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복지정책, 높아가는 이기주의 > 대학생 기자단


표류하는 복지정책, 높아가는 이기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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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의 한풀이 복지론과 딴청 부리는 정부

  김대중 대통령은 지난 4월 10일 보건복지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저소득 계층과 장애우 등 소외받는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한을 풀어주는 복지행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자신의 정치철학을 밝혔다. 이어 대통령은 우리 사회에는 장애우나 노인, 저소득 계층 등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지 못해 한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들의 한을 풀어 주지 않으면 사회불안이 야기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삶의 보람을 느끼게 해주어 한을 풀어주는 일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언론은 소위 ‘한풀이복지론’이라는 명칭을 갖다 붙였다. 경향신문은 ‘해한론’이라는 고풍스런 용어까지 동원했다.

 그러나 현실은 대통령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장애우 복지는 겉돌고 있고 소위 사회지도층 인사라는 사람들과 재벌의 이기주의는 어려운 시대에 장애우에게 더욱 한을 쌓이게 하고 있다. 일부 정치인들은 정당한 복지정책을 선거용 선심행정으로 몰아붙이고, 의사회는 널리 확산되고 있는 실직자들에 대한 진료비 할인에 대해 불공정거래라며 시비를 걸고 있고, 재벌들은 또 다시 장애인고용촉진법 폐지를 들먹이고 있다. 그것도 장애우의 날을 앞두고 일제히 쏟아져 장애우 복지는 총체적인 위기 상황에 빠지고 있다.

  우선 정부가 펼치고 있는 장애우 정책부터 제대로 되는 것이 별로 없어 장애우를 기만하고 있다.

  장애우의 날을 맞아 소득세의 장애우 인적공제를 연강 2백만 원으로 확대하며 고속도로통행료 할인 범위에 장애우가 모는 소형 화물차 및 승합차 추가, 장애우 근로자에게 취업안정자금을 저리 융자 등 장애우 실업예방 및 고용안정 대책 시행 등의 계획을 내놓았다. 그러나 재경부등 주무부처가 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에서 세수(수입)가 주는 마당에 특정 집단에 유리한 정책을 시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 경제부처들의 반복지적인 태도는 조금도 달라진 게 없다.(4/21 한국경제)

  장애우 복지법상 공공시설 내 매점이나 자판기 운영권 장애우 우선 허가 규정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신문판매대 1만 6천3백25개소 가운데 규정에 따라 장애우에게 우선허가를 내준 곳은 6백91개소로 4.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가기관의 경우 전체 7천4백33개소 가운데 99.7%를 퇴직직원이나 상조회 등이 운영하고 있으며 장애우에게 운영을 맡긴 곳은 불과 22개소에 불과해 행정당국의 무신경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4/6 문화일보)


 사회지도층의 노골적인 이기주의

  사회지도층과 재벌들의 이기주의도 장애우를 비롯한 소외계층의 맥을 풀리게 한다.

  2기 민선단체장 선거를 앞두고 일부 후보들은 지방자치단체가 발굴해 시행 중인 각종 복지시책들에 대해 선거를 앞둔 선거용 선심이라는 공세를 펴고 있다.

  충청북도의 경우 민선단체장 체제 이후 다양한 이삿짐 날라주기, 장의용품 무료대여, 65세 이상 노인에 대한 목욕료, 이발료 지급, 보건소 무료진료, 저소득 장애우를 대상으로 한 생활안정기금 융자 (4/9 한겨레) 등의 복지정책을 트집잡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한편 서울시의사회와 서울시치과의사회는 난데없이 보건소의 일반인 진료 확대가 부당하다며 공정거래위에 제소한데 이어 병원들의 진료비 할인 확산에 대해서도 시비를 걸고 나섰다.

