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걸음의 세상보기] 변화에 대한 그리움 > 대학생 기자단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돌이켜 보면 98년 장애계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먼저 정권 교체로 역사상 최초로 장애우 대통령이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장애우 단체의 결집체인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 만들어 졌고, 세계 최초로 정부가 주도해서 장애우인권헌장이 제정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굵직한 일들 외에도 무엇보다 장애우 직업정책의 개혁안인 장애인직업재할법 제정 움직임이 장애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한 해였습니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아직 직업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아 직업법과 관련해 구체적인 얘기를 보다 구체적으로 할 수는 없으나 이 지면에서 우리는 법 제정과 상관없이 반드시 장애우 직업정책의 개혁이 필요하고 장애우 직업정책은 장애우들 중에서도 가장 고통받는 장애우인들인 중증장애우들의 입장에 서서 마련되고 시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즉 어떤 식으로든 빠른 시간내에 중증장애우들의 중증장애우 현실의 변화가 꼭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 모든 법은 고통받는 당사자 입장에 서서 고통받는 사람들의 고통을 덜어주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효용 가치가 있습니다. 이런 취지에서 장애계에서 직업재활법 제정 움직임이 가시화 됐을 때 우리가 주목했던 것은 다름 아닌 중증장애우 현실의 변화였습니다.

 역대 정권의 외면 속에서 평생을 그늘진 곳에서 살고 있는 중증장애우들의 사람답게 살 권리를 요구하는 절규가 가히 하늘에 사무치고 있을 때 제정이 가시화 됐던 직업법의 목적과 정신은 중증장애우들의 고통스런 현실을 개선시킬 수 있는 그 무엇을 담고 있다고 우리는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우선적으로 직업재활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런데 직업법 제정 움직임이 가시화 되는 과정에서 장애계 일부에서 일면 대안 없는 반대도 있었습니다. 노동은 노동부에서 복지는 복지부에서 맡아야 한다며 장애우 고용 문제는 노동부에서 맡고 중증장애우 문제는 복지 차원에서 복지부에서 해결하라는 그들의 주장은 우리가 보기에는 중증장애우들을 차별하고 경제위기에 처한 나라의 현실을 무시한 대안 없는 공허한 반대라고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가 바라는 새로운 장애우 직업정책은 한마디로 중증, 경증 장애우들을 모두 포함해 모든 장애우들이 직업을 통해 안정된 생활을 영위하는 것이 가능한 직업정책이었습니다.

 다만 우선 순위를 현실에서 더 고통받고 있는 중증장애우들에게 초점을 맞춰서 정부가 직업정책을 마련하고 시행하라는 것이 우리의 주장입니다.

 물론 우리의 주장이 모두 옳다고 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다급한 중증장애우들의 현실을 감안할 때 이 시기에 가장 필요한 것이 중증장애우 직업보장에 초점을 맞춘 직업법 제정이라는 우리의 주장은 크게 틀린 주장이 아닐 것입니다.

 글의 말미에 괜찮은 상상 하나를 떠올려 봅니다. 이 땅에서 살고 있는 모든 장애우들은 아픔을 공유하고 있다는 단 한 가지 사실만으로도 피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연대감을 형성할 수 있는, 넓은 의미에서 가족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가족이 가족 구성원 중 힘든 형제를 우선 배려하고 보살피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그렇듯 상대적으로 덜 힘든 경증장애우들이 중증장애우들을 위해 양보하고 중증장애우들의 인간다운 삶을 우선 챙기는 따듯한 장애우 공동체를 떠올려 봅니다. 새해에는 더 이상 중증장애우들이 눈물을 흘리지 않도록 중증장애우들의 고통스런 현실의 변화를 장애우 모두가 공유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