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을 닫으며] 일본에서 부러웠던 일 > 대학생 기자단


[창을 닫으며] 일본에서 부러웠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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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의 덕인지 외국을 다녀올 기회가 많다. 물론 단순히 관광을 가기 보다는 회의나 기관 방문을 위해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관심 영역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을 찾기란 그리 쉽지 않다. 그런데 몇 년 전 일본에 가서 많은 감동을 받고 돌아왔다.

일본은 사회복지 실천영역 중 노인복지가 잘 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뿐만 아니라 정신장애우에 대한 정책도 아주 잘되어 있었다. 신체장애우와는 달리 정신장애우는 무슨 시한 폭탄이라도 되는 듯 함께 하길 꺼려하는 것이 우리네 현실이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오래 전부터 정신장애우와 함께 사는 삶을 위해  <한 잔의 커피>라는 운동을 벌이고 있었다. 이 운동은 정신장애우의 사회 복귀를 돕기 위한 재활 훈련 과정으로 더불어 비장애우들의 정신장애우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운동이다.

공민관, 복지회관, 복지센타 등 공공 기관의 로비 한편에 테이블 몇 개를 놓고 정신장애우가 커피와 약간의 스넥을 판매하는 단순한 사업이지만 장애우문제를 지역 사회가 안고 함께 풀어가는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어 참 부러웠다. 아이들과 함께 옹기종기 차를 마시는 주부들의 모습을 보며 장애우시설이 들어오는 것을 극악스럽게 반대하던 우리네 모습이 떠올라 입맛이 썼다.

또 하나, 후배의 소개로 동경도 이나기시의 와꾸와꾸 센타를 방문했다. 이 센터 역시 정신장애우의 사회 복귀를 돕는 사회복지기관이었다. 이름이 말해 주듯 이 곳은 정신장애우들이 상자 만드는 훈련을 통해 사회 적응 훈련을 하는 곳이다. 겨우 30여 평 정도 되는 아주 아담하고 햇볕이 잘 드는 여느 가정집 같았다. 들어서자마자 제일 먼저 눈에 뛴 것은 창가에 아주 예쁘게 자리잡은 몇 개의 테이블이다. 그 마을 주부들이 사랑방에 모이듯 함께 모여 모임도 갖고 차도 마시고 수다도 떠는 장소라고 했다. 내가 그 곳을 방문하는 동안도 소모임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 센터 소장인 히가시 타니 씨는 과거의 대형센터 중심 지역사회정신보건 사업이 사람 중심이 아닌 제도 중심이고, 또 장애우 중심이 아니라 비장애우의 편의를 위해 이루어진 정책이라면 지금 진행중인 작은 센터 중심의 지역사회정신건강사업은 장애우의 인권을 중시하고 개개인의 건강권에 대한 요구를 받아들인 결과라고 말했다. 이러한 시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지역 사회 속으로 들어올 수 있었단다.

동경도 도예산과 이나기시 시예산, 각 50%로 운영되는 이 기관은 실제 하는 일에 비해 아주 적은 인원이 근무를 하고 있었는데 나머지 대부분의 일들은 자원활동으로 참여하는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맡아 진행하고 있었다. 주부는 물론, 캐나다 유학을 다녀온 사회복지학 박사, 전직 공무원 등 다양한 사람들이 그곳에서 자원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지역에서 얼굴 부딪히며 사는 사람들의 사회 복귀를 돕기 위해 진지하게 자원 봉사에 임하고 있었다.

김대중 대통령 안부를 묻는 사람, 한쪽에서 계속 침만 뱉고 있는 사람, 계속 분주히 왔다갔다 하는 사람, 점심 준비하느라 파를 썰고 있는 사람… 다양한 모습이지만 국가라는 커다란 우산 밑에서 비구름을 피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양한 권리를 누리고 있었다.

사람이 중심에 있는 일본의 지역사회정신보건정책이 정말 부러웠다.


글/ 한옥자 (수원여성회 대표)

 

작성자한옥자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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