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하게 사용되는 ‘기형아’라는 말에 비춰지는 슬픈 자화상 > 대학생 기자단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기형아’라는 말에 비춰지는 슬픈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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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하필 기형아인가?

  지난 2월은 김대중 정부가 출범한 역사적인 달이었다. 지난 한 달은 국난극복과 정권교체 준비로 분주했던 한달이기도 했다. 가장 큰 작업은 17일 확정된 정부조직 개편이었다. 그러나 작고 효율적인 정부구현이라는 당초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졸작을 낳았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 대표적인 표적은 예산업무 이원화를 낳은 기획 예산처 분리였다. 그런데 비난하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매스컴들이 사용한 단어가 하필이면 ‘기형아’였다. 중앙 지방 일간지 방송할 것 없이 그 날의 기사는 기형아를 낳았다는 탄식 일색이었다.

  매일신문은 “힘센 어른들이 어린 아이의 팔다리를 여기 저기서 끌어당기다 보니 기형아가 된 꼴”이라는 예산실 관계자의 발언을 이용했다. 심지어 조선일보는 “예산 기획처 발상은 상반신과 하반신이 잘려진 기형아로 태어났다”는 극한 용어까지 동원했다. (2/19 조선일보)

  대체적으로 잘못된 일을 표현할 때는 장애와 관련된 용어가 자주 쓰이고 있다. 행정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절름발이 행정이라고 한다. 비리를 저지르고도 묵묵부답이면 꿀먹은 벙어리라 한다. 당연한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눈뜬 봉사라고 한다. 특정인을 지칭해 절름발이라는 둥 쩔뚝거린다는 둥의 언어를 고위정치인이 아무렇지도 않게 쓰기도 하다. 장애인이란 말이 공식 명칭으로 쓰인 게 오래인데 잘못된 언어관행만은 전혀 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단어 사용은 여전히 우리 사회가 장애우에 대한 편견으로 가득차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에 다름아니다. 더군다나 이를 계도해도 모자랄 언론과 고위 공직자들이 앞장 서서 장애우 차별을 조장하는 이러한 용어들을 무책임하게 사용되고 있음은 유감이다.

  모 일간지는 지난 1월 MBC에서 방영된 다큐스페셜 ‘구원이의 새해 소망’ 이라는 프로그램을 소개하면서 ‘기형아 이구원 군’이라는 제목을 뽑기도 했다. (1/9 서울신문) 기형아라는 말을 듣는 당사자가 느낄 감정을 조금이라도 고려했다면 결코 이러한 제목은 나올 수가 없다.

  기형아라는 단어는 공식으로 통용되는 단어이지만 최악의 조어 중 하나이다. 뉘앙스로 보아도 멸시의 감정이 가득 섞인 단어이다. 하물며 인권을 가진 인간을 물건 취급하듯 하는 용어를 아무렇지 않게 사용한다는 것은 언어폭력이다. 언론의 무책임한 단어 사용은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지만 심해도 너무 심했다는 불쾌감을 지울 수 없다.


 일반아동은 교육과잉 장애아동은 교육부재

  천재소년으로 널리 알려졌던 김웅용 씨가 36세의 늦은 나이에 박사학위를 받아 화제가 되고 있다. 기네스북에 오른 세계 최고 지능지수 210의 소유자, 8개월에 4개국어 구사가 가능했고, 4세 때인 66년 한양대 물리학과 입학, 69년 건국대 4학년 편입학 졸업 8세 때 미국 콜로라도 대학원 입학, 그의 천재성에 비추어보면 이미 세계적인 석학이 되어 있어야 마땅하나 김웅용 씨는 보통사람처럼 평범하게 살기 위해 모든 것을 서두르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이 낳은 한 천재의 이 말은 언제부터인가 영재 신드롬에 빠져 있는 우리 사회에 던지는 경종처럼 들린다. 너나 할 것 없이 부모들은 자기 자녀를 남보다 특별하게 키우고 싶어한다. 이러한 교육열은 우리말도 미처 배우지 못한 아이들을 무분별하게 조기교육의 바다에 내던지고 있다. 97년부터는 영어조기교육이 초등학교 정규과목으로 도입되어 조기교육의 열풍에 더욱 불을 붙였다.

  그러나 영어조기교육은 벌써부터 심상치 않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요즘 강남 일부 학부형들 사이에서 자녀에게 본토영어 발음을 갖게 하기 위해 설소대절개수술(혀와 구강밑바닥을 연결시켜주는 부위인 ‘설소대’를 절개하는 수술)이란 혀수술을 하는 것이 성행이라고 한다. 마치 강아지에게 성대수술을 강제로 시키는 것과 다를바 없는 이야기다. (97/10/30)

  더욱 심각한 문제는 과잉교육으로 자폐 증세를 호소하는 아동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한국어린이육영회 치료교육연구소나 한국아동발달연구소를 찾는 아동의 80%가 영어교육등 조기교육으로 인한 자폐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소위 초독서증이라는 것으로 말을 배우기도 전인 어린 나이에 영어교육을 받은 경우 특정 영어 단어는 능수능란하게 읽어내지만 정작 필요한 말은 하지도 알아듣지도 못하고 특정 행동을 반복하는 자폐증세마저 보인다는 것이다. 정상적으로 인간관계를 갖고 말을 배울 나이에 억지로 학습을 강요한 결과 나타나는 부작용이다.(2/10 조선일보) 이러한 폐단 때문에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는 영어조기교육을 폐지할 계획이라고 하나 학부형들의 적지 않은 반발이 예상된다.

