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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에 가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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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올해 최대의 목표로 세워둔 것이 있었다. 대전 엑스포. 엑스포는 단순한 행사가 아니다. 인류문명의 현주소이며 과학문명의 총집결체이며, 자라나는 세대의 꿈이 살아있는 곳이다 또한 엑스포는 인류 최대의 문명전시장이다. 그 중에서도 평소에 관심이 많았던 과학분야의 진보정도를 확인하고 싶은 욕망에 가득차 있었다. 마침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우리 일행이 도착한 것은 지난 8월 21일 오후 다섯 시 경. 한빛탑을 중심으로 갑천다리와 일(一)자 형태의 전시관이 고요한 정물로 들어왔다. 아! 하는 감탄사가 절로 흘러나왔다. 명불허전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사방으로 거대하게 자리잡은 전시관들, 대공연장의 열기, 더위를 무릅쓰고 줄서 있는 인파, 파도처럼 쓸려갔다 쓸려오는 수많은 사람들이 한데 어울려 일대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영문을 모르는 방문객은 자칫 방향 감각을 잃을 뻔했지만 컴퓨터에게 빌린 전시관에 관한 사전지식 덕에 방향은 이미 정해졌다.

 과학과 관련된 전시관 관람으로. 우선 장애인센터에 들렀다. 가뭄에 콩나기보다도 드문 엑스포장의 장애인 숫자로 미루어 형식적일 것이라는 선입견이 쉽게 무너졌다. 도우미 4명과 여성단체에서 파견 나온 듯한 나이든 여자분이 친절한 미소로 도움을 주었다.

 "이곳에는 어떤 시설들이 있는지."
 "장애인을 위해 대여되는 휠체어 150대와, 장애인용 휴게실, 화장실이 구비되어 있습니다."
 "장애를 가진 관람객은 많은가."
 "예. 많은 분들이 관람을 오십니다."
 "듣기로는 장애인들의 입장을 금지시키는 전시관이 있다던데."
 "아닙니다. 그런 곳은 없습니다. 장애인과 보호자 한 명에 대해 우선 입장시키는 등 장애인 관람객에 대한 배려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장애인 입장을 금지시키는 금성 테크노피아관과 삼성 우주관을 지목하자 그곳에 직접 전화를 걸어 입장시켜 줄 것을 요청했다.
 성의에 감동하여 감사의 말과 다른 장애인들에게도 엑스포 관람을 권유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나왔다. 결국 도우미의 말과는 달리 두 전시관으로부터는 푸대접을 받아야만 했다.

 각 전시관은 프레쇼와 메인쇼의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그런데 테크노피아관의 컴패니언들은 의도적으로 프로그램 중의 일부분인 대기실을 겸한 전시장으로만 유도했다 아무리 기다려도 다음 순서인 메인쇼에 대한 안내가 없어 관객들을 따라 갔는데 그곳은 출구였다. 이런 사정을 직원에게 호소하자 그들은 다시 안내했다. 프레쇼인 멀티비젼 상영 장소였다. 이번에는 메인쇼를 관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이번에도 대기실로 유도했다. 그들은 이렇다 저렇다 말도 없이 전시관에 관한 정보가 없을 것으로 지레짐작한 것인지 얼버무림으로 일관했다.

 메인쇼를 기대하고 있던 일행은 그만 맥이 풀려 관람을 하는 둥 마는 둥 귀한 시간만 낭비하고 나와야 했다. 우주관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초기에는 아예 입장금지였다고 한다. 다른 전시관 몇 곳도 제한관람의 의심이 들었다. 장애인 관람객은 도우미들의 안내를 받아 비상구나 귀빈실을 통해 전시관으로 들어간다. 고마운 친절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때 사전 지식이 없다면 기획된 순서의 중간에서 관람이 중단되어도 영문도 모르고 관람권을 박탈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마도 일부 전시관은 이층이어서 그리고 사고를 우려한 전시관측의 노파심(실제로 에스컬레이터 아래 끝 부근에서 휠체어가 구르는 사고 있었다고 한다)이 작용했을 것이지만 장애의 경중을 고려하지 않은 장애인에 대한 무지에 더 큰 탓이 있다. 어쩌면 직원들에게 장애인들이 불청객으로 비춰지지는 않았는지…

