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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의 복지칼럼]「클라이언트」가 아닌 「컨슘머」로서의 복지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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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인복지시설을 홍보하는 조금은 색다른 이색광고를 본적이 있다. 미국 콜로라도주의 서북쪽에 자리하고 있는 인구 6만여 명의 그릴리(Greeley)라는 한 작은 도시에서 일간으로 발행하는 「그릴리 트리뷴(Greeley Tribune)」이라는 신문에서다.

  “우리 시설은 싱싱하고 상큼한 여성이 많이 있다”는 것이 처음 광고문안이고, “목사님이 시설 내에 계셔서 함께 성경공부와 상담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 두 번째였다. 세 번째 글귀에는 ”노인학을 전공한 전문가와 물리치료사가 있어서 양질의 치료와 전문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처음 이 광고를 보고는 좀 의아해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것은 정말 노인의 욕구(needs)를 철저히 반영한 홍보광고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일반적으로 할아버지들은 젊은 여성을 동경하고, 친구삼기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심리적 특성을 고려한 점이나, 나이든 노인이 제일 두려워하는 내세에 대한 불확실성을 목사님과 상담할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한 것도 노인중심의 사고와 배려였다는 것이다.

  그 다음이 노인성 질환의 치료나 훈련 그리고 전문적 서비스 제공으로, 이것 역시 노인의 환심을 사기에 충분한 내용이라는 얘기다. 물론 노인을 위한 시설도 여러 가지 형태가 있고, 그곳마다 홍보 · 광고내용도 다소 차이가 있다. 치매현상을 보이고 대소변마저 가리기가 불편한 노인들을 수용 · 보호하는 양로병원(Nursury hospital)이 나 양로홈(Nursury home) 같은 곳은 주로 관리와 치료에 관련된 내용이 광고의 머리기사에 오른다.

  그리고 아파트형식의 대형 노인시설을 비롯하여 8~10여 명이 오순도순 모여서 사는 노인가든(eldery garden) 시설에의 노인을 모집하는 광고는 다소 차이가 있다. 하지만 노인 각자의 경제적 여건이나 상황도 고려하겠지만 그들이 가지는 뜻에 따라 입소선택을 스스로 하도록 하는 점은 어떤 형태의 시설이든지 똑같다는 것이다.

  정부에서 매월 지급하는 사회보장금(복지기금) 4~5백불로 살아가는 영세노인의 경우라도 그들이 원하는 시설에 들어갈 수 있도록 시설복지프로그램의 형태가 다양하며 다변화되어 있다는 얘기다. 마치 어떠한 물건을 스스로 골라서 구입하는 것처럼 ‘소비자의 주권(Consummer Sovereignty)'을 인 정 하 는 컨 슘 머 리 즘 (consummerism)이 보편적인 가치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복지대상자를 소비자(컨슘머)로 보는 것은 비단 노인복지시설이나 실버산업에 국한되는 것만은 아니다. 장애우, 아동 등 소위 취약계층의 복지영역 전반에 확산되어 있는 사상적 기류이다.

  최근 복지시설이 소형화되면서 4~5명이 한집에 어울려 사는 그룹홈(Group home)이나 독립생활센터(Independent Living Center) 등이 생겨나면서 복지대상자 스스로 프로그램을 선택하는 소비자로서의 의식과 자기주장이 확실히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런 면에서 우리네의 복지대상자를 보는 시각과는 크나큰 차이가 있다. 우리는 지금도 요보호대상자등 복지대상자를 복지의 수혜자로서의 클라이언트(Client)로 본다. 이 클라이언트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손님, 의뢰인, 고객, 단골이라는 뜻이 있는데, 이것은 다분히 상담을 해주는 사람에 대칭되는 내담자라는 입장이다.