이처럼 일각에서는 아동들이 교육과잉으로 부작용마저 일으키고 있는 반면 오히려 교육이 정작 필요한 장애아동들은 교육 받을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EH 다른 측면의 우리 교육계의 페단이다.

  장애아동을 위한 교육기관도 충분치 않은데다 그나마 교육의 혜택도 힘겹게 받아야 하는 것이 우리 장애아동들의 현실이다. 의정부 동두천 포천 양주 구리 가평 등 경기동북부지역 장애인부모회에 따르면 지역내에 장애아를 위한 특수학교가 없어 1백여 명의 장애아들이 자동차로 2, 3시간씩 걸리는 서울이나 고양 파주지역의 특수학교로 통학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그나마 승용차가 있는 경우는 다행인 편이고 마땅한 통학 수단이 없는 장애아동들은 아예 취학을 포기하고 있는 실정이다.(2/20 동아)

  이러한 교육 여건에도 불구하고 목표에 과감히 도전하거나 성공하는 장애우들이 올해도 줄을 잇고 있다. 사상 최초로 서울 대학에 합격한 뇌성마비 장애우 이수민 씨와 정태관 씨.(1/27) 국가고시 사상 처음으로 사법시험에 응시한 시각장애우 이덕기 씨.(2/8) 소아마비 장애로 교육기회를 박탈당했지만 동양대에서 명예 공학사 학위를 수여받은 한글과 컴퓨터 개발이사 정내권 씨.(2/17 경향)

  이들의 성취에 놀라워할 것만이 아니라 장애우들이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인적자원이 필요한 나라이다. 단지 장애 때문에 나라에 기여할 인재를 방안에 묻어두는 것은 국가로서도 손해이다. 영재교육도 중요하고 조기교육도 중요하지만 장애아에 대한 교육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굳이 성공이 아니더라도 장애우들이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최소한의 권리는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장애우 프로골퍼 마틴의 승리

  미국은 흥미로운 소송이 많은 나라이다. 지난해 7월 플로리다에서는 흥미로운 소송이 제기되었다.

  버넌 제이스라는 트럭 운전사가 스탠드바에서 만취해 스툴(등받이 없는 높은 의자)에서 굴러 떨어져 척수를 다쳐 하반신 마비가 되었다. 그러지 그는 술집 주인을 상대로 2백30만 달러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술취한 자신이 높은 의자에 앉아 잠이 들었는데 주인이 깨우지 않은 것은 무책임한 짓이라는 것이었다. 담당 검사는 이에 동의하고 법정에 기소했다. 이후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아직 확인된 바가 없으나 편의시설과 관련된 미국의 소송실태의 일단을 짐작케 한다.

  미국에서는 최근 장애우 편의와 관련한 또다른 흥미로운 판결이 나와 화제다.

  지난 1월 12일 오래 걸을 수 없는 장애를 가진 미 프로골퍼 케이시 마틴(25) 씨가 카트(골프장 내 이동차량)를 타고 나이키 투어에서 우승을 했다. 그에 앞서 마틴은 미국 프로테스트를 앞두고 미프로골프협회(PGA)에 카트를 타고 출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를 했으나 PGA로부터 묵살당했다. 마틴은 법에 호소했고 법원은 그의 요구를 받아들여 프로테스트를 받을 수 있게 했고 첫대회인 나이키투어에 나선 마틴은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마틴의 우승은 또 다시 논란거리가 되었고 PGA는 아예 카트 사용불허를 명문화해 버렸다.

  마틴은 장애우에 대한 인권침해라며 즉각 법원에 제소했다. 이에 대해 PGA와 선수들은 전통적으로 골프는 걷는 것이 필수 요소란 점을 들어 대립했다. 그러나 여론은 마틴의 편이었다. 인터넷 여론조사와 각종 토론회는 그에게 지지를 보냈다. 밥돌 상원의원은 그에게 지원을 약속했고 나이키사는 굴하지 않는 마틴의 이미지를 광고에 끌어들여 ‘JUST DO IT’이라는 구호대신 ‘I CAN’을 내세워 캠페인을 벌였다.(2/4 문화)

  법원의 판결도 명확했다. 법원은 ADA법(미국장애우법)의 “프로경기가 열리는 골프장은 공공 장소이며, 공공 장소에서 장애우는 보호돼야 한다”는 조항을 판결 근거로 삼아 마틴의 승소를 선언했다.

  PGA측은 이것이 NBA에서 장애를 주장하는 선수들이 3점 슛라인을 옮겨달라고 하는 것과도 같아서 전통깊은 스포츠를 정면으로 훼손하고 있다며 항소할 태세지만 대세는 이미 기운 것 같다.

  ADA법안이 장애우편의와 관련된 대원칙을 규정할 뿐만 아니라 세부적인 부분에서도 타법에 앞서는 효력을 갖고 있음을 새삼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아마도 미국에서는 마틴 덕분에 프로골퍼를 지망하는 장애우들이 부쩍 늘 것 같다.(98/2/12)

작성자이현준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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