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우캠프에서 만난 두 개의 기적 > 대학생 기자단


장애우캠프에서 만난 두 개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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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여름 필자는 경민대학 학생 15명과 함께 서울을 출발해 7시간만에 작은예수회 거제도 고현분원이라는 간판이 걸린 하얀 2층 건물에 도착했다. 이곳은 지체 장애, 정신지체장애 등 장애를 가진 형제 15명이 수사님과 함께 사는 곳으로, 고현읍 주택단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우치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내 경우 5년전부터 매년 찾아가는 곳이지만 학생들은 처음대하는 장애우들을 보고 어떻게 해야 할 지 서먹서먹해 하는 것 같았다. 그곳에서 우리의 임무는 그곳 식구들이 가장 기다리는 경기도 가평에서 열리는 여름캠프에 참가하는 것을 도와주는 일이었다.
  그곳 장애우들과 자원활동자들은 아침 6시에 출발해 4시간 여를 버스로 달려가고 있었는데 비가 너무 많이 와서 행사를 진행하기 어렵겠다는 연락이 다시 왔다. 부랴부랴 다시 거제도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장애우가족들이 학수고대하며 기다려왔던 희망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자체행사로 돌려 경남 하동 섬진강가의 모래 밭과 소나무밭, 지리산 청학동에 내려 맑은 바람을 쐬려고 해봤지만 그곳에도 곧 부슬부슬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거제도에 도착해보니 거제도에도 태풍주의보가 내려진 상태여서 비가 오는 동안 실내에 머물면서 장애우들과 함께 목욕도 하고 윷놀이와 노래자랑도 했다.
  이틀 후 날이 개자 학생들과 나는 귀경 일정을 하루 미루고 바다로 나갔다. 장애우들은 1년만에 갖는 야영이라며 부풀었던 가슴을 그때까지도 진정시키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날 바닷가에서 자애우 가족들과 함께 한 물놀이는 지금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된다. 날씨도 너무나 아름다웠고, 게다가 놀라운 기적이 일어났던 것이다.
  하반신이 마비돼 전혀 걷지 못해 이번 캠프가 끝나면 요양원으로 떠나기로 되어 있던 안바오로 수사가 걷게 된 것이다. 사실 그는 불편한 몸으로 요양원으로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장애우 가족들에게 기쁨을 남기고 간다며 혼신의 힘을 다해 캠프를 준비했었다.
  그런데 바닷가 모래사장에 누워있던 그에게 “일어나라”하는 음성이 들렸다고 한다. 그때부터 다리에 힘이 생겨 자신의 힘으로 한발 한발 걸어 올라갔고, 곧 혼자 힘으로 마음껏 헤엄도 쳤다. 온몸에 힘이 다 돌아온 것 같다며 그는 다른 가족들과 씨름도 했고, 사람들을 업기도 했다. 병원에서도 고칠 수 없는 장애라는 판정을 받은 그의 몸이 다 나은 것이었다. 그는 “걷게 된 다음 날 아침 내 발로 서서 거울을 보며 이를 닦으면서도 실감이 안났다”고 했다.
  기적같은 변화는 또 있었다. 그곳 가족들과 열흘간의 생활을 마치고 헤어지는 날. 학생들은 그곳 가족들을 껴안고 모두 눈물을 흘릴 정도로 장애우들과 가까워진 것이었다. 가족들이 서울로 가지 말라고 매달릴 때는 학생들 모두 가슴이 뭉클해했다.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나는 학생들과 많은 얘기를 했다. “처음 장애우들을 봤을 때는 편견이 있었는데 우리 보다 사랑이 많은 사람들이라는 걸 금방 알았어요. 똑같이 몸이 불편하면서도 서로 챙겨주는 모습을 볼 때마다 제 자신이 부끄러웠어요.” “처음에는 언어장애가 있는 분들과 많아 말이 안 통해서 적응이 안됐는데 어느 새 속정이 들었어요. 그 친구들은 마음을 나눌수 있는 사람들인것 같습니다. 장애우들을 보니 우리와 다를 게 없어요. 장애 때문에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다는 것만 다르고 자기가 맡은 일을 알아서 하더라구요. 헤어지는 게 정말 슬퍼요.” “장애우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서 처음에는 다가가기가 어려웠는데 같이 지내면서 겉만 보고 판단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죠. 장애우에 대한 편견이 없어지면 두려움이 없어질 것 같아요. 그분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지 못한 것에 대해 수회를 많이 했어요. 언젠가 다시 오고 싶어요.”
  단 열흘동안이었지만 학생들의 변화도 정말 눈부신 것이었다. 이 또한 기적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글/ 조승래    (경민대학 사진학과 교수, 함께걸음 편집자문위원)

작성자조승래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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