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도우미노조 탄생, 유료헬퍼제 논의돼야 > 대학생 기자단


가정도우미노조 탄생, 유료헬퍼제 논의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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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활동은 철저히 무보수로 남을 돕는 활동이라는 것이 지금까지의 보편 관념이었다. 그러나 국내에도 가정도 우미제도, 사회복지부문 공공근로 등이 도입되면서 이러한 관념에 서서히 변화가 일고 있다. 선진 개념의 본격적인 유료헬퍼는 아니지만 이들도 보수를 받고 일한다는 점에서 보수를 받는 개념의 헬퍼가 거부감 없이 새로운 직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유료개념의 헬퍼라 해도 어려운 이들에게 도움을 나눈다는 순수한 정신이 우선 바탕이 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과연 이런 의미에서 현재의 제도들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물론 대다수는 이러한 정신으로 종사하고 있지만 봉사정신은 도외시한 채 금전에 집착하는 불성실한 사례들이 목격되고 있다.

 


가정도우미제, 사회복지 공공근로 제대로 되고 있나?

 

  그룹홈에서 생활하고 있는 K(43)씨는 약 1년간 공공근로사업으로 파견된 가정주부 도우미의 도움을 받았다. 다행이 기독교 신앙이 독실하고 자상한 여성도우미가 파견되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언제인가부터 도우미는 개인적인 사유나 종교 집회 참여를 이유로 제대로 시간을 채우지 않았다. K씨는 속으로야 서운한 점이 있었겠지만 아쉬운 마음에 그나마도 감지덕지였다.
  그러다가 여성도우미가 기한을 채우고 퇴직을 하게 되었다. K씨는 도움이 끊겨 아쉬웠고 도우미는 금전이 아쉬웠기 때문에 서로 간에 협상을 했다. 하루에 5천원씩 지불하고 파트타임으로 도움을 받기로 했다. 그러나 이는 돈벌이가 없는 K씨로서도 부담이 되는 일로 얼마 후부터 돈을 지불하지 않았고 도우미도 그 이후로는 발길을 끊게 되었다. 결국 금전이 앞선 인간관계가 이런 식으로 훼손된 것이 K씨는 지금도 못내 아쉽다.
  H장애우봉사단체는 한 때 공공근로로 파견된 남성활동자들을 활용했었다. H단체는 이들을 한 여성장애우에게 파견을 했다. 이들에게 부여된 임무는 차량봉사였다. 그런데 애당초 활동자로서의 소양이 부족했던 이들은 서비스 대상자가 여성임에도 조심하지 않았고 불쾌감을 일으키는 언동을 했다. 그 다음날 봉사를 받았던 여성장애우는 H단체에 전화를 해 기분 나빠서 앞으로 이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서울시가 여성들에게 수익을 창출하게 해 주고 노인과 장애우에게는 적절한 도움을 주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96년 4월부터 도입해 실시하고 있는 가정도우미 제도도 적잖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 처음 이 제도가 도입되었을 때는 무료 봉사의 성격이었지만 일의 힘든 점을 들어 서울시는 하루 2만3천원의 보수를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3년이 지난 현재 6백여명의 도우미에 의해 4천여명의 노인과 장애우가 혜택을 받을만큼 겉으로는 성공적으로 정착한 듯 보인다.
  그러나 최근 들어 가정도우미제도가 당초의 취지에서 벗어나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발단은 가정도우미들이 지난 4월 난데없이 노조를 결성하면서 비롯되었다.

 


가정도우미 노조 결성으로 서울시와 대립

 