  그러니까 상담이나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상담가나 사회복지사의 입장에서 내담자를 맞는다는 그런 뜻이다. 사실 이제까지 우리 나라에서의 사회복지현실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클라이언트로 보는 복지대상자에 대한 인식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복지대상자를 내담자로 보느냐 소비자로 보느냐는 그 나라 국가의 복지정책과도 무관하지 않으며, 복지프로그램개발과 발전에도 엄청난 결과적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우리 나라의 대부분의 장애우요양시설이나 재활시설에 입소체계는 버려진 기아장애우나 영세한 가정의 요보호 대상 장애우가 우선 입소된다. 실비 입소제도가 마련되어 있지만 사실상 시설을 운영하는 주체에서는 그다지 수익적이지는 못한지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얼마 전 IMF의 영향으로 부도가 난 한 중소기업체 사장이 도피생활 속에서도 정신지체아들을 임시로 맡길 시설이 없어서 눈물로 호소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관주도로 운영되는 비민주적, 비복지적, 비전문적 요소도 있지만 복지대상 장애우의 욕구나 그 가족의 바람과는 관계없이 입소와 상담 그리고 각종 복지프로그램이 이루어진다.

  더구나 시설을 운영하는 원장이나 이사장 등 주체측에서는 복지대상자를 그렇게 관심있게 보지 않아도 되고, 또한 재활 · 복지프로그램 때문에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와의 관계성 유지만 잘하면 보조금이 나올 것이고, 오히려 후원처만 잘 개발하여 후원금을 조금 더 확보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그런 모습도 보인다. 그야말로 인간존엄, 재활, 복지의 주체가 되어 사회통합의 주인공이 되어야 할 장애우가 시혜적 · 동정적 내담자로 취급되고 있는 것이다.

  문화가 다르고 복지환경이나 재정여건이 다른 미국과 우리를 비교 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겠지만 미국에서 장애우, 노인, 아동 등 복지대상자를 소비자로 보는 관점과 「컨슘머리즘」을 사회복지의 실천 이념으로 삼은 것은 주의깊게 볼 필요가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장애우나 노인 등 복지수혜 대상자에게는 개인별로 수당이나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되어 있다. 만약 개인적으로 복지시설의 입소나 그룹홈과 위탁양육가정이 필요한 사람은 정부로부터 개별적으로 받은 지원금으로 선택 · 결정할 수가 있는 것이다. 시설장이 청빈하여 운영의 투명성이 보장되고 전문적으로 프로그램을 개발 · 시행하는 시설은 장애우들의 관심과 입소선망의 대상이 되지만, 그렇지 않는 곳은 ‘파리만 날리는 격’ 이 된다는 것이다. 단편적인 비교 · 분석이지만 시혜적 내담자로 처우하는 관점과 복지주권을 인정하는 소비자로 인식하는 관점과는 크나큰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 나라에서도 복지수혜 대상자에게 수당이나 연금 등을 직접 수여하는 양질의 사회보장제도의 필요성을 문제제기할 수 있겠지만, 이것보다 먼저 복지주권을 인정하는 소비자로 복지수혜 대상자로 보는 복지의식개혁운동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질높은 복지의 실현과 인간다운 사회의 건설을 위하여 낙후되어 있는 우리 나라의 사회복지프로그램의 종류를 보다 전문적 · 체계적 미래지향적으로 개발 · 시행해야할 것이다. 아울러 이미 선진복지국가의 탈시설화 · 탈병원화 · 지역사회중심사회복지 등으로 전환하는 과업도 함께 추진해야 할 것이다.

  사실 세계복지사에 나타난 장애우권리운동(Disability right movement)을 보면 나라마다 상황이나 처지가 달랐다. 그렇지만 하나같이 장애우에게 스스로의 결정권(self - determination)과 함께 정치적 · 경제적 권리까지 포괄적으로 인정하는 복지주권을 쟁취한 것이 그것의 목표이고 방향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니까 소비자로서의 복지주권을 갖는 것이야말로 향후 우리나라 복지의 이상이요, 실천명제가 되어야함은 두말할 나위 없는 것이다.


김종인 (나사렛대 인간재활학과 교수)

작성자김종인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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