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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의 눈으로]사수대 모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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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어물어 서울시교육청을 찾아갔다. 국회앞이나 청와대면 몰라도 서울시교육청까지 와서 농성을 하다니…이곳에서는 <서울장애인교육권연대>가 천막농성에 돌입한지 10일이 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정문을 들어서려는데, 보안을 책임진다는 웬 아저씨가 길을 막는다. “농성하러 오셨어요? 기왕 이렇게 들어오신 거 뭐 하나라도 건지고 가세요.” 진심이 얼마나 담겨있는지 모르지만, 보안아저씨의 인사가 고맙다. 저 보안아저씨야 말로 서울시교육청 역사상 딱 두 번의 점거농성 중, 하나를 보고 있으니 당황스럽기도 할 것이다. 그러니 저렇게 말 한마디 해주는 것도 보안아저씨 입장에선 대단한 선심인 셈이다. (다른 한번은 상문고 사건 때문이었음)
장애자녀를 둔 부모들과 특수교사, 그리고 성인이 될 때까지 공교육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한 당사자들은 바로 이곳에서 장애인교육예산 확보를 위해 ‘천막농성’이라는 깃발을 꽂았다. 그러나 그들은 점거농성으로 멈추지 않고, 어제는 급기야  ‘삭발투쟁’을 강행했다. 장애 자녀를 둔 어머니와 특수교사 등 7명의 긴 머리카락들이 숭덩숭덩 잘려나갔고, 많은 사람들이 오열했다.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너무나 당연한 ‘교육 받을 권리’를 위해 삭발까지 해야 되는 사회라는 것이 원망스러웠다. 밤늦게 농성장에서 나오시는 어머니들의 맨머리와 마주쳤을 때, 나는 차마 할말이 없었다. 마음이 삭혀지지가 않았다.
천막을 친 곳은 여기뿐만이 아니다. 바로 국회앞 국민은행 옆에서도 장애우의 이동권과 교육권을 요구하면서 천막농성을 폈고, 무기한 단식농성까지 들어갔다. 사람이 무기한으로 곡기를 끊는다는 것은 사람으로서 마지막 카드를 내민 셈이다.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한 싸움이 바로 여의도국회 앞에서 시작됐다. 장애인이동보장법률의 통과, 장애인교육예산 확보… 어느 것 하나, 당연하지 않은 것이 없을진대, 이를 위해서 또 누군가가 곡기를 끊어야 했다. 길거리에 천막을 쳐야했고, 그곳에 밤이고 낮이고 노숙을 마다하지 말아야 했다. 언제 끝인지 모를 험한 싸움의 깃발은 그렇게 여의도에 꽂혀있고, 그 깃발을 위해 이제는 “사수대”가 필요하다.
요즘처럼 장애계가 바쁜 때가 또 있었을까? 5년여 전만해도 직업재활법 때문에 노숙농성을 하려던 우리는 국회 앞에서 밀려나고 밀려나 순복음교회까지 갔으나, 교회에서 마저도 쫓겨나 노숙농성조차를 하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요즘은 전국 5개의 교육청을 점거한 부모들과 한국정치의 상징 여의도국회 앞에 친 천막농성이 장애계의 투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불씨는 하나둘로 시작되지만 한번 불붙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듯이, 먼저 분노한 몇몇의 불씨는 이제 거센 기세로 번져가고 있다. 마음이 사무치면 꽃이 피고, 담쟁이꽃이 끝내 담장을 넘듯, 거센 물결이 파도가 되듯, 그렇게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투쟁은 불붙고 있는 것이다.
이제 사람이 필요하다. 담쟁이꽃은 서로가 넝쿨이 되었기에 담장을 넘었고, 거센 물결들은 모였기에 파도가 되었다. ‘사람만이 희망이다’라고 누가 말했던가, 지금은 정말 ‘함께할 사람만이 희망’인 셈이다.
지금 여의도는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이동, 교육, 노동권 사수대>가 현재 모집중이다.   


 글 김정하(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


 

작성자김정하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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