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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걸음의 세상보기] 음지마을 사건이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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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권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기가 부끄러운 나날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IMF 한파로 인해 벌어지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 중의 하나는 늘어나고 있는 노숙자 문제일 것입니다. 실직으로 인해, 아니면 사업 실패 등의 이유로 가정이 해체돼서 거리로 쏟아져 나온 노숙자들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그 심각성이 더해만 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분명한 건 지금 이 순간도 끼니를 굶고 잠자리를 찾아 거리를 헤매는 노숙자들은 외면할 수 없는 우리 이웃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노숙자들의 쾡한 눈에 평온함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근본적인 처방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초기에 노숙자 쉼터를 만든다. 무료급식소를 만든다 부산을 떨던 정부 대책도 시간이 갈수록 시들해 지고 있습니다. 결국 노숙자들은 삶의 막다른 골목에서 거리를 계속 헤매든지 아니면 수용시설에 들어가야 하는 두 가지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정부는 노숙자 문제를 손쉽게 해결하는 방편으로, 전부는 아니지만, 노숙자들의 일부를 수용시설에 입소시키는 안을 추진하고 있는 듯 합니다. 실제로 정부는 얼마전에 노숙자들을 단속해서 시설에 보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가 당사자인 노숙자와 여론의 반발을 사서 철회한 바 있습니다.

  내막을 모르는 사람들은 노숙자들이 거리에서 어렵게 지내느니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시설에 들어가면 세 끼 밥 먹여주고 재월 줄텐데 왜 반발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할 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결국 노숙자들의 반발이 옳았다는, 그리고 이런 정부의 시도가 얼마나 위험한 지를 알 수 있게 해 주는 생생한 사건이 최근 신문 사회면을 장식했습니다. 바로 부랑인 수용시설인 충남 연기군 양지마을 비리 사건이 그것입니다.

  사실 수용시설이라는, 닫힌 장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유린에 대한 경고와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은 그 동안 끊임없이 제기돼 와서 다시 말을 꺼내기도 무안할 지경입니다.

  그럼에도 이번 양지마을 사건을 보면서 정말 근본저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간절히 절실함을 토로할 수 밖에 없는 것은 무엇보다 양지마을 사건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현실과 밀접하게 연관을 맺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가 보조금 횡령이라는 수요이설의 전형적인 비리 유형에다 원생 성폭행, 강제 노역 등의 충격적인 인권 유린이 더해져 양지마을이 아니라 음지마을이라고 불러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이번  사건은 그 자체로도 충격을 주지만 수용되어 있는 4백 50명 원생이 대부분이 정부 관계자 말로는 부랑인, 사회적으로는 노숙자라는 데서 충격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즉 이번 양지마을 사건으로 우리 곁에서 사라진 노숙자들, 한 사람 한 사람 저마다 가슴아픈 사연을 가지고 있는 이웃들이 따뜻한 보살핌은 커녕 하루 하루를 생지옥의 현장에서 고통스런 삶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이제 노숙자 문제를 해결하는 방편으로 수용시설은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입니다.

  이에 따라 정부의 고민은 깊어지겠지만 이번 양지마을 사건을 계기로 비단 노숙자 문제 뿐 아니라 장애우 문제도 사회와의 격리가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았다면, 그래서 다른 방법으로 노숙자나 장애우를 사회 속에서 살 수 있게 하는 정책 수립을 모색해야 하겠다고 마음 먹는다면 그 자체는 이 사건이 주는 교훈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지 않고 정부가 양지마을 사건을 묻어버린다면 이 땅의 소외된 사람들에게는 이제 희망이 없습니다.

  텔레비전 화면에 비친 양지마을 원생들은 우리에게 자유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절규하고 있었습니다. 21세기를 목전에 둔 우리 나라 한 켠에서 이런 절규가 나오는 것은 분명 IMF 보다 더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글/ 함께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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