  이들은 병․의원들이 진료비를 깎아주는 것은 더 많은 환자를 유치하기 위한 상술이라며 장애우나 해고 근로자, 실직자, 65세 이상 노인환자에게 본인 부담금을 면제해 주거나 할인 진료를 하는 것이 의료보험료 및 공정거래법에 위반되는지를 무도 나섰다.(4/10)

  그러나 다행히 보건복지부는 이들의 몰지각에 일침을 가했다. 이는 의료법 위반이 아니며 오히려 자율적인 참여와 협조가 요구되는 행위라고 유권해석을 내린 것이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기관의 진료비 할인’에 대해 명시적으로 금지하지 않고 있으므로 순수한 취지에서 진료비를 감해주는 것은 의료법 위반이 안된다”며 오히려 적극적인 동참을 부탁했다.

  이기주의의 가장 결정판은 전경련의 장애우의무고용제 폐지 건의였다. 19개 장애우 단체들이 전경련회관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자 전경련은 즉각 사과를 하고 자신들의 주장을 철회한다고 밝혔지만(4/20) 이미 장애인 고용촉진법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노동부 산하 서울인력은행이 개최하려던 장애우 취업박람회가 참가 희망업체가 없어서 취소될 정도로(4/18 서울) 더 이상 장애우를 고용하려는 업체도 없고, 취업한 장애우들도 아무런 항거 능력 없이 줄줄이 정리해고의 대열에 들어서고 있다. 마치 장애우 고용을 기업의 희생으로 착각하는 기업들의 비뚤어진 사고방식도 q문제지만 장애인고용촉진법과는 상관없이 장애우의 고용 불이익이 해소되지 않고 있음에도 팔짱만 끼고 있는 정부의 의지력이 더 문제이다.

  일례로 남아공화국의 경우는 흑인고용촉진법을 시행중인데, 기업은 인구비례에 따라 흑인의 75%를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한다. 백인과 혼혈의 반발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남아공 당국의 의지는 강력하다. 흑인고용비율을 채우지 않을 경우 우리 돈으로 2억 원에 해당하는 돈을 내야한다.

  남아공 당국은 흑인이 부당한 대우를 받았기 때문에 다소 무리가 있으나 취업 후에 교육을 받으면 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물론 이렇게 극단적인 정책을 정부에 바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장애우 고용이 제대로 이루어지도록 적극적인 노력 한 번 기울이지 않고 정부 스스로도 제대로 이루어지도록 적극적인 노력 한 번 기울이지 않고 정부 스스로도 제대로 실천하지 않아 툭하면 기업들이 폐지를 주장하도록 빌미를 제공하도록 장애우 고용촉진정책을 어정쩡하게 수행해 온 정부의 태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경제불황등의 상황에서도 장애우는 최우선적으로 고용돼야 하며 최후로 해고돼야 한다”(유엔 장애우행동계획)는 국제 사회의 도덕률은 최소한 지켜져야 할 것이다.
 

 편의시설 설치 정부만 관심없는 모양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이 지난 4월 1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 법안이 담고 있는 강력한 제재조치로 인해 편의시설 설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편의시설 관련 기사도 부쩍 늘고있다.

  그러나 정작 행정 당국은 역행하고 있다. 보건 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공항, 병원, 학교, 지하철 등 총 11만6천9백97곳의 장애우 편의시설 설치율이 41.9%(97년 6월말 기준)에 불과해 당분간 편의시설 관련 예산 증가가 불가피함에도 편의시설 관련 예산을 잇달아 삭감하고 있는 것이다.

  도시철도공사는 2002년까지 해마다 7,8개 지하철역에 각종 장애우편의시설을 설치하기 위해 예산을 확보해왔으나 올해 계획중인 지하철 5~8호선 구간 8개 역에 32개 휠체어 리프트 설치계획이 서울시의 예산심의에서 전액 삭감됐고, 지하철공사가 10개 역에 설치키로 했던 엘리베이터 및 리프트 유도블록 장애우용 변기 등의 편의시설 설치비와 시설개선비 중 30억원 가량도 삭감됐다.

