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의 눈으로]‘킬리만자로산’으로 가는 길 > 대학생 기자단


[활동가의 눈으로]‘킬리만자로산’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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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말이라고, 올해 장애인권이슈들과 흐름을 살펴보려니, 갑자기 어느 선생님이 들려주신 이야기가 생각난다.

아프리카에서는 킬리만자로산이 있다. 아프리카 대륙의 최고봉이며, 세계 최대 최고의 휴화산이다. 킬리만자로라는 이 산의 뜻 중에는 ‘신(神)의 산’이라는 의미가 있는데, 아프리카인들은 이산에 오르는 것을 ‘신의 산에 오른다, 신의 경지에 오른다’는 의미로 해석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산에 오를때 사람들은 ‘꼴레꼴레’를 서로서로 흥얼거리면서 올랐는데, 이는 ‘천천히, 천천히’라는 의미로, 꼴레꼴레를 외치면서 산에 올라야만이 죽지 않고 정상까지 오르기 때문이란다. 더운 아프리카에서 갑자기 기압이 바뀌는 고지대의 산에 오를 때 천천히 오르지 않고, 빨리 뛰어서 산에 오르면 기압의 변화를 견디지 못해 사람들은 심장마비로 죽기 때문이란다. 혼자 산에 오르면 어느새 발걸음이 빨라지고 마음이 급해져 위험하다고 해서, 늘 동료들과 함께 오르며 꼴레를 외쳤다고 한다. 신의 산, 신의 경지, 인간세상의 궁극적 이상세계, 우리에게는 장애해방의 유토피아라 할 수 있는 킬리만자로산을 오르면서, 아프리카인들은 성급하게 혼자서 뛰어올라간 것이 아니라 함께 오르며 ‘꼴레꼴레’를 노래한 것이다.
킬리만자로산은 그래야만 오를 수 있는 그런 산이었다.

내가 이 이야기를 먼저 꺼내놓는 이유가 있다. 올해를 돌아보면, 장애운동진영에서는 킬리만자로의 산에 오르기 위한 많은 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최옥란열사추모문화제로 시작한 420노숙투쟁과 장애인교육권연대의 단식, 점거농성, 이동보장법률의 제정을 위한 국회 앞 농성, 정립회관 점거농성, 고용장려금 축소철회를 위한 갖은 싸움들, 복지시설내 인권침해를 알려내는 것으로 시작된 시설운동의 새 흐름들, 형사소송법의 개정싸움, 사회복지노조의 부각, 경증장애우에서 중증장애우운동으로의 주체 전환, 다양한 단체들의 생성과 연대투쟁, 그러나 여전히 인권의 사각지대인 정신지체나 정신장애문제들… 떠오르는 단어들만 나열해 봐도 올 한해의 벅찼던 흐름들이 그려진다. 이어진 집회와 농성, 단식과 삭발, 그리고 연대의 힘은 올해를 움직이게 하는 힘이었음에 분명하다. 그밖에도 정동영 전열우당대표의 목욕사건, 장애학생 입학거부건, 학내 폭력 건, 시각장애우 지하철 추락사 등 가슴 아프고 분노할 사건들이 2004년의 역사에 기록되었다.

이렇게 올해의 장애운동 흐름을 되뇌여보니,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다. 특히나, 중증장애우들의 활동력은 그들이 장애운동의 새로운 주체임을 명확히 보여준 셈이며, 장애계내 수많은 연대사업과 인권사회단체들과의 연대는 “연대의 위력”을 과시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장애운동진영에서는 “진보적 장애운동”이라는 명확한 목표가 생겼으며, 운동진영의 새 판을 짜기 시작했다. 우리가 가고자 하는 킬리만자로산으로 가는 길, 그 길은 아마 성급히 혼자 가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꼴레꼴레”를 노래하며 함께 가야 하는 길일 것이다.
아프리카인들의 지혜처럼, 그렇게 연대하며 킬리만자로산의 정상에 올라야 할 것이다.

 글 김정하(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

 

작성자김정하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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