 약자인 시각장애우들의 생존권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안마업이 시각장애우들의 생존을 담보해 주지 못한다는 것이 성매매특별법 시행으로 더 극명하게 드러났다. 따라서 이제는 시각장애우들의 생존을 위해 다른 대책을 마련해 줘야 한다. 침구사 자격증도 되돌려 주고, 스페인처럼 복권 판매업을 시각장애우들만이 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을 도입해 특정 업종을 시각장애우들에게 배려하는 적극적인 생존 대책을 마련해서 시행해야 한다.   

작성자이태곤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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