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을 닫으며] 아마추어 삶의 태도가 필요한 시대 > 대학생 기자단


[창을 닫으며] 아마추어 삶의 태도가 필요한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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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까지 문화 운동의 관심은 ‘삶의 질’을 어떻게 높이는가에 있었다. 1990년대 초반 민간 운동 분야에 등장한 주민 참여와 자치, 생태적 삶과 같은 개념은 문화적 삶을 추구하려는 움직임이었다. 당시 정부가 내놓은 ‘문화 복지’의 개념 역시 질 높은 삶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는 것이다. 경제 성장 이후의 우리 모습을 돌아보는 시기였다. 1960년대부터 생존을 위해 추구해온 양적 삶에 대한 반성이 나타나는 것은 당연했다.

또 최근 들어 문화에 대한 시민들의 목소리는 공공 시설을 잘 활용한다든지, 교육 프로그램을 잘 제공하라는 식의 주문이 많아졌다. 이는 ‘일상 생활’에 대한 민도(民度)가 높아졌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세금을 통해 이루어진 주변 시설이나 시민의 권리에 대한 관심이 유달리 높아진 것은 외환 위기 이후 긴축 경제를 통해 사소하게만 보아왔던 생활 세계의 소중한 것들을 되찾으려는 사회적 심리를 뜻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강조한 삶의 질 자체로부터 고용 문제의 해결이나 자아 경영의 문제와 같은 방향으로 시민들의 문제 의식이 변하고 문화 운동의 대상이 확대하려는 움직임 또한 감지할 수 있다. 다시 경제적 차원이 중요해진다고 할까, 혹은 내적 심리적 차원이 중요해진다고 할까.

고령화 사회, 상대적으로 많은 여가 시간, 높은 실업률 등의 경제 사회적 변화에 따라 문화적 트랜드가 변화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연히 어떻게 남는 시간을 쓸 것인가와 더불어 어떻게 그 시간에 자신을 개발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만나게 된다. 한편으로는 제2의 직업이나 자신의 숨겨진 능력 개발과 같이, 경제적 능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정신적 안정도 추구하는 삶의 방식이 문화에서 중요한 몫이 된다. 이제 우리도 노후한 산업 사회에 접어든 것이다.

물질이 풍요했던 1990년대 전후에 뉴에이지 운동, 동학의 재발견 같은 정신운동이 관심을 끌었다면 물질적-정신적 궁핍을 함께 걱정하는 현재는 ‘자아 경영’이 삶의 질에 있어 관건이 되었다. 문화의 새로운 관심은 ‘자기 삶의 기획’으로 요약될 수 있다. 바로 건강한 아마추어로 성장하려는 움직임이다. 단순한 수용자에 머물던 사람들이 이제는 스스로 작가가 되고 스스로 자신을 고용할 준비를 한다. 문화 생산자 겸 소비자들, 말하자면 새로운 시민으로서 생비자(生費者)들이 등장하고 있다. 일의 과정과 인간 관계를 즐기고 놀이를 통해 학습을 일구어가는, 의욕적 자아 계발의 존재들인 아마추어도 이제 미천한 것이 아니라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의미로 재정의할 때가 되었다.

지금까지 아마추어의 존재들은 볼룬티어였다. 자발적으로 자신의 영역을 찾거나 타인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의미했다. 하지만 이제 아마추어는 불가해한 미래를 캐내는 프론티어들이다. 인간의 자기 ‘계발’이 바로 문화다. 그런데 아마추어의 존재들은 더 나아가 자아를 ‘개발’하는 능산적(能産的) 존재들인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앞으로의 시대는 자원 활동가들이 장애우 문화에 대해 어느 전문가보다도 많은 지식을 갖게 될 것이다. 레저 버디에 참여한 것이 남들이 필요로 하는 자신의 노하우가 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장애우 스스로도 마찬가지다. 장애우만이 할 수 있는 지식의 계발은 이동권, 향수권, 학습권, 노동권에 대한 주장만큼 중요하다. 스스로 노동과 학습을 해결하고자 하는 자구적 노력이기 때문에 다른 누구도 가질 수 없는 부분 아닌가. 장애우들 스스로, 장애우를 대하기 어려워하는 비장애우의 사회적 관계와 심리적 상담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치자. 이는 장애우가 비장애우 중심으로 짜여진 세상을 기획하는 한 방식이 된다. 특권적 지식인이나 엘리트, 소수의 프로페셔날이 운용하기에 세상은 너무 복잡해졌다. 이제 문화 운동은 저마다 ‘경험을 지식화’한 사람들을 양성하는 것이 되고, 또 그런 사람이 사회를 이끌어가게 된다. 이들 사이에서 삶의 질을 바꾸고 정보가 될 수 있는 교류와 협력들이 증대된다. 누구나 자신의 잠재력으로부터 문화 콘텐츠를 확보해내고 이를 나누고 교환한다는 표현이 옳다. 그러나 산업이나 국가 차원에서도 아마추어를 양성하는 것은 ‘남는 장사’다. 앞으로 물결칠 아마추어의 흐름은 어찌 보면 한국의 위기와 가난이 낳은 복이다. 


글/ 안이영노 (문화기획자)

 

작성자안이영노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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