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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소리] 기초생활보장법, 낡은 사회주의적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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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운 세상에서 두 개의 신문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소개하면 하나는 전세계적으로 장애우의 대명사로 불리는 헬렌 켈러 자서전을 소개하는 서평이다. 서평은 생전의 헬렌 켈러가 ‘강철왕이란 별명을 지닌 미국 자본주의의 꽃 카네기를 공개적으로 경멸하는 언사를 했다. 반면 러시아의 볼셰비키혁명을 지지했고, 1차 대전에 참전하려는 미국을 격렬하게 비난했다. 헬렌 켈러는 장애우의 한 사람으로서 사회의 편견 속에 차별받는 동료들을 자본주의 체제에서 착취당하는 노동자와 동일시했다.’고 적고 있다.

 

또 하나의 기사는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여야의 대립 속에서 야당 정책위의장이 정부를 공격하기 위해 한 말이다. 

‘한나라당 김완제 의장은 특히 국민연금 확대 실시와 의료보험 통합 추진, 국민기초생활보장제 등은 세계적 추세와는 거꾸로 가는 낡은 사회주의적 정책이라고 평가했다.’(7월 27일 동아일보 정치면)

 

먼저 헬렌 켈러에 대한 서평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헬렌 켈러와는 전혀 다른 의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관심을 끈다. 장애우하면 떠올리게 되는 그녀가 사실은 말년을 불우하게 보냈는데 그렇게 된 것은 그녀가 사회주의자가 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사회주의자가 된 것은 장애우를 자본주의 체제에서 착취당하는 노동자와 동일시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헬렌 켈러의 판단은 이념을 떠나서 또 긴 시간이 흘렀지만 장애우가 처해 있는 처지를 생각해 볼 때 여전히 유효한 판단이 아닐 수 없다.

물론 현실에서 사회주의는 실패한 실험으로 끝났다. 누구도 사회주의가 장애우를 구해줄 것이라고 믿지 않고 있다. 그래서 지금 장애우들은 혁명 대신 복지의 확대를 주장하고 있는데, 야당 정책위 의장의 발언은 이 복지의 확대와 관련해서 씁쓰레한 심정을 갖게 만들고 있다. 보는 관점에 따라 평가가 다르겠지만, 국민의 정부가 들어선 후 장애우를 배려한 가장 확실한 복지정책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시행이다. 

특히 장애우들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저소득 장애우들은 이 제도의 시행으로 그나마 안정된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을 갖게 됐다. 구체적으로 이 제도 시행으로 현재 중증장애우 가정은 예전에 비해 두 배가 넘는 생계비를 정부로부터 받고 있다.   

 

따라서 장애우들이 이 제도에 대해 불만이 있다면 그것은 이 제도를 엄격하게 적용하는 과정에서 싹튼 불만이고 장애우들의 다수는 국민기초생활보장 제도의 폐지가 아니라 확대 발전을 원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아무리 정부를 공격하기 위한 발언이지만, 야당 정책위 의장은 저소득 장애우들의 삶과 직결된 제도를 낡은 사회주의적 정책이니까 시행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규정했다. 장애우 입장에서 봤을 때 야당 정책의 의장의 이 발언은 한 마디로 장애우 문제의 사회적인 책임을 망각한 발언이라고 거꾸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낡은 사회주의적 정책이니까 폐지해야 한다면 그러면 대안은 뭔가, 중증장애우들도 경쟁이 치열한, 그리고 적자생존의 법칙이 적용되는 자본주의 정글에서 능력껏 살아남아야 한다는 말인가. 이는 너무 잔인하지 않은가, 정치인들이 하루하루 고단한 삶을 이어가야 하는 저소득 장애우들의 심정을 모르는 것은 십분 이해할 수 있다. 심정을 알아주길 기대하지도 않는다. 다만 알아주었으면 하는 것은 일을 하고 싶어도 일할 곳이 없고, 그리고 중증장애 때문에 도저히 일을 통한 복지가 가능하지 않은 저소득 장애우들에게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삶 그 자체라는 사실이다. 

야당 정책위 의장의 말꼬리를 붙잡고 늘어지기 위해 이런 말을 하는 건 결코 아니다. 복지는 정쟁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이런 말을 하는 것이다.

 

저소득 장애우 복지 증진에는 야당도 분명 책임이 있다. 따라서 야당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낡은 사회주의적 정책이라고 규정하기 전에 대안을 내놓든지, 아니면 정부의 복지정책이 너무 미약하니까 책임지는 범위를 확대하라고 주장하는 것이 야당 본연의 도리에 합당한 처사일 것이다. 헬렌 켈러는 장애우들을 자본주의 체제에서 착취당하는 노동자와 동일시했다. 이런 그녀의 인식에 완벽하게 동의하지는 못하지만 분명한 것은 장애우들이 사회적 약자라는 것이다. 약자에 대한 복지를 확대하지는 못할 망정 그나마 있는 복지정책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는 구태는 속히 사라져야 할 것이다.

글/ 함께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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