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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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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8일 서울 강서구 강서구청 현관에서 장애우 주모 씨가 셔터에 목을 매 숨진 사건은 충격 그 자체다. 장애우가 삶의 버거움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는 너무 많아서 이제는 뉴스 거리도 되지 않는다. 그런데 주씨가 삶을 마감한 장소가 왜 하필이면 구청 현관이었을까? 
주목하고 싶은 것은 주씨가 왜 구청을 찾아가서 자살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다. 일부 언론에서는 주씨가 구청장을 만나 민원을 제기하려 했으나 이를 거절당하자 자살했다고 썼고, 강서구청은 아니라고 부인했다. 그렇지만 분명한 건 자살한 주씨는 구청에 할 말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 말이 무리한 요구든 아니면 하소연이든 그는 분명 가슴 속에 할 말이 있었다. 누구도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자 그는 목숨을 버리는 비극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새삼스럽게 주씨 사건을 통해 현재 장애우들이 처해 있는 소외의 짙은 그늘을 목격하게 된다. 어디 주씨 뿐인가, 이 사건을 취재하기 위해 방문한 영구임대아파트 단지에서 대낮인데도 하릴없이 해바라기를 하면서 절망을 곱씹고 있는 장애우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들도 무척 할 말이 많아 보였다. 문제는 누구도 장애우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 세계는 급속하게 파편화되고 있다.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정보통신의 발달만 해도 가상세계에서는 몰라도 현실세계에서는 사람들을 묶어주지 않는다. 사람들은 그저 개인으로서 삶을 살뿐이다. 장애우의 경우 더 심각한 것은 사회통합이 갈수록 더 힘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비장애우들과 섞여 살아야 하는데 관건인 취업이 쉽게 되지 않는다.
이런 양상이 진행되면 결국 장애우들은 정부에서 주는 몇 푼의 생계비에 기대 기생계층으로 장애우들만의 세계에서 살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장애우들끼리 밥을 먹고, 장애우들끼리 일하고, 장애우들끼리 놀러 다니는, 장애우들은 원하지 않았지만 세상은 장애우들을 고립시키는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
지나치게 비관적인 전망인가, 분명히 말하지만 아니다. 주씨 사건만 해도 그렇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장애우인 주씨에게 준 것은 몇 푼의 생계비일 뿐이다. 그게 전부다. 더 이상을 바라는 건 욕심이라고 말하면 할 말이 없지만, 사람이 단지 밥만 먹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일을 하고, 대화를 하고, 누군가의 손을 잡고, 따뜻한 체온을 느껴야 사람이 사는 거라고 반박할 수 있다. 그게 안 된다면 최소한 말이라도 들어줘야 할 것 아닌가,  
지금처럼 몇 푼 생계비만 쥐어 주고, 나머지는 알아서 하라는 야만적인 정책이 시행되는 한 외로움에 지쳐서, 절망에 몸부림치다가 자살을 선택하는 장애우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세상은 왜 주씨가 하필이면 구청 현관에 목을 매 자살했는지, 이제라도 주씨가 생전에 못다한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작성자이태곤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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