  안산시도 3개 역에 설치키로 했던 휠체어 리프트 건설계획을 전면 유보했다. 특히 이들 예산이 건설 교통예산 등의 항목에 포함돼 소리소문 없이 깎이고 있어 더욱 문제이다.

 IMF 한파에다 ‘시설설치로 인한 수혜자가 적다’는 것이 주된 이유이다. 그러나 편의 증진법을 앞장서서 실천해야 할 행정기관이 수혜자가 적다는 이유로 예산삭감을 정당화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정부가 앞장서지 않는데 편의시설 설치가 제대로 지켜질 리도 없고 편의시설 설치를 감독할 아무런 명분도 없어진다.

  오히려 정부 보다는 직접 부담을 느끼고 있는 장애우편의시설 의무 대상 시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4월 26일자 평화신문은 편의증진법을 특집으로 다루고 있다. 교회 내 복지시설들과 병원, 학교 등은 다른 시설보다 엄격해 장애우를 위한 화재 경보 시설과 피난 시설까지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교회 내 현실을 무시한 무리한 법 제정이라는 시각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교회는 장애우복지의 명문화라는 측면에서 일단 환영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특히 보건복지부가 강력한 법 집행 의지를 보이고 있어 교회 내 시설 책임자들의 무더기 고발 조치 또한 예상된다는 현실적인 분석과 함께 편의시설, 설치 방법, 비용 등을 소개하는 한편 설치 기준이 복잡하므로 설계 단계부터 법률 전문가나 전문 시공업체, 건설업체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법을 면밀히 검토해 이 규정에서 벗아나지 않도록 시공 해야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국내 진출 노리는 다국적 기업, 국내기업 분발 시급

  편의증진법 시행에 발맞춰 관련 산업도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새로운 점자기술을 개발해 화제가 되었던 ‘테크노티’는 서울 종로구청, 부산시청, 부산시의회, 부산경찰청 등에 점자 안내판을 설치한데 이어 기술을 위국에 활발히 수출하고 있다.(4/15 뉴스 피플)

  중앙디자인(대표 변인근)은 편의증진법 시행에 맞춰 자체 개발한 장애우와 노인․임산부 등을 위한 사인(sign) 시스템을 선보였다.(4/13 한국경제) 현대 엘리베이터는 25도 경사의 에스컬레이터와 기존의 무빙워크(수평이동 보도)에 비해 폭이 넓은 광폭형 엘리베이터를 국내 처음으로 개발해 선보였다.(4/15 서울경제) 철도청은 중간역 열차 정차시간 내에 지체장애우가 신속하게 승․하차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춘 신형 장애우용 객차를 제작했다.(4/16)

  한편 장애우 편의관련 용품의 개발도 일부 기업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LG전자는 말하는 전자레인지를 영국에 수출해 한달 만에 1천대 이상을 판매하는 선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 제품은 시작과 해동 등 조정버튼을 누르면 해당버튼을 설명해 주며 음식의 무게와 시간까지 알려주는 특수기능을 가지고 있다. LG의 이러한 성공사례는 수요가 없다는 핑계로 장애우 관련제품에 무신경한 대기업들을 자극하는 반가운 소식이다.(4/19 중앙)

  그러나 아직 장애우 편의시설이나 평의용품 산업은 경쟁력이 미약한 형편이다. 최근 들어 편의시설 산업과 관련해 외국기업들이 국내 진출을 모색하고 있어 국내 업체들의 분발이 요구되고 있다. 시각장애우 단체나 공공단체에는 벌써부터 점자안내판의 시장성을 노리고 뛰어든 다국적기업의 수주 판촉전이 맹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4/15 뉴스피플) 환율 상승으로 보장구의 가격이 50% 이상 급등하고 있는 현실임에도 유수한 국내업체들은 이 분야에 무관심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작성자이현준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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