 이런 약간의 문제를 제외하곤 대체적으로 장애인에 대한 서비스는 만족한 편이었다. 입장권 할인, 전시관 우선 입장, 휠체어 대여, 100대가 주차할 수 있는 장애인 전용 주차장, 전시관의 경사로 시설 등, 특히 자기부상열차관에는 휠체어리프트가 설치되어 도우미의 친절한 안내로 중증장애인에 속하는 나 자신도 쉽게 작동할 수 있었다. 과거의 무관심에 비해 장애인에게 여러모로 신경 쓴 흔적이 엿보였다. 이런 이면에 "푸른하늘 가족모임" 안인수 선생님의 노력이 있었음을 나중에 알았다. 여러 서비스에 대해 직원들에게 사전에 치밀한 홍보를 펼쳤던 것이다.

 그럼에도 몇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전시장 외곽의 도로턱이 높아 먼 길을 돌아가야 했고 특히 화장실 이용에 있어 휠체어 장애인은 상당한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통로가 너무 좁고 문이 안쪽으로 열려 밖으로 나오기가 여간 불편하지 않았다. 이정도면 됐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엑스포 같은 세계적 행사라면 사소한 면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일이다. 기왕에 장애인시설을 설치할 것이면 왜 사전에 장애인의 의견을 좀더 충실히 청취하지 못했는가 서운한 생각이 들었다.

 엑스포 관람객 전용숙소인 엑스포 타운에도 현관에 경사로 시설이 되어 있었으나 곳곳에 높은 도로턱과 높은 화단이 가로놓여 통행에 불편이 많았다.
 다음날 여독이 덜 풀려 늦잠을 잔 탓에 정오가 넘어서 엑스포장에 들어갔다. 흐르는 시간이 못내 아쉬웠다. 부지런히 전시장을 누비고 다는 끝에 큰 전시장 열 곳과 국제관 세 곳을 관람해 얼추 3분의 1정도는 본 셈이었다. 사람들이 많아 효과적인 관람은 못했지만 얻을게 많았다.

 엑스포에 무관심한 줄만 알았더니 막상 개관하자마자 밀려들기 시작하는 수많은 인파가 놀라웠다. 이만한 열기면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은 단숨에 발전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막상 어깨너머로 들려오는 관람객들의 반응은 별로 볼 게 없다는 것이었다. 과학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가 낮은 것을 미루어보면 충분히 짐작이 가능한 일이었다. 대다수의 관객은 엑스포를 관광지정도로 여기는 것 같았다. 특별한 재미를 기대하고 온 관객이라면 그 기대를 충족하지는 못할 것이다.

 후지쓰관에서 보여준 신경망컴퓨터를 이용한 로봇팔 중심잡기는 시시한 장난으로 보이겠지만 그 곳에 잠재된 과학의 미래는 얼마나 큰 것인가. 이러한 것을 느끼는 장으로서 엑스포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용되는지 의심스럽다. 또 한편으로는 과학에 평소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 보는 엑스포는 그다지 흡족하지만은 않다. 전시관에 들인 막대한 금액에 비하면 탄소섬유, 형상기억합금, 고품위 TV, 컴퓨터 합성, 홀로비전 등 약간은 식상한 전시물들의 반복 외에는 새로운 것이 없어 생각보다는 미흡했다. 과학전문가들이나 외국인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을 것이다. 물론 우리의 수준을 미국이나 일본의 그것에 비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엑스포를 국민교육의 장으로 삼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충분했는지, 과연 우리의 경제나 기술 역량에 비추어 시기가 이르지 않았는지 의문이다. 애초의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충분한 준비기간을 갖지 못하고 급조된 느낌이 없지 않다.

 어쨌든 엑스포는 대한민국 역사상 최대의 행사임은 분명하다. 성공적인 엑스포는 머리수만 채우고 흑자를 내는데 있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 과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선진국의 무역압력에서 살아남기 위한 힘을 키우는 데 엑스포의 목적이 있다.

 강대국의 조건은 과학과 복지에 있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그리고 과학과 장애인은 밀접한 관계에 있다. 과학이 발전해야 경제가 발전하고 과학이 발전해야 장애인의 쾌적한 생활을 기약할 수 있다. 특히나 과학의 힘은 장애인에겐 절실 한지도 모른다. 그리고 대전엑스포의 전체적인 주제인 환경보호와 과학의 조화야말로 인류의 최후의 숙제이다.   

작성자이현준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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