  여성도우미들이 노조를 결성하게 된 사연은 이렇다. 일부 가정도우미들이 적절한 감독체계가 엇다는 점을 이용, 봉사정신은 도외시하고 번번이 자리를 비우고 적당히 시간을 때운다는 지적들이 있어 왔고 일부 소양없는 가정도우미들이 마치 공무원처럼 행동하거나, 서비스이용자에 대해 무례한 언동을 일삼아 불쾌감을 유발하는 일들이 발생했다. 일부 가정도우미들의 근무태만에 대해 제보가 잇따르자 서울시는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실제로 서울시 조사에 따라 근무시간에 에어로빅을 다니거나 친구 집에 가서 고스톱을 하는 등 적당히 시간을 때우며 매달 50만원 이상의 활동비만 챙긴 사례 등이 적발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서울시는 봉사자의 함량부족, 활동시간내 사적용무, 서비스소홀 등 문제점이 많다고 최정 결론을 내리고 개선책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8시간 근무에서 4시간 파트타임제로 변경, 1년 단위의 재위촉 제도, 부적격 봉사자 해촉제 도입, 중풍이나 치매환자를 돌볼 때 지급되던 특별서비스수당 폐지 등이 그 개선책이었다.
  그러자 가정도우미들은 집단반발을 하고 4월 한국노총 공공서비스연맹 산하에 노조를 결성하고 서울시의 개선책을 “제도 개선이라는 명목으로 자행된 부당노동행위로 규정, 노조를 결성했다. 앞으로 우리의 권리를 찾는데 모든 힘을 집중시키겠다” (이옥동 노조위원장)며 거부를 하고 나왔다. 이들은 이어 퇴직한 가정도우미의 퇴직금 지급을 요구하며 시가 거부하면 일체의 활동을 중단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서울시는 애당초 이 제도를 도입하면서 순수 봉사성격을 표방했기 때문에 퇴직금 요구는 부당하다며 이들의 노조 결성 자격을 문제 삼았다.
  그런데 노동부는 도우미들에게 매월 50여만원씩 지급되는 활동비는 일종의 임금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법적으로 근로자라는 유권해석을 내려 결국 이들의 노조결성은 공식화되었다. 이에 힘을 얻은 노조는 한 술 더떠 연월차수당, 퇴직금, 의료보험료 적용, 활동비 인상요구가지 하고 있다. 서울시는 결국 좋은 의미로 시작했던 제도에 덜미를 잡히고 이들의 요구를 수용키로 하고 교섭테이블에 나서기로 했다.

 


유료헬퍼제 공론화되어야 할 시기

 

  물론 가정도우미 노조의 주장을 부당하다고 볼 수는 없다. 가정도우미의 일이란 것이 적잖이 어려운 일이고 그동안의 기여를 인정한다. 그러나 발상자체에 동조할 수는 없다. 자신들의 권익을 주장하기 전에 일부 도우미들의 잘못을 시인하고 자체 정화하는 과정이 필요했으리라 본다. 이런 노력도 없이 자신들의 권익 침해로만 받아들여 집단반발하는 태도는 자신들의 밥그릇을 챙기는데 급급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이는 서비스를 받는 이들에게도 달갑지 않은 일이다.
  최근 들어 도우미모집에 치열한 로비와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일하기 쉽고 돈도 받으면서 자원봉사를 한다고 남한테 자랑할 수 있는 장점’ 때문이다. 실제로 올초 E구에서 6명의 도우미를 모집을 하는데 1백1명이나 몰려 들었다고 한다. 과연 이런 현상이 자원봉사에 대한 욕구 때문이라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유료 헬퍼의 성격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119구급대원들은 시도때도 없이 발생하는 사고현장에 출동해 응급환자를 이송하고, 사전예약구급제, 이동봉사활동 등 다양한 활동으로 장애우와 노약자, 노인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그것도 격일로 24시간 동안 눈코 뜰새가 없는 격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번일에 짬을 내어 장애우 시설 등에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다. 진정한 프로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서울시는 지난 97년 시민복지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가정도우미를 3천명까지 늘릴 계획을 세웠다. 또한 실적여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여성복지도우미 공공근로사업에 2천여명의 여성도우미를 선발해 8월 31일부터 전국 6백97개 사회복지시설과 3백34개 사회복지관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런데 자원활동에 대한 소양보다는 저소득, 실직자 우선으로 채용이 이루어지고 있어 현장 파견시 적잖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현재 도출되고 있는 여러 문제에 대한 개선책 없이는 자원활동의 인원은 늘어나고 질은 향상되지 않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이러한 지적들이 자칫 성실하게 사회에 봉사하고 있는 이들에게 누를 끼치는 것은 아닌지 두렵다. 다만, 기왕 유료 헬퍼의 개념이 도입된 만큼 종사자들이 조금 더 프로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고 이들 종사자에 대한 사회적 위상이나 대우가 향상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21세기를 맞아 국가차원의 자원활동가 양성, 공익근무요원의 활용, 전문지식을 지닌 유료 전문헬퍼, 학생을 활용하는 아르바이트 성격의 헬퍼 등 다양한 방식이 도입된다면 좀더 양질의 서비스가 이루어질 것이다.

 

글/ 이현준 (근육디스트로피장애우, 자유기고가)

작성자이현준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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